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 유대인 축제 총격범 IS 관련 가능성…네타냐후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탓"?

'부자' 총격범 중 아들 쪽, 한때 정보기관 조사 대상·"차량에 IS 깃발" 보도도…10살 어린이, 홀로코스트 생존자 등 15명 사망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유대인 행사에 총격을 가해 15명을 숨지게 한 용의자들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경도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명의 용의자는 부자 관계로 호주 태생인 아들 쪽이 정보기관의 조사 대상이 된 바 있다고 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사건이 호주 정부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호주 ABC 방송, <뉴욕타임스>(NYT) 등을 보면 15일(현지시간) 호주 경찰은 전날 오후 6시45분께 시드니 본다이 비치에서 유대교 명절인 하누카를 축하하던 유대인들을 겨냥해 일어난 총격 사건 희생자가 15명으로 늘었고 40명이 병원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으로 10살부터 87살, 어린이부터 고령층까지 광범위한 연령대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은 사건 용의자 2명이 각 50살, 24살의 부자 관계라고 밝혔다. 이 중 아버지는 현장에서 경찰에 사살됐고 아들은 중상을 입은 채 붙잡혀 병원 치료 중이다. 당국은 이번 사건을 반유대주의 공격으로 규정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이들 부자의 단독 범행으로 보고 있다.

용의자의 신원 및 범행 동기는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ABC는 주 및 연방기관으로 구성된 합동대테러팀(JCTT)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범행 장소 인근에 주차된 용의자들 차량에서 IS 깃발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14일 호주 국내정보기관 호주안보정보원(ASIO)은 용의자 중 한 명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당장 위협이 되는 인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둘 중 누가 인지된 인물이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15일 관련 질문에 대해 정보기관 조사가 "당시 아들 쪽이 맺고 있던 관계 때문에 이뤄졌고 6개월 간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ABC는 용의자 중 아들 쪽이 IS 관련해 정보기관 조사 대상이 됐던 것이라고 보도했다. 경찰이 2019년 시드니에서 IS 공격을 저지하고 자칭 IS 호주 사령관인 아이작 엘 마타리를 체포한 뒤 이번 총격 용의자 중 아들 쪽이 마타리와 긴밀한 관계인 것으로 보고 조사했다는 것이다.

당국은 용의자 중 아버지 쪽은 1998년 호주에 학생 비자로 입국한 이민자로 수십 년간 호주에 거주해 왔고 아들 쪽은 호주에서 태어난 호주 시민이라고 설명했다. 아버지 쪽의 출신국은 밝히지 않았다.

경찰은 50살 용의자는 취미용 사냥 면허 소지자로 합법적으로 장총 소지가 가능했고 총기 6정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현장에선 "초보적인" 즉석 폭발 장치도 발견됐다.

앨버니지 총리는 15일 "어제 우리가 목격한 것은 순수한 악행이자 반유대주의 행위이며 테러 행위"라고 밝히고 유대인 공동체에 대한 안보 기금을 늘리겠다고 했다. 또 소지 총기 수 제한, 면허 재검토 등 총기 규제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희생자 신원이 공식 발표되지 않은 가운데 10살 어린이와 홀로코스트(2차 세계대전 때 독일 나치 정권의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가 이번 총격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도됐다. 미 CNN 방송은 전날 하누카를 기념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본다이 비치를 찾은 10살 여아 마틸다가 총에 맞았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고 마틸다의 친척을 인용해 전했다. 이날 마틸다의 6살 여동생이 총격을 목격했다고 한다.

ABC, <AP> 통신을 보면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알렉산더 클레이트만이 그의 아내 라리사를 총알로부터 보호하려다 숨졌다. 라리사도 홀로코스트 생존자라고 한다.

총격범을 맨몸으로 저지해 추가 희생을 막아낸 용감한 시민도 주목 받았다. <로이터> 통신은 주차된 차량 뒤에 숨어 총격범에 접근해 총을 빼앗는 데 성공한 시드니 과일 가게 주인 아흐메드 알아흐메드(43)가 팔과 손에 총상을 입고 수술 뒤 병원에서 회복 중이라고 현지 언론을 인용해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총격이 호주가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지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을 폈다. 네타냐후 총리는 14일 정부 특별 회의에서 "약 4달 전, 8월17일 나는 앨버니지 총리에 호주 정부 정책이 호주 내 반유대주의를 촉진하고 있다고 경고하는 서한을 보냈다"며 당시 서한에 "팔레스타인 국가 촉구는 반유대주의 불길에 기름을 붓는 격"이고 "호주 유대인을 위협하는 자들을 대담하게 하는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앨버니지 총리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병폐가 퍼지도록 놔뒀고 그 결과 오늘 우리가 목격한 유대인에 대한 끔찍한 공격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15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 본다이 비치의 한 추모 장소에 캥거루 인형이 놓여 있다. 전날 본다이 비치에서 유대교 명절 하누카 축하 행사를 겨냥한 총격으로 15명이 숨졌다. ⓒEPA=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김효진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