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따뜻한 부검'을 해서 세포를 떼어내고 배양하나?

[최준석의 과학자 열전] 오지원 연세대 의대 교수 인터뷰

오지원 연세대학교 의대 교수(해부생물학)는 "시신에서 떼어낸 세포를 한 개씩 따로 배양해서 각각을 딸세포 집단으로 키우는 건(clonal expansion) 매우 어려운 기술이다"라며 "이 '클론 확장'을 우리 팀이 잘한다. 아주 잘 한다. 세계에서 제일 경쟁력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지난 12월 29일 연세대 의대 내 연구실로 찾아간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에서 자부심이 느껴진다. 오 교수가 하는 부검은 '따뜻한 부검'(warm autopsy)이다. 보통 사망 6시간 안에 한다. 숨은 멈췄으나, 조직과 장기의 세포는 살아 있으니, 이걸 떼어내는 거다. 연구-교육용으로 몸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이 사망하자마자 준비 작업에 들어가, 시신을 옮겨 오고, 이를 오 교수팀은 연구실 인근의 '해부학교실' 공간에서 빠르게 부검한다.

오 교수는 왜 이런 작업을 하나? 우리 몸에 있는 세포들의 조상 세포를 역추적하기 위해서다. 역추적하면 몸에 있는 모든 세포가 어떤 조상 세포에서 기원했는지를 알 수 있다. 역추적을 위해 '체세포 모자이크 현상'을 이용한다. 우리 몸의 세포들이 각각 갖고 있는 유전자책, 즉 유전체(whole genome) 내용이 일부 조금씩 다르고, 이를 '체세포 모자이크 현상'이라고 한다. 종전에는 한 사람의 몸 안에 있는 세포들은 같은 유전체를 갖고 있다고 알았으나, 이게 달라졌다. 옛 교과서는 틀렸다.

▲오지원 연세대 의대 교수 ⓒ성유숙

모자이크 현상은 복제 오류가 원인이다. 수정란은 세포 분열을 연속해서 일으키는데, 알고 보니 분열 때마다 미세한 돌연변이가 생긴다. 환경 자극에 따른 DNA손상도 유전체 모자이크 현상의 원인이 된다. 그러니 모자이크 현상을 잘 들여다보면 체세포 돌연변이 발생 순서와 분포를 파악할 수 있다. 돌연변이의 발생 시점을 재구성하면 사람의 발생 과정을 역추적할 수 있다. 또 노화, 암과 같은 질병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다. 이는 단일 세포 시퀀싱(sequencing, 염기서열 읽기) 딥 시퀀싱(deep sequencing)과 같은 기술 등장으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오 교수는 지난해 7월 최상위 학술지 '네이처'에 논문을 냈다. 이 논문 저자들은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주도하는 글로벌 협력 연구 프로젝트(SMaHT)에 참여한 연구자들이고, 오 교수는 4명의 공동 교신저자 중 한 명이다. 공동 교신저자라는 건 이 프로젝트에서 오 교수 비중이 높다는 뜻이다. SMaHT(Somatic Mosaicism across Human Tissues)는 건강한 사람 몸의 체세포 모자이크 현상을 보여주는 표준적이고 종합적인 지도를 만드는 게 목표다. 프로젝트 기간은 2023-2028년. 오 교수는 어떤 연구 성과를 그간 보였길래 SMaHT가 낸 논문의 공동 교신저자가 됐을까?

오지원 교수는 의사과학자(M.D.-Ph.D.)다. 경북대 의대를 졸업하고(01학번), 의사과학자의 길을 걸었다. 석사-박사 때 경북대 의대에서 면역학을 공부했고, 박사후 연구(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 캠퍼스)를 하며 발달생물학을 만났다. 2016년부터 경북대학교 해부학 교실 교수 겸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 교수로 일했고, 2022년에 연세대 의대(해부학 교실)로 옮겨 연구하고 있다.

▲그림 2. 몸의 세포들을 보고 조상세포의 유전적 특징을 역추적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개념도. 수정란(zygote)이 모두 세 번 분열하면 각각 어떻게 유전적인 변이를 얻는가를 표시하고 있다. 첫 번째 분열을 하면 A, B라는 변이가 각각의 자손 세포에 생기고, 두 번째 분열에서는 C, D, E, F라는 변이가 생긴다는 식이다. 세 번째 분열에서는 G, H, I, J, K, L, M, N이라는 변이가 각각의 자손 세포에 생긴다. 이런 변이가 한 세포에 쌓인 걸 모으면 ACG, ACH, ADI(그림 왼쪽부터)라는 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들 변이를 비교해 공통으로 존재하는 변이를 탐색하면 조상세포는 어떤 유전적 변이를 갖고 있었을까 하는 걸 알 수 있다. 결국 A와 B세포로 각각 기원이 올라간다. 이런 식으로 몸이 갖고 있는 체세포 돌연변이 현상, 즉 체세포 모자이크 현상을 보면 몸의 발달 시점을 역추적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Choi SH+, Ku EJ, Choi YA, Oh JW#, “Grave-to-cradle: human embryonic lineage tracing from the postmortem body”. 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 2023 Jan.

5대 5일까, 7대 3일까?

오지원 교수를 만나러 가기 전 그의 강연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보았다. 2023년 여름에 '경암 바이오 유스 캠프'에서 한 것이고, 동영상 제목은 '사람의 수정체는 어떻게 온 몸이 될까?: 시신에서 찾는 생명의 탄생'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Tku-oGtQgWo) 오 교수는 자신의 전공 분야인 사람발생학을 소개하는 강연을 시작하며 학생들에게 질문한다.

수정란이 분열해서 두 개가 된다. 두 세포를 편의상 A, B라고 하자. A, B는 이후 분열을 거듭해서, 우리 몸을 만든다. 몸에 세포 수는 30조에서 60조라고 알려져 있다. A세포와 B세포 후손 세포들의 비율은 어떻게 될까? 주어진 답은 세 개. 1) 5: 5, 2) 99: 1 3) 6대 4, 혹은 7대3. 학생들은 5:5를 대부분 선택했다. 오 교수는 "하나의 세포에서 유래한 모든 자손세포를 추적하는 걸 '세포 조상 찾기'(Lineage tracing, 계보 추적)라고 한다"라고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사람 세포의 분열 과정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적하는 것일까? A, B 세포에 각각 주황색과 초록색을 준다고 하자. 세포들이 분열을 거듭하면 주황색과 초록색이 늘어날 것이고, 결과적으로 몸 전체가 주황색 점과 초록색 점들로 가득 찬다. 주황과 초록의 모자이크다. 그걸 보면, 예컨대 뼈를 이루는 세포는 A세포에서 많이 왔고, 심장을 이루는 세포는 B세포에서 기원했음을 알 수 있다. 생쥐에 대해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연구를 많이 했다. 문제는 사람에게는 이런 식으로 할 수는 없다는 거다. 사람 유전자에 손을 대는 건 윤리에 어긋난다. 현재 사람 배아 발생 연구자는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인간 배아가 수정 후 14일이 되기 전에 연구를 중단하고 배아를 파괴해야 한다. '14일 규정'은 1979년 세계적으로 채택된 바 있다.

무덤에서 요람으로

오지원 교수가 사람 체세포 모자이크의 기원을 추적하는 방법론은 '무덤에서 요람까지' 접근법이다. 죽은 사람의 몸에서 시작해, 태아 발생 초기까지의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한 사람의 체세포들이 갖고 있는 유전체 변이를 추적한다. 전통적인 발생학 연구가 수정란에서 시작하는 것과는 반대 방향이다. 기존 발생학자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방식이라면, 그는 거꾸로 간다.

▲배아가 첫 분열을 일으키면 두 개 세포가 된다. 각각을 주황색과 녹색으로 칠한다. 세포들은 분열할 것이고, 나중에 사람 몸은 주황색과 녹색인 세포들로 가득 찬다. 이게 체세포 모자이크 현상을 보여주는 기본 개념이다. 사람 몸에서 시작해서 거꾸로 그 세포의 기원을 역추적해가는 게 오지원 교수가 사람발생학을 하는 연구방법이다. '무덤에서 요람으로' 기법이라고도 한다.

이 지점에 그의 경쟁력이 있다. 오 교수가 갖고 있는 '단일세포 클론 확장'(Single cell clonal expansion) 기술이 '체세포 돌연변이 연구'에서 결정적인 무기다. 앞에서 그는 "이걸 우리가 아주 잘 한다. 전 세계에서 우리가 제일 경쟁력 있는 것 같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오 교수는 "흥미로운 점이 있다. 모자이시즘(mosaicism) 분야에서 전산 생물학(computational biology)를 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많으나, 나와 같은 클론을 확장해서 'Wet data'(생체 샘플 재료를 통해 얻어낸 유전체 염기서열 데이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그룹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라고 자신의 차별점을 강조했다.

2021년에도 네이처에 논문 출판

오지원 교수는 2021년에도 네이처에 공동 교신저자로 논문을 출판한 바 있다. 다른 교신저자는 주영석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다. 오 교수는 2021년 네이처 논문이 자신의 국제적인 네트워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하나의 트리거(방아쇠)가 됐다"라고 말했다. 2021년 네이처 논문이 무엇인지, 이에 대한 오 교수 설명을 옮겨 본다.

"사람 세포의 조상 세포 계보 구축을 포스트모템(Postmortem, 부검 시신)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걸 보인 논문이다. 당시만 해도 유전적 모자이크 현상이라는 개념보다는, 전장유전체 서열읽기(Whole Genome Sequencing, WGS)라는 도구를 통해 찾아낸 돌연변이를 갖고 세포의 기원을 역추적한다는 개념이 더 컸다. 이 개념을 마우스를 갖고 처음으로 보인 사람은 주영석 교수의 지도 교수인 영국 유전자학자 마이클 스트래튼 경(웰컴 생어 연구소 소장 역임) 그룹이다. Hans Clevers & Michael R. Stratton, "Genome sequencing of normal cells reveals developmental lineages and mutational processes", Nature, 513, 422-425(2014). 내가 미국에 있을 때(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 캠퍼스 포닥 시절)인 2014년 네이처에 논문이 나왔고, 나는 흥미롭게 읽었다. 그러면서 이런 연구를 하는구나 하고만 생각했다. 내가 이걸 나중에 할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두 세포의 기여가 비대칭적

마이클 스트래튼 경은 유전학자이고, 여기에 전산생물학을 결합하여 암의 원인을 규명하는 암 유전학자다. 그는 마우스에서 얻어낸 세포들을 '클론 확장'시켜야 했는데, 이 부분은 다른 전문가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오가노이드(미니 장기) 전문가인 한스 클레버스 교수 그룹과 협업했다.

스트래튼 경이 한스 클레버와 협업했듯이, 스트래튼 경의 제자인 주영석 교수는 오지원 교수와 함께 했다. 오 교수가 시신에서 '클론 증식'을 통해 데이터를 생산했고, 주 교수는 그 데이터를 받아 전산생물학으로 분석했다. 당시 오 교수는 경북대의대 교수였다.

이때 연구, 그러니까 2014년 네이처에 보고한 논문에서 알아낸 것을 보면 이렇다. 수정란이 첫 번째 분열로 생긴 두 개 세포가 있을 때, 두 세포가 만드는 후손 세포들의 체내 분포가 불균등하다는 거다. 앞에서 우리는 오 교수의 강연 동영상에서 퀴즈를 만난 바 있다. A세포와 B세포의 후손 비율이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질문이었다. 오 교수가 분석하니, 5대 5인 사람은 없었다. 사람마다 달랐고, 평균적으로는 66대 33이었다.

단일 세포 클로닝

오지원 교수의 무기인 '클론 확장'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오지원 교수는 2016년에 관련 연구를 경북대 의대에서 시작, 2021년 네이처 논문을 출판했다. 그리고 네이처 논문이 나온 다음해인 2022년 연세대 의대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응급 시신을 해부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했다.

오 교수는 "떼어낸 세포들을 갖고 염기서열 분석을 하려면 분자생물학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있어야 한다. 조직을 떼어낼 때 유전체를 길게 뽑을지 짧게 뽑을지, 짧게 뽑으면 양은 얼마를 뽑아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분자생물학을 잘 알고 있으면서 부검을 하는 사람이 적다. 분자생물학자는 생화학교실과 생리학교실에 있고, 부검하는 의사는 해부학교실이나 병리학교실에 있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분자생물학과 해부학을 다 하는 사람이 세계적으로 매우 소수다"라고 말했다. 오 교수가 그런 '소수'에 속한다.

오 교수에 따르면, 시신에서 100개의 단일 세포 클론 확장을 해내려면 성공률로 생각했을 때 천 군데를 잘라야 한다. 떼어낸 손톱 크기 조직을 세포 배양실로 갖고 가서, 덩어리(오가노이드 혹은 플레이트 배양)로 키운 뒤 현미경 아래 놓고 세포 하나 하나를 분리 확인한다. 그리고는 실험장비(웰)에 집어넣고 각 세포가 증식하고 분열해서 자손세포들을 만들어내게 한다. 떼어내 보는 건 쉬우나, 증식에서 시작해서 클론 집단으로 키우는 일은 어렵다.

오 교수는 "한 개 세포를 10만 개에서 100만 개 클론들로 키운다. 클론을 만드는 데는 3~6개월 걸린다"라고 말했다. 기술(단일 세포 클로닝)이 없으면 클론이 생겨나지 않거나, 만든다 해도 10만 개 규모로 키우지 못해 후속 실험을 하지 못한다.

이후 세포들을 으깨어 세포 안에 들어 있는 DNA 염기서열, 즉 유전자 책을 읽는다. 같은 세포 복제본들의 유전자 책은 내용은 거의 같다. 내용이 같은 데 10만~100만 권의 유전자 책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뭘까? 유전자 책을 읽는 기술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이를 줄이는 방법 중 하나가 샘플 수를 늘리는 거다. 이렇게 하면 '잡음'을 극복하고 유전자 책을 높은 해상도로 읽어낼 수 있다.

2021년에는 한 사람에게서 126개 클론 집단을 얻어내

경북대 의대 재직 시에 발표한 2021년 네이처 논문의 경우, 오지원 교수 팀은 7명의 시신 기증자에게서 얻어낸 세포 중 총 374개의 세포를 각각 클론 집단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374개 중 품질이 낮거나 해석이 곤란한 일부 샘플을 빼고 최종적으로 분석에 사용한 건 334개다.

오 교수는 "기존에는 혈액을 뽑아내서 본다거나 아니면 일부 내장 기관만 봤고 해부학적으로 온 몸에서 세포를 우리 만큼 꺼내거나 키우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라며 "당시에 한 사람 기준으로 보면 126개의 서로 다른 세포를 살려서 클론 확장시켰는데, 이게 당시 최고 수준이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이때보다 훨씬 많은 곳에서 세포를 떼어내고 있고, 또 클론 집단으로 확장하고 있다. 온 몸에 좌표를 부여하고, 4000군데에서 조직을 떼어낸다. 그 결과, 100개 보다 훨씬 많은 클론 집단을 키워 데이터를 얻어내고 있다. 논문화 작업을 하고 있다.

외국 연구자와 네트워킹

2021년 네이처 논문이 나간 뒤에 외국 연구자들로부터 공동연구를 제안하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오 교수와 협력연구를 기대하는 외국 연구자들이 있었다. 오 교수 말을 옮겨 본다.

"이게 좀 삼국지와 같다. 영국과 미국, 한국이라는 세 축으로 표현할 수 있다. 영국의 웰컴 트러스트 생어 연구소가 이 분야에서 제일 잘 한다. 이곳은 wet lab과 dry lab(전산 생물학 위주의 연구실)을 다 하기에 외부와 협력 연구없이 자체적으로 연구가 가능하다. 다른 한 축은 미국이다. 미국에 당시 wet lab과 dry lab이 분리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예일대학교 그룹(플로라 바카리노 교수)은 우리 그룹처럼 생물 샘플(wet material)을 직접 다뤘고, 메이요 클리닉 그룹(알렉세이 아비조브 교수)은 생물정보학으로 이 분야를 시작했다. 그리고 한국에는 나와 주영석 교수 등이 당시 열심히 했다."

미국의 두 개 팀은 뇌를 중심으로 했다. 예일대 그룹의 경우 교수가 정신과 의사인 게 뇌 연구 배경이다. 2021년 네이처 논문을 보고 메이요 클리닉 교수가 오 교수에게 연락해 왔다.

"알렉세이(메이요 클리닉 교수) 입장에서는 생물 샘플을 하는 그룹인 예일대 그룹과 해왔던 일을 나와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다. 이때 나의 네트워킹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알렉세이가 중심인 미국 내 네트워크와 내가 연결 되었다. 거의 매주 줌(zoom)으로 온라인 미팅을 하기 시작했다. 메이요 클리닉 병원이 있는 로체스터(미네소타 주)를 내가 방문하기도 했다."

미국의 체세포 돌연변이 연구

오지원 교수에 따르면, 체세포 돌연변이 분야에서 영국 그룹이 잘 하니, 미국은 뇌를 중심으로 이 분야를 파고 들었다. 2010년대 중반 미국에서 시작한 BSMN 프로그램이 그런 배경을 갖고 있다. BSMN, 즉 '뇌 체세포 모자이크 네트워크'는 뇌 질환과 체세포 돌연변이의 상관 관계를 밝히는 게 목적이고, 미국 국립보건원 주도로 진행됐다. 그리고 후속 프로그램이 만들어졌고, 이게 오지원 교수가 참여한 SMaHT Network다. SMaHT는 연구비 규모가 1억4000만 달러이다.

SMaHT가 연구를 시작하며 향후 연구의 비전과 연구 방법론, 연구 목표 등을 제시한 게 2025년 7월 네이처에 나온 논문이다. 논문 집필은 오지원 교수와 브로드 연구소(MIT-하바드 대학교) 연구자가 했다. 논문은 연구 성과를 보고하는 학술 논문이 아니고, Marker paper(이정표가 되는 논문)다. 오 교수는 "마커 페이퍼는 대규모 연구를 시작할 때 출사표를 던지고 이정표를 세우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런 논문을 학술지에 발표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네이처가 그런 '출사표'를 '입도선매'하는 이유가 있다. 해당 프로젝트가 쏟아낼 양질의 데이터 논문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오 교수는 자신이 네 명의 공동 교신저자 중 한 명에 포함된 것과 관련 "운이 좋았던 것 같다"라며 겸손해했다.

오 교수가 갖고 있는 과학적인 질문

오지원 교수는 "다른 연구자들은 질병에 관심이 많으나, 나는 사람 몸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재구성하는 데 관심이 크다"라고 말했다. 예컨대 심장은 배아 발생 초기에 있던 몇 개의 세포가 언제 모두 만들어낼까? 하는 과학적인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오 교수는 이어 "몸은 좌우 대칭 구조인데, 오른쪽에 있는 세포는 언제 자신이 오른쪽이라는 걸 알게 될까도 좋은 질문이다"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오른쪽-왼쪽 결정'(right-left decision) 질문에 대한 모범답안은 2021년 네이처 논문에서 초기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당시 결과로는 배아가 네 번째 혹은 다섯 번째 분열 전에 오른쪽-왼쪽이 결정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후 표본 수를 늘려서 보니, 그보다는 약간 뒤라는 걸 알게 됐다.

또 태반이 될 세포와 태아의 몸을 이룰 세포는 수정란 분열 몇 단계에서 그 운명이 결정되느냐는 질문이 있다. 2021년 논문에서는 8개 세포가 생겨났을 때 이중 5개가 태반을 만들고, 나머지 3개가 몸을 구성한다고 했다. 오 교수는 "지금 표본 수를 늘려서 보니 그게 아닌 것 같다. 추가 분열이 일어난 단계에서 결정된다"라고만 말했다.

또 외배엽, 중배엽, 내배엽이라는 게 있다. 배아가 10회 이상 분열이 일어난 후에 생기며, 세포 조직의 바탕이 되는 세 개 층이다. 외배엽은 몸의 피부와 신경계가 되며, 중배엽은 뼈와 혈관, 내배엽은 장기가 된다고 생물학 교과서는 말한다. 오 교수는 "우리가 봤을 때는 조직을 만들어 낸다는 관점에서 배엽의 개념을 확장-변경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장기적으로 생물학 교과서의 발생학 관련 내용을 바꾸는 게 나의 꿈이다"라고 말했다.

한때 야반도주 고민

오지원 교수는 경북대 의대 동기 140명 중에서 유일하게 기초의학자가 되었다. 동기 한 명이 더 있었으나, 두 달하고 그만 뒀다. 그런 걸 '야반도주'라고 표현한다. 오 교수도 석사과정 1년하고 '야반도주'할 뻔했다. 전문의 길을 가는 동기들에 비해, 자신의 미래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논문 지도 교수인 면역학자 고(故) 김정철 교수가 "이왕 시작했으니 석사과정 2년은 마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며 말렸다. 전문의 길을 가지 않는 대신, 석사 마치고 '모발 이식 클리닉'을 오픈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했다. 김 교수는 경북대병원에 모발이식센터를 국내 대학병원 최초로 오픈한 모발이식 전문가다. 오 교수는 "면역학에서 파생해서 발전한 게 이식학이다. 지도교수님은 모발 이식 수술을 위한 표준 술식, 즉 방법을 만드셨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공부(모발 줄기세포의 행동 연구)를 하다 보니, 재밌어졌고, 오 교수는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그 때 교수님이 안 말려 주셨으면 큰 일 날 뻔 했다"고 웃었다. 그게 오늘날 그가 체세포 모자이크 분야의 대가 반열로 올라가는 길로 이어졌다.

그의 방에는 산악자전거 한 대, 로드 바이크 한 대 등 모두 세 대의 자전거가 있었다. 자전거 이야기를 나는 운도 떼지 못했다. 연구 이야기를 하다 보니 2시간이 지났기 때문이다. 연구 관련 궁금한 게 여전히 많았지만, 다음 기회를 또 보기로 했다.

▲오지원 연세대 의대 교수 ⓒ성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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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석

뒤늦게 '과학책'에 빠져 8년 이상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문과 출신의 중견 언론인. <주간조선>에 '과학 연구의 최전선'을 연재했고, 유튜브 채널 '최준석과학'을 운영한다. <나는 과학책으로 세상을 다시 배웠다> 저자이며, 조선일보 인도 뉴델리 특파원의 경험을 살려 <인도 싫어하거나 좋아하거나> 등 다수의 책을 썼고, <떠오르는 인도>를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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