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 주모자로 몰려 억울한 죽음을 맞은 독립운동가 고(故) 이관술 선생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데 대해, 정의당이 "역사의 오류를 바로잡은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을 앞장서 환영한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30일 논평을 내고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사회주의 독립운동가 학암 이관술 선생의 통화위조 등 혐의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것을 두고 이같이 밝혔다.
정의당은 조선정판사 사건을 "진보와 평등을 말하는 목소리를 억압하고자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들을 역사 속에 가두었던 공안조작 사건"으로 규정하며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앞장서왔으며, 해방 이후 수많은 대중의 지지를 받아 온 조선공산당을 불법화하기 위한 미군정과 우익 세력의 조작사건"이라고 했다.
이어 '관련자들의 자백은 사법경찰관들의 불법 구금 등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시한 이번 법원의 판결문을 두고 "당시 진술조서에는 구금과 고문의 흔적이 명백히 드러나며, 위조지폐와 인쇄에 사용된 원판 역시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고 부연했다.
이들은 "그러나 미군정과 우익 세력은 '공산주의를 억압해야 한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증거와 조서를 조작하여 무고한 관련자들을 체포했고, 이후 이들은 한국전쟁 당시 국군에 의해 학살당하는 등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다"고 했다.
정의당은 "이번 이관술 선생의 정판사 사건 무죄 판결은 당연한 귀결이자 우리 역사의 부끄러운 오류를 바로잡은 판결"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동시에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당당히 드러나지 못하고 소수의 기억 속에만 갇혀 있는 수많은 사회주의 독립운동의 역사가 존재한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 정권의 육군사관학교 홍범도 동상 철거 논란은 여전히 낡은 색깔론을 정치도구로 삼는 일부 세력들이 역사를 취사선택하며 분명히 기억되어야 할 이름들을 고의적으로 지우고 있음을 보여 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단지 평등과 평화를 외치고 사회주의를 주장했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탄압을 받고 때로는 학살의 피해자가 되었던 이들의 기억이 해방되지 못한다면 우리 역사는 여전히 반공주의의 낡은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촉구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현복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이관술 선생 통화위조 등 혐의 재심 재판에서 "관련자들의 자백은 사법경찰관들의 불법 구금 등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은 조선공산당의 핵심 간부들이 1945년 말부터 1946년 초까지 서울 소공동 근택빌딩에 있는 '조선정판사'에서 200만 원씩 6회에 걸쳐 총 1200만 원의 위조지폐를 찍었다고 알려진 사건으로, 당시 이 선생 등이 주모자로 지목됐다.
사회주의 성향 독립운동가였던 이 선생은 해당 사건의 주모자로 지목된 후 1946년 미군정기 경성지방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이후 대전형무소에서 복역하다 한국전쟁 중인 1950년 7월 대전 골령골에서 끝내 처형됐다.
이 선생의 외손녀 손옥희 씨가 지난 2023년 7월 재심을 청구했고, 재판부는 '미군정기 판결도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는 판단 하에 재심을 결정한 바 있다. 이후 검찰은 지난 15일 결심공판에서 이 사건의 무죄를 구형했다.
앞서 원내 정당 가운데는 기본소득당이 지난 24일 논평을 내고 해당 선고에 환영 입장을 낸 바 있다.
기본소득당은 "학암 이관술 선생은 일제 말기 가혹한 탄압에도 변절하지 않고 독립운동에 투신했다"며 "(해당 사건으로) 항일 독립운동가로서의 명예마저 잃은 채 역사에서 잊힐 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법원은) 친일 경찰 노덕술의 고문을 통한 자백 등 과거 판결문에 기재된 증거들이 실질적인 유죄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조선정판사 위폐 사건이 냉전 시기 미군정과 경찰의 정치적 반대 세력 탄압에 따라 벌어진 대표적인 사법살인 사건임이 인정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이번 무죄 판결은 한 개인의 명예회복을 넘어, 국가 권력이 왜곡한 역사적 진실을 바로세웠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독립운동가 이관술 선생의 재심 무죄 판결을 환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해당 재심 판결에 별도 논평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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