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국힘 위기 맞다" vs 김민수 "당 흔들지 말라"…공개 충돌

최고위서 '지지율 하락세' 두고 논박…"평균 20% 지지율 뼈아파" vs "43% 기록 있어"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세를 두고 15일 당 지도부에서 논쟁이 붙었다. 당의 현 상황을 '위기'로 진단한 양향자 최고위원이 "중도층이 공감하지 않는 계엄 정당론이나 부정선거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하자, 김민수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반발하며 부딪힌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지도부에서 '윤석열 어게인'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강성 인사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국회 본관 앞에 자당이 마련한 천막 농성장에서 처음으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안 등 쟁점 법안의 철회를 촉구하며 설치한 현수막에서 회의를 진행하는 만큼, 지도부의 주요 발언은 여권 비판 일색이었다.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신동욱 최고위원, 김민수 최고위원 순서로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에 화살을 돌리는 말들이 쏟아졌다. 이때 처음으로 '다른 목소리'를 낸 건 다섯 번째 발언자로 나선 양향자 최고위원이었다.

양 최고위원은 최근 당의 지지율 하락세를 언급하며 그 원인을 당 내부로 지목했다. 양 최고위원은 "여론조사는 과학의 영역"이라며 "일반적으로 ARS(자동응답방식), 즉 녹음을 틀어주는 방식보다 사람 면접원 조사가 같은 조건에서는 더 과학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 최고위원은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합동 진행해 2주 간격으로 발표하는 전국지표조사(NBS)에 관해 언급했다. 양 최고위원은 "결과가 좀 많이 아프다"며 "최근 세 번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평균 21%였다. 민주당은 평균 41.6%로 우리가 약 2배 낮다. 지도부가 출범한 8월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더 뼈아프다"고 밝혔다.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해 100% 전화면접조사를 진행하는 NBS에서 국민의힘은 최근 6개월간 20% 안팎의 지지율을 보였다.

이어 양 최고위원은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보수 지지층'이라고 표명한 응답자의 과반 이상이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는 점 등을 거론하며 "중도 응답자 중 민주당 지지율도 우리보다 3~4배 높다. 이와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여론조사 결과가 많다"고 짚었다. 그는 "여론조사 전문가나 사회과학자 가운데 현재 상황에서 선거를 치른다면 국민의힘이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양 최고위원은 "현재 국민의힘은 상대보다 지지율, 결집도, 중도 확장성, 그 총합인 선거 경쟁력에서 크게 뒤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경선의 당심 반영률을 높여서 후보를 공천하는 것이 과연 본선 경쟁력의 도움이 되는지, 당내 갈등을 일으키는 이슈가 결집에 도움이 되는지, 중도층이 공감하지 않는 계엄 정당론이나 부정 선거론이 과연 도움이 되는지. 과학적으로 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탄식했다.

그는 "올바른 처방은 정확한 진단에서 비롯된다"며 "위기에 동의부터 해야 반성도 있고 혁신도 있다. 우리, 정말 위기 맞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국민의힘이 '짠물'에 비유된다. 물에 짠 기, 염도가 높으면 생물 다양성이 줄어들게 된다"며 "강성 지지층도 좋지만, 합리적 지지층, 특정 주장이 아닌 보편 정서에 어필할 수 있는 정책, 메시지, 행보, 인물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발끈한 김민수 "양향자 여론조사 결과 분석에 이견"

이에 이미 준비해 온 발언을 마친 김민수 최고위원이 "양 최고위원의 여론조사 결과 분석에 대한 이견이 있다"며 돌발적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추가 발언하겠다"고 나선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낮게 나타나는 전화면접조사의 편향성을 주장하며 국민의힘 지지율을 40%대 안팎으로 집계하는 리얼미터, 조원씨앤아이, 한국여론평판연구소 등의 ARS 조사 신뢰도를 역설했다.

녹음된 기계 음성을 발신하는 ARS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최근 정국 상황에도 대체로 30%대는 가뿐히 넘는 경향을 보인다. ARS는 주로 정치적 견해가 강한 고관여층 또는 강성 지지층의 응답률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데, 전화면접과 비교해 응답률이 낮은 특성이 있다. 표본 확보에 있어 허위 답변을 걸러내는 장치가 없고, 특정 응답자 과표집 가능성이 있어 신뢰도 또한 떨어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럼에도 김 최고위원은 "왜 레거시와 민주당을 넘어 우리 당에서까지 (한국)갤럽 등 면접자 설문 방식을 들고 우리 손으로 뽑은 당 대표를 흔들려고 하는가"라며 "너무나 많은 문제가 있는데 왜 이런 (여권의) 문제에 공격을 집중하지 않고, 당내를 공격을 향하는가"라고 반발했다. 다만 이 같은 두 최고위원의 발언 충돌에 지도부 구성원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더불어민주당의 쟁점 법안 추진을 저지하기 위한 천막 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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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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