남한 민간인의 무인기 침투에 대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정부 차원의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방지 조치를 발표한 데 대해 김여정 북한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본인 명의의 담화에서 "높이 평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무인기를 둘러싸고 남북이 사실상 간접적 대화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19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 부부장이 18일 "나는 정동영 한국 통일부 장관이 18일 우리 국가의 령공을 침범한 한국측의 무인기도발행위에 대해 공식 인정하고 다시한번 유감과 함께 재발방지의지를 표명한데 대하여 높이 평가한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김 부부장은 "당연히 자기스스로를 위태하게 만드는 어리석은짓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재삼 강조하지만 그 주체가 누구이든, 어떤 수단으로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에 대한 침해행위가 재발할 때에는 끔찍한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위협이 아니라 분명한 경고"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과 같은 엄중한 주권침해도발의 재발을 확실히 방지할 수 있는 담보조치를 강구하는것은 전적으로 한국 자체의 보존을 위한 것으로 된다"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김 부부장은 "우리 군사지도부는 한국과 잇닿아있는 공화국 남부국경전반에 대한 경계강화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며 “적국과의 국경선은 마땅히 견고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18일 정동영 장관은 "정부는 설 명절 연휴 초 안보관계장관 간담회를 통해서 이재명정부의 공식 입장을 표명하기로 결정했다"며 "윤석열정부 때의 무인기 침투와 별도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정부는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북측에 대해 공식적인 유감을 표하는 바"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 장관의 무인기 관련 유감 표명은 이번이 두 번째로, 그는 지난 10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1500차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에서 축사를 통해 "이 자리를 빌려 무모한 무인기 침투와 관련하여 북측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는 바"라며 남한 민간인의 무인기 침투에 대해 완곡한 사과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에 김 부부장은 12일 '한국당국은 주권침해도발방지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담화를 통해 "나는 새해벽두에 발생한 반공화국무인기침입사건에 대하여 한국 통일부 장관 정동영이 10일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시한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라며 "나는 이를 비교적 상식적인 행동으로 평가한다"라고 말하며 이에 호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2023년 1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후 북한이 남한의 언행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 평가를 내놓은 것은 당시 담화가 사실상 처음이었다고 평가되는 가운데, 김 부부장은 18일 담화에서 이보다 더 적극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정 장관의 입장 발표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는 12일 담화에서 북한이 요구했던 부분에 대한 정 장관의 응답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담화에서 김 부부장은 "한국당국은 자초한 위기를 유감표명같은것으로 굼때고 넘어가려 할것이 아니라 우리 공화국령공침범과 같은 엄중한 주권침해사건의 재발을 확실히 방지할수 있는 담보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라며 재발방지를 위한 후속조치를 촉구했다.
이에 정 장관은 18일 입장 발표에서 △항공안전법상의 처벌 규정 강화 및 남북관계발전법 상 무인기 침투 금지 규정 신설 △접경지역 평화 안전 연석회의 설치·운영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 선제적 검토·추진 등을 재발방지의 구체적 방안으로 발표했다.
이러한 정 장관의 입장에 대해 김 부부장이 “높이 평가한다”라는 반응을 내놓은 만큼,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위한 정부의 후속조치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 9.19 합의의 선제적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실현되지는 못하고 있다.
북한의 9차 당 대회를 앞두고 김 부부장의 담화가 나왔다는 측면을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이 남한을 '적대적'인 두 국가로 규정하는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게 하기 위한 정부의 의도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 장관은 18일 "다시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을 잇고 확대·발전시키는 상태로 복원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에 입장 발표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내일은 마침 평양의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다. 서로가 진정성을 갖고 마주 앉는다면 남북 간의 신뢰도 봄 계절에 얼음장이 녹아내리듯 회복될 것"이라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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