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야간노동자 4명 사망…사람을 연료로 쓰는 쿠팡 시스템이 문제"

시민사회단체, 연이은 쿠팡 야간노동자 사망에 고용노동부의 수사 및 대책 마련 촉구

올해에만 4명의 쿠팡 물류센터 야간 노동자들이 사망하자 시민사회단체들이 고용노동부의 수사 및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는 27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에서 반복되는 죽음에는 노동부에도 책임이 있다"며 "산재 사망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내버려 두는 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던 대통령의 말은 노동부에도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일하다 목숨을 잃는 이유는 쿠팡의 노동강도가 살인적이기 때문"이라며 "쿠팡의 새벽 배송을 위해 노동자들은 마감 압박 속에서 휴게 시간 없이 고강도의 노동에 내몰린다. 특히나 쿠팡 물류센터는 새벽 배송 마감으로 인해 야간에 노동강도가 더욱 세진다"고 설명했다.

▲27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조합원들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등이 쿠팡 동탄1센터, 경기광주5센터 사망사건 관련 고용노동부 수사 및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로면 곧 찾아올 혹한기에 또 목숨을 잃을 가능성 높아"

이들은 "야간 노동은 노동자의 건강에 분명한 위협이 되지만 쿠팡은 인력 충원이나 추가 휴게 시간 부여 등 야간 노동자 보호 조치 없이 노동자들을 더 높은 노동강도로 내몬다"며 "올해 목숨을 잃은 4명의 노동자가 모두 야간 노동자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해야만 작동하는 쿠팡의 새벽 배송/로켓배송 시스템이 노동자들을 죽이는 범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노동부가 진작 쿠팡에 책임을 묻고 조치를 취했다면 노동자들의 연이은 죽음은 없었을 것"이라며 "이대로라면 곧 찾아올 혹한기에 쿠팡의 야간 노동자들이 또다시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에 "이번 쿠팡 물류센터 산재 사망에 대한 노동부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즉각적인 조치가 시급하다"며 "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여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 쿠팡의 법 위반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쿠팡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쿠팡의 새벽배송 체계와 야간노동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의 원인이 된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정하고 쿠팡의 새벽배송과 야간노동에 대한 규제 방안을 즉각 마련하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에만 쿠팡 야간 노동자 4명 사망

올해에만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야간 노동자 4명이 사망했다.

26일 오전 2시 4분께 경기광주 5물류센터에서 일하던 50대 남성 A씨가 갑자기 쓰러져 사망했다. A씨는 계약직으로 전날 오후 6시부터 이날 오전 4시까지 근무하기로 돼 있었다. A씨는 쓰러질 당시 카트에 물품을 담아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경기 화성시 신동에 있는 동탄1센터에서 계약직으로 포장 업무를 하던 30대 B씨는 지난 21일 오후 10시 30분께 물류센터 내부 식당에서 갑자기 쓰러진 뒤 사망했다.

지난 8월 20일에도 오후 9시 11분께 경기 용인시 처인구 소재 쿠팡 물류센터에서 냉동창고 물품 분류 작업을 하던 50대 C씨가 쓰러져 숨졌다. 지난 3월에도 경기 안성물류센터에서 일하던 50대 D씨가 밤 10시께 쓰러져 사망했다.

ⓒ연합뉴스

"노동자를 연료로 소모하는 쿠팡 시스템의 문제"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동헌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지회장은 "연이어 반복되고 있는 사망사고는 로켓배송을 위해 노동자를 연료로 소모하는 쿠팡의 시스템이 문제"라며 "무소불위의 권력 쿠팡에서 더 이상 이런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조사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2020년부터 언론에 보도된 쿠팡 사망자만 27명째다. 정말로 더는 안 된다. 여기서 매듭을 지어야만 한다"며 "쿠팡은 국정감사와 국회 청문회 끝에야 앞선 유족들에 대한 사과와 피해 보상을 약속했으나, 노동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쿠팡의 산업구조는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권 대표는 "쿠팡이 스스로 책임을 인정하고 새벽 배송과 심야 노동의 대안을 내놓기를 기다렸으나 그런 기대는 결국 공염불에 불과했다"며 "강제수사권, 특별근로감독권 등 정부가 발동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발동하여 죽음을 멈춰야 한다. 다단계 하청구조, 장시간 야간노동, 위험의 외주화, 발주자 원청 경영진의 책임, 권한에 준하는 책임을 구체적인 사례에서 조사하고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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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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