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무인기 도발' 주장에 대한 한국 이재명 대통령과 국방부의 입장 표명에 대해, 북한 측으로부터 "한국 국방부 입장 발표에 유의한다", "그나마 연명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는 비교적 완화된 반응이 나왔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동생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11일 관영매체를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한국 당국은 중대 주권침해 도발의 책임에서 발뺌할 수 없다"면서도 "우리는 이번 무인기 침입 사건에 대해 한국 국방부가 10일 군의 작전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민간 영역에서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힌 입장 발표에 유의한다"고 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한국 국방부가 우리에게 도발하거나 자극할 의도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데 대해 그나마 연명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하고 싶다"고 했다.
북한은 다만 "서울의 현 당국자들은 이전 '윤 망나니' 정권이 저지른 평양 무인기 침입 사건을 남의 일을 평하듯 할 자격이 없다"면서 "어느 정권이 저지른 일인가 하는것은 그 집안 내부에서나 논할 일이지, 윤가가 저질렀든 이가가 저질렀든 우리에게 있어서는 꼭같이 한국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신성불가침의 주권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라고 이재명 정부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북한은 "다행히도 한국 군부가 자기들의 행위가 아니며 우리에게 도발하거나 자극할 의도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기는 했으나, 한국 영역으로부터 우리 공화국의 남부 국경을 침범한 무인기 실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고 에둘러 요구했다.
북한은 "지금 한국 내에서 해당 무인기가 '쉽게 구입할수 있는 저가형 상용부품으로 구성됐다'느니, '민간에서 취미나 상업용, 산업용으로 매매되는 기종'이라느니 하며 중대 국경침범 사건을 '민간 소행'으로 몰아가보려는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사태의 본질은 그 행위자가 군부냐 민간이냐 하는 데 있지 않다"며 "명백한 것은 한국발 무인기가 우리 국가의 영공을 침범했다는 사실 그 자체"라고 남측의 책임을 지적했다.
북한은 "설사 군용 무인기가 아니라면 주권침해가 아니라는 논거라도 펼 잡도리가 아닌지 모르겠다"며 "명백히 해두지만 그 행위자가 누구이든, 설사 민간단체나 개인의 소행이라 해도 국가안보의 주체라고 하는 당국이 그 책임에서 벗어날수는 없다"고 재차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 당국은 중대 주권침해 도발에 대한 책임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으며 그 대가에 대해 심중히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해 눈길을 끌었다. '대가'를 언급한 것이 눈길을 끈다.
북한은 "만약 한국 당국이 민간단체의 소행으로 발뺌하려 든다면, 하여 그것이 주권침해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려고 시도한다면 아마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내에서 민간단체들이 날리는 수많은 비행물체들의 출현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이 전날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명의로 발표한 성명은 '한국은 무인기에 의한 주권침해 도발을 또다시 감행한 데 대해 대가를 각오해야 한다'는 제목 하에, 남측으로부터 지난 4일 또다시 무인기 도발이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용납할 수 없는 한국 호전광들의 광태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는 내용이었다.
북한 인민군은 "해당 무인기는 1월 4일 12시 50분경 한국 인천 강화군 일대에서 이륙한 후 우리 영내의 개성시 개풍구역, 황해북도 평산군, 금천군 일대를 지나 다시 개성시 개풍구역, 판문구역, 장풍군을 거쳐 한국의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까지 총 156킬로미터 거리를 100~300미터 고도에서 시속 50킬로미터 속도로 3시간 10분동안 비행하면서 우리의 중요 대상물들을 촬영하도록 돼있었다"고 비교적 상세히 밝혔다.
북한군은 "(해당) 무인기의 촬영기록장치에는 2대의 촬영기로 추락 전까지 우리 지역을 촬영한 6분 59초, 6분 58초 분량의 영상자료들이 기록돼 있었다"며 "해당 영상자료들은 무인기가 우리 지역에 대한 감시정찰을 목적으로 공화국 영공에 침입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뚜렷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북한군은 먼저 윤석열 정부 당시의 무인기 도발을 비난하면서 "서울의 '불량배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국경 부근에서 한국 것들의 무인기 도발행위는 계속됐다"고 주장하고, 이어 "한국이라는 정체는 변할 수 없는 가장 적대적인 우리의 적이고 덤벼들면 반드시 붕괴시킬 대상"이라고 규정했다.
10일 북한군 대변인 성명과 11일 김여정 부부장 담화를 비교하면, 한국 무인기의 북한 영공 도발을 중대한 도발로 규정하고 비난한 점은 같으나 △한국 국방부 입장 발표에 '유의'한다는 표현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위협이 '대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는 요구로 바뀐 점 △김 부부장 개인 입장이라는 형식을 빌려 "그나마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가한 점 등이 달라졌다.
이는 10일 하루 동안 이뤄진 한국 정부의 대응이 나름의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안규백 국방장관은 10일 새벽 북한군이 대변인 성명을 발표한 직후인 같은날 오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우리 군이 보유한 기종이 아니다"라며 "드론작전사령부, 지상작전사령부, 해병대사령부에서도 비행훈련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남북 합동 조사를 제의했다.
청와대도 같은날 정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조정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특히 같은날 저녁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민간 무인기가 북한으로 넘어간 것이) 사실이라면 한반도 평화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이므로, 군경 합동수사팀을 구성해 신속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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