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노동자들이 왜 세종호텔 로비에 들어왔냐고요?

[기고] 세종호텔 해고자 복직을 위한 1일 농성 대표단의 목소리

지난 14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동조합의 고진수 세종호텔지부 지부장이 땅을 밟았다. 고공농성 336일 만이었다. 같은 날 오후 5시 30분경, 세종호텔지부는 연대자와 함께 세종호텔 로비에서 연좌 농성을 시작했다. 그 후로 이들은 '진짜 사장 주명건이 교섭에 나와라', '세종호텔 정리해고 즉각 철회하라'를 외치며 세종호텔 로비에서 생활하고 있다.

같은 달 22일, 로비 농성을 엄호하기 위해 '세종호텔 해고자 복직을 위한 1일 농성 대표단'(이하 농성대표단)이 꾸려졌다. 인권, 종교, 학생, 예술, 노동조합, 정당 등 다양한 단체로 꾸려진 이들이 세종호텔 로비에 모였다. 이들은 '사회적 엄호'가 세종호텔지부의 투쟁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22일 서울 중구 세종호텔 로비에서 허지희 세종호텔지부 사무장, 이청우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공동집행위원장, 수달 농성 대표단 인권활동가를 만나서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했다.

무섭다고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허지희 세종호텔지부 사무장 ⓒ이훈 제공

허지희 : 세종호텔 해고자 허지희입니다. 세종호텔지부 사무장입니다. 세종호텔 로비에서 9일째 먹고 자고 있습니다.

세종호텔 로비는 세종호텔의 핵심 전투장이에요. 2012년 노동조합 첫 파업부터, 투쟁이 있을 때마다 로비를 점거했어요. 사측도 로비 점거가 부담스러웠던 거 같아요. 저희가 2021년 12월에 해고됐는데, 곧바로 회사가 직장폐쇄 가처분을 걸었어요. 세종호텔지부 조합원이 세종호텔에 들어오면 1회당 100만 원의 강제이행금이 부과된다는 내용이에요.

저희는 4년 간 가처분의 산을 못 넘었어요. 고진수 지부장이 고공에 있을 때도 계속 저희에게 로비 진입 투쟁을 해달라고 했어요. 저희가 무서워서 그동안 못했어요. 드디어 들어왔네요. 제겐 '선을 넘었다'는 감각이 들어요.

지난 14일, 사측과 7차 교섭을 했어요. 사측은 앉자마자 저희한테 "위로금으로 합의하면 안 되겠냐"고 하더군요. 저는 4년간 복직하려고 투쟁했어요. 위로금 한두 푼 더 받으려고 싸운 거 아니에요. 화가 머리끝까지 났어요. 눌러앉기 직전에 제 옆에 김란희 조합원이 있었어요.

"란희 언니, 안 되겠어요. 우리 로비에 앉으면 어때요?"

"지희 동지가 한다고 하면, 내가 옆에 앉을게."

그 말에 용기를 얻었어요. 교섭이 끝나자마자 로비에서 구호를 외치며 앉았어요.

"진짜 사장 주명건이 교섭에 나와라! 정리해고 철회하라!"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 복직 투쟁ⓒ이훈 제공

우리가 나오길 기다리던 공대위, 연대자가 소식을 듣자마자 우르르 로비로 들어와 옆에 앉아주셨어요. 세종호텔 로비 연좌 농성이 시작됐죠.

너무 화나서, 시작한 연좌인데 막상 시작하니까 막막했어요. '첫날에 100명 넘던 대오가 다 사라지고 조합원만 남으면 어떡하지', '내가 잘못 판단한 거면 어떡하지.' 지금도 솔직히 무서워요. 동지들이 '옆에 앉아준다'는 게 지금 제게 가장 큰 응원이에요. 윤석열 탄핵광장의 연대시민이 세종호텔 투쟁에 함께 해주고 있는데요. 매일 로비를 가득 채우고 있어요.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지난 22일, '1일 농성 대표단'이 출범했어요. '오늘 하루만큼은 이 농성 투쟁을 책임지겠다'는 의미로 모여주셨다고 해요. 직장폐쇄 가처분과 경찰서에서 소환장이 왔다는 이야기에 시민사회가 모여주셨어요. '조합원들을 경찰이 잡아가거나 법으로 압박하려거든 우리 대표단 모두를 상대해야 할 거'라고 하셨어요. '사회적 엄호'라는 표현이 체감돼요. 지금 로비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느낄 거에요. 에너지가 부글부글해요.

▲지난 22일, 서울 중구 세종호텔 로비 농성을 엄호하기 위해 '세종호텔 해고자 복직을 위한 1일 농성 대표단'(이하 농성대표단)이 꾸려졌다.ⓒ이훈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있는데요. '사랑과 투쟁은 타이밍'이래요.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타이밍. 지금 꼭 해야만 할 거 같은 것. 조금은 무섭지만, 위로와 응원을 받으며, 사회적 엄호를 체감하며, 이 복잡한 감정을 다 느끼며 나아갈게요. 포기는 없어요.

고진수 지부장이 고공농성을 해제하던 날, 세종호텔 실소유주 주명건씨가 좋아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투쟁이 매우 약해지거나 끝날 거라고 생각했을 거에요. 하지만 우린 그렇지 않았어요. '저들에게 진실을 알게 하리라. 우리가 지쳤다고 믿는다면 그건 하룻밤의 꿈이라는 걸'(민중가요 '처음처럼' 가사 중 일부)이라는 가사처럼, 주명건씨에게 말하고 싶어요. 우리 안 지쳤다고. '꿈 깨라!' 말할래요. 로비에서 매일 보여줄게요.

김상진 전 노조 위원장이 쫓겨나도 노조는 살아남았어요. 만약 고진수, 허지희를 쫓아내도 이 노조는 안 없어져요. 주명건씨는 이제 노동조합과 같이 사는 법을 고민해야 해요. 복직 없이 투쟁은 끝나지 않으니까.

우리가 포기할 거란 기대 자체를 하지 마세요

▲이청우 세종호텔 공대위원장ⓒ이훈 제공

이청우 : 세종호텔 공대위 이청우 공동집행위원장(이하 공집장)입니다. 해고되기 직전부터 함께 했으니 약 4년 3개월을 세종호텔지부의 공집장으로 활동했습니다.

세종호텔은 투쟁의 역사가 깁니다. 2012년 1월, 처음으로 세종호텔 노동조합이 파업했습니다. 이후 세종호텔은 투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매주 목요일이면 문화제를 하는데요, 10년쯤 됐습니다. 10년간 매주 문화제를 한다는 건 보통 끈질김이 아니면 못해요.

저는 세종호텔 실소유주 주명건 씨가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10년간 매일 세종호텔 로비에서 문화제를 하는 한이 있어도, 저희가 포기하지 않을 거란 걸요. 혹시 언젠가는 포기할 거라 기대한다면, 그런 생각 버리시라는 조언을 정중히 드립니다. 저희는 로비에서 당연하게도 안 나갑니다.

저는 이재명 정부에게 묻습니다. 세종호텔을 이재명 정부 1호 '노사문제 해결 사업장'으로 만드시겠습니까? 아니면 세종호텔을 이재명 정부 1호로 노동조합 투쟁에 공권력을 투입한 사업장, 가처분을 통해 돈으로 조합원 짓밟는 사업장으로 만드시겠습니까?

이재명 정부는 노동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처럼 행동하지만, 현안 사업장 문제를 제대로 해결한 적은 없습니다. 공권력을 투입하지 않고 그저 노사의 싸움을 팔짱 끼고 지켜보고 있는 듯합니다. 현재 세종호텔은 저희에게 불법 로비 점거를 멈추라고 공문을 보내고, 경찰이 매일 경고 방송을 합니다. 로비에서 나가라고 하는 거죠. 직장폐쇄 가처분도 있으니, 법적인 대응 수위를 높이는 것도 고민 중일 겁니다. 이재명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세종호텔의 묵은 노사문제를 어떻게 풀 건지 심사숙고하길 바랍니다.

이해할 수 없기에 나섰다

▲수달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이훈 제공

이수달 :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의 상임활동가 이수달입니다. 인권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세종호텔 투쟁은 해고되던 2021년부터 알고는 있었는데요. 처음 연대 온 건 2025년 1월입니다.

조합원들이 지금까지 해온 투쟁을 보며 진심으로 정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의 말대로, 코로나로 인해 경영상 위기가 심각해 해고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도, 현재 세종호텔은 역대 최고 매출을 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숙박비만 봐도 굉장히 비싸졌고요. 재무제표를 보니, 해고 후 1년 만에 흑자를 냈습니다.

저는 이 상황에서 숙련된 노동자를 복직시키지 않는 걸 이해할 수 없어요. 오히려 로비 농성에 돌입한 해고자에게 법적인 압박이 올 거라고 예상되는 상황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농성대표단에 자원했습니다. 시민사회가 세종호텔지부의 투쟁을 끝까지 지지하겠습니다.

세종호텔지부는 젠더, 연령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연대자에게 사랑받는 노조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꽤 많은 노조를 보았는데요, 세종호텔지부는 유독 사랑을 많이 받습니다. 세종호텔 투쟁에 끝까지 함께할 사람이 많다는 의미겠죠.

저는 세종호텔이 중요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말할 수 있습니다. 만약 세종호텔 사측은 잘 모르는 것 같지만, 연대는 정말 강합니다. 우린 포기하지 않을 거니까요.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