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근로자 추정제'·'일하는사람법' 추진…양대노총 "방향 맞지만 내용 미흡"

플랫폼·특수고용 등 '권리 밖 노동자' 보호 방안 두고 노정 간 이견

정부가 플랫폼·특수고용 등 '권리 밖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민사 분쟁 시 노동자성 입증 책임을 사업주에게 부과한 '근로자 추정제'를 도입하고, 고용계약 형식에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선언하는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을 제정하는 것이 골자다.

노동계는 정책 취지를 긍정적으로 평하면서도, 내용에는 이견을 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별도 법 제정이 아닌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통한 '권리 밖 노동자' 보호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분쟁 이전 단계부터 근로자 추정제가 작동하게 하기 위한 제도 보완을 주장했다.

고용노동부는 20일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주 내용으로 하는 근기법 개정안과 일하는사람법 제정안을 노동절인 오는 5월 1일까지 입법하겠다고 밝혔다. 두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해 둔 상황이다.

근로자 추정제는 노동법 관련 분쟁 발생 시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한 사람을 노동자로 추정하고, 이를 부인할 책임은 사업주에게 지운 제도다. 분쟁 범위에는 근기법, 최저임금법, 퇴직급여보장법, 기간제법, 파견법 상 권리가 포함된다. 관련 개별법 개정도 함께 이뤄진다.

현재는 분쟁 발생 시 노동자성 입증 책임이 노동자에게 있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노동부는 이에 따라 사업주에게 자신의 노무 자료를 받지 못해 프리랜서 등으로 잘못 분류됐던 노동자의 노동자성 입증이 수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근로자 추정제는 민사소송에 한해 도입된다. 노동청 진정 사건은 근로감독관이, 형사 사건은 검찰이 근로자성을 판단하게 돼 있어 입증 책임이 수사기관에 있다는 판단을 근거로 한 결정이다.

일하는사람법은 근로자 추정제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로 인정되지 못한 이들의 권리를 담은 법이다. 구체적으로는 평등하게 대우받을 권리,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성희롱·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권리, 합리적 이유 없이 계약을 변경·해지당하지 않을 권리 등이 담겼다.

노동부 장관에게는 일하는 사람 지원·보호 계획 수립 의무가 부여된다. 국가가 일하는 사람에 관해 할 수 있는 일로는 △실태조사 △생계비 대출, 사회보험 확산 등 복지 증진 사업 △법률 상담, 재해예방 지원 등 권익 보호 △표준계약서 제정·보급 등을 열거했다.

노동부 장관은 또 일하는사람법에 담긴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계약 해지 등 불이익 조치를 취한 사업주에게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20일 서울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대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정부 대책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노동법 사각지대를 국가 책임으로 해소하겠다는 의지, 노동자 오분류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방향 자체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패키지 입법은 근본적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근로자 추정제를 분쟁 이후에만 적용하겠다고 한다. 오분류된 노동자가 근로자로 인정받기 위해 노동관서 신고, 노동위 구제 신청, 법원 소송 등 법적 절차를 먼저 제기해야 한다"며 "이는 권리 보장이 아니라 또 다른 진입장벽"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해법은 분명하다. 근기법 제2조의 근로자 정의를 개정해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에게 근기법과 이에 연동된 사회보험을 적용해야 한다"며 "정부는 우회적 제도 개선에 머물지 말고 근기법 제2조 개정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노동법 보호의 공백을 메우고, 모든 일하는 사람을 권리 보장의 대상으로 포괄하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다만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근로자성 판단과 관련한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노동부의 근로자 추정제안이 "분쟁 해결을 전제로 한 추정 규정을 두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이는 감독·분쟁 단계에서의 제한적 추정에 그칠 가능성이 크며, 현장에서의 실질적 권리 보장으로 연결되기에는 제도적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자성 판단이 분쟁 이후에만 한정되지 않고, 노동관계 전반에서 폭넓게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를 통해 모든 일하는 사람이 실질적인 노동법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입법 논의가 보완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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