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부델가두의 긴급 구호 활동가들은 모잠비크 분쟁의 규모와 심각성에 비해 국제 사회와 언론의 관심이 지나치게 적다고 입을 모은다. 분쟁과 가스전 개발의 관계를 살펴보기 전, 현장 가장 가까이에서 지역 사회를 긴급 지원한 활동가들을 만났다. 편집자
카부델가두주는 분쟁 동안 의료 붕괴 상황까지 치달았다. 분쟁이 격화했던 2021~2022년, 지역의 모든 의료 시설이 파괴되고, 보건의료 인력도 피난을 떠나 1년 넘게 돌아오지 않았던 텅 빈 지역들이 있었다. 2023년 기반 시설이 재건되기 시작했지만 속도는 더디다. "아직 주 전체 의료 시설의 60% 정도가 제기능을 하지 못한다." 국경없는의사회 모잠비크 의료책임자 데닐송 보르제스 로우자다(Denilson Borges Louzada)의 진단이다.
카부델가두는 모잠비크에서도 가장 가난한 주다. 8만2000여 명이 사는 팔마 지구엔 의사가 2명 밖에 없다. 의료 장비가 없는 보건지소 하나가 1만9000명 주민을 담당한다. 이 가운데 국경없는의사회는 모잠비크 보건부를 제외하면 거의 유일한 의료 지원 조직으로 2019년부터 카부델가두에서 활동해왔다. 분쟁 동안의 의료 붕괴 위기 지역에선 유일한 의료진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동안 긴급 지원 활동가들이 목격한 카부델가두의 위기는 어떤 모습이었고, 현장엔 무엇이 필요할까. <프레시안>은 지난 11월 25일 수도 마푸토시, 12월 1~3일 카부델가두주 주도 펨바시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유엔난민기구(UNHCR), CUAMM(Doctors with Africa CUAMM) 등을 방문해 현장의 심각성을 전해 들었다.
보건의료 다방면 붕괴
12월 3일 오전 방문한 국경없는의사회 펨바 사무소는 출장 준비로 한창 분주했다. 지난 11월부터 폭력사태가 연이어 발생한 남풀라주 지역 세 곳에 이동 진료소를 설치하려고 활동가들이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남풀라엔 11월에만 10만 명의 피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지 상황을 확인한 로우자다 활동가는 피난민들이 극심한 영양실조와 탈수, 중증 피부질환, 설사 등의 증세를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피난민은 음식도, 물도 거의 먹지 못한다. 물을 구해도 오염된 물을 마시기 일쑤며, 장기간 걸어서 도망쳐왔기에 대다수가 질병에 걸리거나 극심한 탈수 상태로 발견된다"며 "아이들의 말라리아 감염과 영양실조 문제는 특히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피난민들은 피난처에 도착한 뒤에도 굶주림에 계속 시달린다. 생계난에 허덕이며 충분한 식량을 구할 수 없다. 그는 이들의 하루 평균 음식 섭취량은 약 500kcal다. 통상 성인 평균 섭취량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며 "실향민의 60%가 아이들이다. 많은 아이들이 굶주리고 영양실조에 걸렸으며, 말라리아와 설사증세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가장 위험한 질병은 말라리아다. 치사율이 높다. 그는 "이곳의 말라리아는 '열대열 말라리아'(말라리아 중 가장 치명적인 종류)로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기 쉽다"며 "임산부와 아이들이 특히 취약한데, 중증 말라리아에 걸린 아이들을 적지 않게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카부델가두에서 진료한 환자를 대상으로 통계를 내 본 결과, 환자의 60%가 말라리아 환자였고, 설사 환자는 30%가량이었으며 영양실조는 34%정도로 파악됐다. 로우자다 활동가는 "현지의 열악한 의료 접근성 때문에 이 통계가 전체를 반영할 순 없다"고 덧붙이며, "영양실조는 우리가 조사한 비율보다 훨씬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성폭력 피해 아동에 약품 전달도 못해…"
"현재 카부델가두주 마코미아구는 7개 보건센터 중 오직 한 곳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키상가구도 7개 보건센터 중 하나만 문을 열었고, 모심보아 다 프라이아구는 8곳 중 3곳이 가동 중입니다."
지난 11월 25일 수도 마푸토시에서 만난 나탈리 기엘렌(Natalie Gielen) 국경없는의사회 모잠비크 지부 대표는 "의료 붕괴 위기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카부델가두주 4개 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해왔는데, 지난 9월 불가피하게 1개 지역에서 인력을 임시 철수했다. 모심보아 다 프라이아구에서 무장 단체의 폭력 사태가 격화되며 활동가들의 안전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기엘렌 대표는 "그곳에 남은 주민들은 (보건의료적으로) 방치된 상태여서 정말 걱정된다"며 "우리가 들어가지 못하는 곳에 수천, 수만 명의 방치된 사람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분쟁과 관련해선 보통 피난민에 집중을 하지만, 피난조차 떠날 수 없어 남는 사람도 많다"며 "카부델가두의 주민 대부분이 어떤 식으로든 분쟁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 자원 공급망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육로 이동이 제한되고, 도로와 차량 등도 파괴되면서 물류 공급이 중단되고 있다. 이는 "치료할 수 있는 환자조차 치료하지 못하는 위기"를 초래했다. 기엘렌 대표는 모잠비크 최북단의 팔마(Palma)를 떠올렸다. 분쟁 피해가 가장 심각했던 지역이다. 그는 "한번은 팔마의 성폭력 피해 아동 둘에게 즉각 감염 예방 처치 약물을 공급해야 했음에도, 전달하지 못했다"며 "있는 약도 제때, 필요한 곳에 못 쓰는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130만 명 피난, 분쟁 남부 확산
2017년 10월 분쟁이 본격화된 이래 현재까지 최소 130만여 명이 피난으로 강제 이주됐다. 카부델가두 인구 280만여 명의 약 46.4%다. 국제이주기구(IOM)는 지난해 3월 기준 70만여 명은 고향으로 돌아갔고, 60만여 명은 여전히 돌아가지 못한 채 피난 중이라고 추정했다.
"안전한 지역이 줄고 있는 게 현재 가장 큰 우려입니다. 카부델가두를 넘어서 갈등이 확산하고 있어요. 가령 남풀라는 북부 카부델가두 주민이 피난갔던 곳입니다. 그런데 이제 이곳이 공격을 받고, 남풀라 주민이 카부델가두로 되레 도망칩니다. 확실히 새로운 양상입니다."
이사도라 조니(Isadora Zoni) 유엔난민기구 보고관은 "올해 7월 이후에만 30만 명이 피난길에 올랐다"며 "2023년 많은 주민들이 귀환했는데, 2024년부터 다시 피난민 수가 대폭 늘고 있다"고 밝혔다. "안타깝게도 인도적 비상 사태가 끝나는 건 아직 멀게만 보인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반복해서 피난을 떠나고 있다. 그는 "최근 발생한 피난민의 80%가량이 세 번 이상 피난을 겪은 이들이었다"며 "현장에선 '이젠 지쳤어요. 다시 돌아가지 않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는 말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고향으로 돌아간 피난민도 상황이 어렵긴 매한가지다. 조니 보고관은 "이들의 집은 불탔고, 마을은 거의 다 파괴됐다. 가령 6만여 명이 살았던 모심보아 다 프라이아엔 최근까지 시민등록소(동사무소), 은행, 주유소 등이 아직 복구되지 않았다"며 "일상에 필요한 기본 요소들이 갖춰지지 않았다. 여전히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급증하는 여성 폭력
12월 2일 오전 유엔난민기구가 운영하는 한 비공개 안전가옥에선 여성 20여명이 모여 가정폭력, 조혼 등의 문제를 두고 열띤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CUAMM과 유엔난민기구가 지원하는 여성폭력(젠더 기반 폭력) 피해생존자 모임이다.
분쟁 동안 여성들이 반군에 납치돼 강제로 결혼을 당하거나 강간당한 사건들은 언론보도로도 여러 차례 확인됐다. 군인이나 경찰의 강간 사건도 보고된다. 실향민 마을에서는 물품 지원을 대가로 여성에게 성매매를 요구하는 사건이 발생해 왔다. 피난민 여성들은 구호품을 배부받는 동안 물건을 가로채려던 남성들에게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만난 베르티나(28·가명)는 5명의 자녀를 3년 넘게 홀로 키우고 있었다. 3년 전 남편은 가족을 버리고 떠났고, 먼 지역에서 다시 다른 여성과 결혼해버렸다. 2년 전 태어난 막내는 장애가 있었고 병원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아야 했다. 어떻게든 돈을 구해도 병원비로 다 써버려 다섯 자녀를 제대로 먹이고 입힐 돈이 부족했다. 가까스로 남편을 찾았으나, 양육비를 요구해도 '돈이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수 없는 지금이 너무 절망적"이라며 "어떻게든 방법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여성폭력 피해생존자를 지원하는 CUAMM 활동가 엘리사 템베(Elisa Tembe)는 이를 경제적 학대(가족 유기)라고 봤다. "분쟁 전에도 있던 문제였으나, 분쟁 후엔 그 수가 정말 크게 늘었다"고 했다. 이뿐 아니라 성폭력, 납치, 조혼, 강제 노동, 가정폭력 등도 분쟁을 기점으로 크게 증가했다. 템베 활동가는 "가장들이 생업을 잃은 스트레스와 좌절감을 가족에게 폭력으로 전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성 폭력 문제는 급증하지만, 자신의 권리를 인지하지 못해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도 많다"며 "피해생존자들은 이렇게 매주 정기적으로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힘을 받고, 우리는 사건을 지원하고 여성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관심에 지쳐… '모잠비크라서' 외면할까
기엘렌 대표는 카부델가두주의 HIV 감염 확산 문제를 끝으로 강조했다. 2024년 기준 카부델가두의 HIV 유병률(15~49세)은 13.8%다. 전 세계 평균 유병률이 0.7%이고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도 1% 미만으로 추정되는 점에 비춰 매우 높은 수치다.
"오늘날 어떤 아이도 HIV에 감염된 채 태어나게 해선 안됩니다. 우리는 HIV를 진단하고 아이들을 보호할 수단을 이미 알고,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HIV, 결핵 등 감염병 대응은 국경없는의사회의 주요 임무입니다. 우리는 카부델가두에서 HIV 감염을 효과적으로 통제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분쟁 발발 후, 우린 뒷걸음질 치고 있습니다."
기엘렌 대표는 "분쟁으로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크게 훼손되면서, HIV를 갖고 태어나는 아이들이 도로 늘고 있다"며 "이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정말 슬프다. 이래선 안 된다"고 거듭 말했다.
그러나 현장의 참상에 비해 국제 사회의 관심은 지나치게 부족하다고 그는 느꼈다. 여전히 한 해 30만 명이 넘는 사람이 피난민이 되고, 한 사람이 세 번, 네 번씩 피난길에 오르고 있으나, 국제 사회의 해외 원조 규모는 3년 전부터 대폭 줄었다. 모잠비크 정부마저 지난해 보건의료 예산을 10% 더 삭감했다.
기엘렌 대표는 "특히 언론에서 카부델가두는 많이 다뤄지지 않는데, '모잠비크'가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라며 "아마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수단 등 전 세계적으로 많은 곳에서 갈등이 존재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은 더 많은 인력과 약품, 보건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보건의료에 대한 지원을 잊지 않길 간곡히 국제사회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조니 보고관 또한 "세상이 모잠비크에서 일어나는 일을 잊어간다는 생각이 든다"며 "2017년부터 시작된 위기지만, 안타깝게도 최악의 상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말로 생명을 구하는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의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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