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250명 청소년 목숨끊는데… '심야 학원' 밀어붙이는 서울시의회

['청소년 심야 교습 허용 조례 반대' 연속기고] ④ 학부모가 말한다 "교권·학생 안전 외면 '심야 학원 조례', 더 이상 학생 희생 없어야"

지난 10월 정지웅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이 고등학생의 학원 교습시간을 현행 밤 10시에서 자정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다. 서울시의회는 의원 절반 이상이 국민의힘 소속으로, 이번 개정안이 의회를 쉽게 통과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교육계 일각에서 나온다. 이에 학생, 학부모, 학원 관계자 등 교육 현장 당사자 10명이 조례 개정안 폐지를 촉구하는 글을 보내왔다. 서울 은평구 청소년들이 만드는 독립언론 <토끼풀>과 공동 게재한다.

지난 10월 28일 학원 심야 교습 시간 연장 조례안 입법예고 이후, 한 해 250여 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 현실에도 정치적 이득만 계산하는 서울시의회 특정 세력의 비정한 행태에 학부모들의 원성이 크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가결까지 더해지며 서울시의회에 대한 신뢰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에 본 기고에서는 서울시의회 특정 세력이 학생 안전을 위협하고, 학생과 교육을 대하는 폭력적 태도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밤 12시 학생 귀갓길 안전과 비용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자정은 대중교통이 현저히 줄거나 끊기고 인적마저 드문 시각이다. 지난 11월 11일 서울시의회의 관련 토론회에서 밤 12시 이후 학생 귀가 안전 대책에 대해 질의했으나, 시의원과 학원 관계자 모두 당황한 기색으로 명확한 답을 하지 못하며 질의 자체를 회피하는 모습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무방비 상태에서 자정까지 학생들을 학원에 머물도록 하는 조례를 통과시킨다는 것은 다음을 뜻한다.

첫째,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개인 차량 이동이나 택시비 감당이 가능한 가정, 혹은 코스별 셔틀버스 운영이 가능한 대형 학원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교육 격차를 심화시키겠다는 선언이다.

둘째, 시의회 특정 세력이 조례안 통과에만 급급한 나머지, 심야·새벽 귀가 학생들의 안전 문제를 전적으로 각 가정의 경제력과 사교육 기관에 떠넘기려는 것은 무책임한 정책적 방임이다.

결국, 안전마저 경제력에 따라 선별적으로 주어지는 특권으로 만들고 다수에게는 위험을 감수하도록 방치하는 비인도적인 처사이자, 정책 수립에 따라 마땅히 수반돼야 할 학생 안전과 인간에 대한 고민이 철저히 결여된 행태이다.

학생 인권 짓밟고 교권 외면, 12시 학원 조례와 서울시의회의 모순

서울시의회 특정 세력은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며 교권을 내세우더니 이제는 앞장서 교권을 위협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학원 운영 시간이 밤 12시까지 연장되면, 학생들은 자정 넘어 귀가 후 자기 생활 정리까지 마치고 새벽에야 수면에 들어가게 된다. 학생들의 수면 부족과 피로 누적은 정작 중요한 학교 수업 집중도를 떨어뜨려 진정한 학습권 보장을 어렵게 할 것이며, 교사와의 건강한 상호작용마저 훼손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흥미를 잃은 학생들을 교사와 만나게 하는 것이 진정한 교권 확립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진정한 교권은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과 교사가 배움의 즐거움을 함께 찾아가는 환경에서 시작되며, 진정한 학습권은 지친 아이들을 교실에 모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배움의 설렘을 안고 교실에서 만나 스스로 탐구할 힘을 쌓고, 서로를 존중할 여유를 갖고, 협력적으로 지식을 활용하며, 공생적 창의의 경험을 쌓는 것이다. 이는 이후 평생학습의 긍정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울러 학습은 배울 학(學), 익힐 습(習) 즉 학습은 배웠으면 스스로 익히고 체화할 시간이 필수이다. 공부의 기본 원리마저 망각한 채, 아이들에게 익힐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해당 조례는 스스로 탐색할 시간을 박탈하며, 새벽까지 학원을 맴도는 '영혼 없는 학습 기계'로 만들겠다는 노골적인 선언과 다를 바 없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 모습. ⓒ연합뉴스

학령인구 감소 위기, 학생 희생으로 봉합할 것인가?

학령인구 급감은 교육 전반에 걸쳐 전에 없던 갈등과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이미 대학들은 정원을 채우려 유학생, 성인 학습자 등 새로운 학습자 유치에 나섰고, 고등학교는 학생 수가 많은 '학교 선택 눈치 보기'가 극심해졌으며, 사교육 시장 역시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 지점에서 교육 당국에 묻는다. 학생 수 감소에 따라 교사 정원을 감축한다는 명분 아래 거대학교, 과밀학급에서 현재의 아이들을 희생하게 하는 것 외 무엇을 하고 있는가? 사교육 시장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학생들을 향해 무한히 쏟아지는 콘텐츠들과 함께 학원 교습 시간 연장이라는 비교육적 선택이 난무하도록 방임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교육계 경쟁을 학생 희생으로 감당하게 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아이들의 기본권인 건강권, 행복권, 휴식권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표출돼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학생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배움 권리를 짓밟는 학원 심야 교습 시간 연장 조례안은 즉각 폐기해야 한다.

더 나아가, 교육 당국은 학생 건강권과 성장권이 최우선이라는 명확한 원칙을 선언하고, 그에 따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아이들을 늦게까지 학원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꿈꿀 시간을 돌려주고 따뜻한 마음으로 품어 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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