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앞 145미터 초고층 빌딩, 보존가치 훼손하고 공정경쟁 무시한 개발"

경실련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종묘 앞 최대 145미터 초고층 복합빌딩 건설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경실련은 9일 성명을 내고 "세계유산 종묘의 가치를 훼손하고 법이 정한 공정경쟁 원칙을 무시한 채 밀어붙이는 개발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서울시는 세운4구역의 용적률을 기존 660%에서 최대 1094%까지, 건물 높이를 71.9m에서 최대 약 145m까지 두 배 가까이 상향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종묘 바로 앞에 초고층 복합빌딩 건설을 허용했다"며 "종묘는 199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건물만이 아니라 주변 경관과 시야, 역사·공간적 맥락 전체가 보존 가치로 인정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한겨레21> 보도에 따르면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희림)가 참여한 합동설계단은 논란이 되는 종로구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에서 520억 원의 설계용역을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희림은 이 계약에서 40% 지분이 있어 설계대금을 208억 원가량 받을 예정이다. 희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 대표가 운영했던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의 후원사로, 윤석열 정부 시절 각종 특혜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회사다.

경실련은 이를 두고 "서울시와 SH는 '2000년대 국제지명현상설계 당선 이후 이어진 용역변경'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종전 설계안을 폐기하고 용적률·높이를 전면 상향하는 새로운 개발계획에 맞춘 설계 전반을 다시 맡긴 것"이라며 "형식상으로는 기존 계약의 '용역변경계약'이지만 내용상으로는 사실상 '신규 대형 설계용역'을 설계공모 없이 특정 설계단에 몰아준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공건축 설계용역은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 등에서 설계비 1억 원 이상 공공건축의 경우 설계공모 방식을 우선 적용하도록 하고, 특히 대형·상징 사업은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공정성과 공공성을 담보하도록 하고 있다"며 "세운4구역은 과거 국제지명현상설계, 추가 공모 등을 거쳐 설계자를 선정했던 사업임에도,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용적률·높이·용도 등이 대폭 변경되어 기존 설계와는 사실상 다른 사업이 됐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그럼에도 SH는 새로운 국제공모나 공개경쟁 없이 353억 원 수준이던 설계계약을 520억 원 규모로 증액하며 같은 설계단과 '용역변경계약' 형식으로 처리했다"며 "이는 법이 요구하는 공정경쟁 원칙과 설계공모 제도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종묘를 비롯한 세계문화유산의 경관·시야·완충지대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에서, 고도·용적률 상향을 전제로 한 현 개발계획을 전면 폐기하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며 "새로운 개발계획 수립 여부 자체도 세계유산 보존을 최우선 기준으로 사회적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국제설계공모 등 공정한 경쟁절차를 다시 밟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련해서 서울시는 지난 5일 해명자료를 내고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는 19년 전 '국제지명현상설계'를 통해 당선(2등)돼 계약된 업체로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건축설계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발주처인 주민대표회의의 제안으로 용적률과 높이 등이 변경됨에 따라 2024년 2월26일 용역 변경계약을 체결한 것이지 최근 특정 업체에 혜택을 주기 위한 수의계약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30여 분 분량의 '일타시장 오세훈 - 종묘와 세운4구역 이슈 총정리' 영상을 3일 서울시장 홈페이지(mayor.seoul.go.kr)에 공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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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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