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으로 치닫는 미-이란 전쟁 해법은? 고농축 우라늄 처리로 '출구' 찾아야

[정욱식 칼럼] 이란 고농축 우라늄 전쟁 명분으로 삼은 美, 합의 이행 순탄치 않아도 여기에서 출발해야

미국과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이란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고 전 세계의 유가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이 와중에 미국이 주요 동맹 및 중국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구하고 나섰다. 파병 요청을 받은 나라들이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의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조속한 종전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핵심적인 교전국들이 '종전은 내가 결정정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전쟁의 출구를 찾기가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의 원인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출구를 찾을 수도 있다. 이란이 다량으로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의 해외 반출 협의를 통해 반전을 도모해보자는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이란은 60%로 농축한 우라늄을 약 441kg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90% 이상으로 추가 농축하면 이론적으로는 핵무기 10개 가량을 만들 수 있는 무기급 핵물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IAEA는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런데도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잠재적 핵능력을 문제 삼아 기습적이고 대규모의 공습을 감행하고 있다.

한편 이란은 60% 농축 우라늄 보유 자체는 인정하지만, 핵무기 개발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 근거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핵무기는 이슬람 율법상 금지된 무기이며 이란은 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는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으로 우라늄 농축을 포함한 평화적 핵 이용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미국이 포괄적공동행동(JCPOA)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경제제재를 다시 부과한 만큼, 이란은 우라늄 농축도를 높여 협상 지렛대를 갖겠다는 것이다.

이렇듯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 있는 가운데 2월 하순에 협상의 돌파구가 열리는 듯했다. 오만의 중재로 이뤄진 미국-이란 대화에서 이란이 농축 우라늄과 관련해 양보안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후속 협상 대신에 이란 침공을 선택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해외 반출 논의가 휴전과 종전 논의의 입구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근거는 무엇일까? 일단 이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에 해당한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휴전·종전을 도모할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된다.

미국은 400kg이 넘는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제거를 전쟁의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로 삼아왔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특수부대를 이란에 투입해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하는 방안도 저울질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에는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고농축 우라늄의 저장소를 찾기도 힘들고 이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미군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고농축 우라늄 해외 반출은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란이 이 방식에 동의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때 제3국의 역할이 절실히 요구된다. 제3국이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을 접수해 희석 처리하고 핵연료로 전환해 자국의 원전 가동에 이용하고 이란에는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핵물질 처리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IAEA의 기술협력도 필요하다.

제3국으로는 여러 나라를 검토할 수 있겠으나 중국이 현실적인 중재자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과 이란 모두와 전략적 소통이 가능하고, 대규모 원전을 가동하고 있어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을 희석·핵연료화할 수 있는 역량이 있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5개 상임이사국(P5)과 이란 및 독일이 서명한 포괄적공동행동 당사국이기에 그러하다.

어떤 나라가 이를 자임하든 즉각적인 휴전은 필수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무력사용 중단을 선언하면서 이란에도 무력사용 중단 및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휴전 논의의 물꼬를 터야 한다. 이와 더불어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해외 반출과 제재 완화 협의를 개시하면 휴전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방안이 실현되어도 최종 합의에 도달하는 데에는 험난한 길이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휴전과 더불어 즉각 착수해야 할 것이 협상의 다자화이다. 포괄적공동행동이 7자 합의였고 미국과 이란의 양자 협상에 맡겨두기에는 합의 도달과 이행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기에 그러하다.

이를 추후 과제로 담겨두더라도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기 전에 휴전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국이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을 전쟁의 명분으로 삼았다면, 이 문제의 해결을 통해 전쟁의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 이란과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 유럽연합(EU)이 지난 2015년 7월 14일(현지 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란 핵협상을 최종 타결했다고 밝혔다. 각국 대표단은 회담 직후 기자 회견을 가졌다. 왼쪽부터 왕이 중국 외교부장,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장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 캐서린 애쉬턴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 필립 하몬드 영국 외무장관, 존 케리 미국 국무 장관. ⓒAP=연합뉴스
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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