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혐의를 받는 피고인들의 변호인단이 펼친 '법정 필리버스터' 끝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구형이 연기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9일 윤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사건 및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 내란 중요임무 종사 사건 결심공판을 열었다.
결심공판은 통상 피고인 서증조사, 검찰 구형, 변호인 최후변론, 피고인 최후진술 순으로 이뤄진다. 재판부는 이날 사건 병합에 따라 한꺼번에 법정에 나온 피고인 8명에 대한 결심공판 절차를 모두 마치기 위해 애초 오전 10시로 공지했던 개정시간을 9시 20분으로 전날 당겼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재판부가 다른 피고인의 출석을 확인한 뒤 따로 법정에 입장했고, 재판부를 향해 고개를 숙인 뒤 피고인석에 앉았다. 윤갑근 변호사가 일어서서 그를 맞았다. 법정 내 방청석에는 윤 전 대통령 지지자로 보이는 이들 30여 명이 앉아있었다.
그 뒤 3시간 가량 쉬는 시간 없이 오전 재판이 진행됐다. 변호인단은 이 시간을 김 전 장관 한 명의 혐의에 대한 서증조사에 할애했다. '대통령의 정당한 권한 행사인 비상계엄을 특검이 내란으로 둔갑시켰다'는 주장을 중심으로 펼쳐진 이 변론은 오전 재판이 끝날 때까지 마무리되지 않았다.
점심시간을 갖기 전인 오전 12시 20분경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을 제외한 다른 피고인의 변호인들에게 서증조사 예상 시간을 물었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 피고인 6명의 변호인은 대개 각각 "1시간 쯤 걸릴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은 "6~8시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답했다.
오후 재판은 2시에 재개됐다. 그 뒤로도 김 전 장관의 혐의에 대한 변론이 3시간 30분 가량 지속됐다. 그동안 윤 전 대통령은 대부분 눈을 감고 있었고, 가끔 옆자리에 앉은 변호인과 대화를 나눴다. 꾸벅꾸벅 조는 모습도 수 차례 보였다.
김 전 장관 변호인의 변론은 오후 5시 40분경 재판부가 혈액암을 앓고 있는 조 전 청장의 건강을 고려해 관련 변론을 먼저 듣자고 제안한 뒤에야 잠시 중단됐다. 이어 조 전 청장, 윤승영 전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 등 경찰 간부 출신 피고인의 혐의에 대한 변론이 오후 8시경까지 2시간 20분 가량 이어졌다.
그 사이에는 중간에 두 번 15분 가량의 휴식시간이 주어졌고, 오후 5시 45분경 윤 전 대통령이 밖에 나가 30분 가량 휴식을 취하고 돌아오는 일도 있었다.
세 피고인에 대한 변론이 끝나자 다시 김 전 장관 변호인이 변론을 시작했다. 오후 8시 30분이 넘어가자 변호인 중에도 꾸벅꾸벅 조는 사람이 보였다. 특검 측이 변호인의 말이 너무 느리다며 "시간을 제한하자는 게 아니라 읽는 속도만 빠르게 해달라"고 재판부를 통해 요청하기도 했다.
오후 9시경이 되도 김 전 장관 변론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재판부는 진행에 대해 논의하겠다며 15분 가량 휴식을 선언했다. 재판이 재개되자 변호인 측은 "저녁식사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재판을 하고 있고, 구속상태인 피고인이 밤 10시가 넘어도 식사를 못하고 체력적으로 지친 상황"이라며 "오늘 진행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정하면 좋겠다"고 했다.
재판부가 "오늘 끝내야 하지 않겠나"라고 하자 변호인 측은 "물리적으로 시간을 줄이거나 효율적으로 단축해서 할 수 있는 분량이 아닌 것 같다"며 "새벽까지 해야 될 상황"이라고 직접적으로 재판 일정 연기를 요청했다. 재판부는 "원래 12월 말 경에는 (재판을) 종결한다고 했다"며 "겹치지 않는 부분만 (변론)하면 시간이 많이 걸릴까 싶다"고 한 차례 요청을 거부했다.
변호인 측은 "다른 피고인의 변호인들이 서증조사를 마치면 새벽 1시 정도 될 걸로 예상되는데, 그때부터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윤석열 대통령 변론을 비몽사몽인 상황에서 하라는 건 맞지 않다"고 재차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알았다"며 이날 윤 전 대통령을 제외한 다른 피고인에 대한 서증조사를 모두 마치고 "오는 13일 추가기일을 잡아 재판을 끝내자"고 제안했다. 특검과 변호인단도 이에 동의했다.
다시 변론을 시작하며 김 전 장관 변호인은 "30분 안에 끝내겠다"고 말했다. 그가 준비한 변론서면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60여 페이지가 남은 상황에서였다.
윤 전 대통령이 받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해 가능한 법정 형량은 무기금고, 무기징역, 사형뿐이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은 점을 사형 구형의 근거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국이 실질적 사형 폐지국이라는 점을 고려해 무기징역을 구형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편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 변론 과정에 대해 "공동 피고인들이 동일 기일에 순차적으로 변론을 진행함에 따라 전체 절차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으나 이는 각 피고인의 방어권을 충실히 보장하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언론 공지를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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