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장기판 말'로 쓰는 쿠팡…사업 계획에 '건강'이란 허들 놓아야 한다"

[새벽배송 논란, 현실과 과제] ② 김혜진 불안정노동철폐연대 활동가

야간노동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의학적 정설이다. 야간노동 규제는 국제적 대세다. 한국으로 눈을 돌리면, 산업안전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거의 이뤄진 듯 보였다. 그러나 최근 새벽배송 논란이 그 합의가 어떤 영역에서는 단단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 균열은 왜 생겼을까. 모두가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데 있어 우리가 놓친 것은 무엇이며,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그 실마리를 찾기 위해 <프레시안>은 전문가와 활동가들에게 새벽배송 논란을 지켜보며 한 생각을 물으려 한다. 편집자

김혜진 불안전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오랜 시간 비정규직과 함께 활동해 온 이다. '쿠팡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으로서 자꾸만 사람이 죽는 쿠팡의 노동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오기도 했다.

새벽배송과 관련한 여러 논란에도 그는 시민들이 여전히 '누구도 일하다 죽으면 안 된다'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새벽배송이 노동자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며 지금과는 다른 형태의 서비스 운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널리 확인되면 논의 지형은 바뀔 것이라고도 했다.

가능한 변화로는 주문 마감시간을 오후 7~8시 정도로 당기는 것, 새벽배송을 원하지 않는 시민에게 다른 선택지를 주는 것 등을 꼽았다. 그러면 0~5시 배송은 하지 않아도 되며, 그로 인한 노동자들의 건강위험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김 활동가는 이런 노력을, 사람을 '장기판의 말'처럼 다루는 쿠팡의 사업 계획에 '노동자 건강'이라는 허들 하나를 놓는 것에 비유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이미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삶을 바꿔온 노조는 물론 쿠팡이 두려워하는 시민들의 힘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나아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야간노동 일반에 대해서도 원칙적 금지, 노동시간 상한 설정, 적정 휴게시간 부여 등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지난 20일 서울 서대문역 인근에서 김 활동가와 한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 김혜진 불안전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프레시안(최용락)

프레시안 : 새벽배송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 죽는 것이었다고 했다. 어떤 일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게 됐나?

김혜진 : 쿠팡과의 인연은 2020년 부천 신선물류센터 코로나19 집단감염 때 시작됐다. 피해자들과 상담하며 처음 쿠팡 노동자를 만났다. 그 중 한 분의 남편은 코로나19 감염 때문에 식물인간 상태로 몇 년 간 누워 계시다 얼마 전 돌아가셨다.

감염자들이 심리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너무 심각한 피해를 많이 입었는데 쿠팡은 지원대책을 일절 이야기 안 하는 상태였다. 그래서 피해자 모임을 만들고 이를 지원하는 조직을 만들었다. 그게 지금 쿠팡대책위의 전신이다.

쿠팡 노동실태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으면서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고용구조는 반드시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했다. 그 뒤 장덕준님이 돌아가셨고, 부모님과 이야기하며 심야노동의 심각성을 확인했다.

그 뒤에도 굉장히 많은 분이 돌아가셨다. 유가족을 만나면서는 '쿠팡이 사람을 장기판의 말로 본다'고 생각했다. '물건을 제때 배송해야 한다'는 지상명제를 수립하고 사람을 이렇게 배치하고 저렇게 배치하며 노동강도를 최대치로 올리는 실험을 하는 것처럼 느꼈다.

프레시안 : 이번에 터져 나온 새벽배송 논란을 보면서는 어떤 생각을 했나?

김혜진 : 많은 분이 새벽배송을 밤에 일하는 것 정도로 생각한다. 그런데 새벽배송은 그냥 낮에 하던 일을 밤에 하는 게 아니다. 잊지 말아야 할 전제가 있다. 마감이다. 11시 59분에 주문한 물건을 다음날 아침 7시까지 배달하는 시스템이 새벽배송이다. 그 7시간 안에 물품을 포장하고, 다시 간선차량으로, 허브로, 캠프로 옮기고, 집까지 배송하는 모든 공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 시간을 맞추기 위해 쿠팡이 사람을 얼마나 쪼겠나. 쿠팡이 새벽배송을 지키기 위해 0시부터 7시까지 과도한 노동을 강요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니 죽음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전히 시민들은 '일하다 죽으면 안 된다'는 가치 공유하고 있다"

프레시안 : 여론은 노동자의 죽음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은 것 같다. 한국사회에서 산업안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것처럼 보였는데, 이 문제에서는 아니었다. 왜였을까?

김혜진 : 나는 여전히 시민들이 '누구도 일하다 죽으면 안 된다'는 가치를 마음 속에 공유하고 있다고 믿는다. 새벽배송이 정말 생명, 안전에 관련된 문제라는 걸 이해하면 논쟁 지형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고, 이미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느낀다.

다만 이번에는 처음에 프레임이 이상하게 짜였다. '0~5시 초심야시간 배송을 금지하자'는 택배노조 안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논의해 보자'며 나온 여러 안 중 하나에 불과했다. 새벽배송을 전면금지하자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 안 중 하나를 딱 뽑아서 '택배노조가 새벽배송 전면금지를 주장한다'는 식으로 보도됐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새벽배송이 생명과 관련한 문제라는 걸 미처 돌아보지 못하게 된 면이 있었던 것 같다.

프레시안 : 새벽배송이 너무 친숙한 서비스이기도 하다.

김혜진 : 지금 사람들이 너무 바쁘다. 많은 사람이 '시간의 빈곤' 속에 허덕이며 살고 있다. 여유 있게 장을 보는 것도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일로 느낀다. 이걸 보완해 주는 장치가 쿠팡의 배송 시스템이었다. 자신의 삶과 연결된 문제라고 느끼다 보니 시민들도 예민하게 반응한 것 같다.

또 쿠팡에서 일하거나 일했던 사람, 일하고자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자영업을 하다 잘 안 되면 쿠팡에 가서 일할 수밖에 없다. 문화예술인들에게서도 생활이 어려우니 쿠팡에서 일한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한국에서 웬만한 일터는 다 진입장벽이 높은데, 쿠팡은 진입장벽이 아주 낮은 일터다. 생존에 위협을 느낄 때 쿠팡에 가면 생존은 가능한 구조가 있다. 그런 일터가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노동자들의 생활이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쿠팡이 올해 3개 분기 연속 2000억 원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3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20% 성장한 12조 8000억원대로 분기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 뉴욕증시 상장사인 쿠팡Inc는 3분기 영업이익이 22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5% 증가했다고 5일 공시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쿠팡 물류센터. ⓒ연합뉴스

'하루를 일해도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노조의 노력

프레시안 : 고용규모가 3위에 달하는 쿠팡이 위험한 데다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시키는 일자리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새벽배송 문제가 터졌을 때 페이스북에 그런 쿠팡을 바꾸기 위해 노동조합이 많은 일을 했다고 썼다. 어떤 일을 해왔나?

김혜진 : 쿠팡에 여러 노조가 있다. 라이더유니온에 쿠팡이츠 조합원이 있고, 쿠팡 택배기사가 가입한 택배노조 쿠팡택배본부 준비위원회가 있다. 물류센터 노동자가 가입한 쿠팡물류센터지회도 있다.

먼저 쿠팡물류센터지회가 해마다 폭염기 대응을 정말 최선을 다해서 했다. 서명도 받고, 파업도 하고, 국회 토론회도 하면서 에어컨, 환기시설, 휴게시간 문제를 계속 제기했다. 그래서 얼마 전 폭염, 한랭기에 휴게시간을 부여하도록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됐다. 덥거나 추운 곳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중요한 변화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쿠팡이 취업규칙을 개정해 일용직에게 퇴직금을 안 줬을 때도 처음에 피해 노동자를 모으고 설득한 건 노조였다. 채용제한 목적의 블랙리스트에 대한 쿠팡의 사과를 이끌어 낸 것도 노조였다. 코로나19 집단감염 문제도 얼마 전 쿠팡이 피해자들에게 배상하기로 하고 6년 만에 마무리됐다.

택배노조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상시해고제도로 운영되던 '클렌징'이라는 이름의 배송구역 회수 제도 문제를 드러냈다. 안 그래도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는 택배기사들이 분류작업까지 하던 문제도 폭로했다. 정슬기님 등 택배노동자들의 산재사망사고에도 최선을 다해 대응해 유족과 쿠팡 간 합의를 이끌어냈다.

정말 많은 변화를 만들어왔다. 쿠팡에 문제가 너무 많으니 그 중 몇 개가 개선된 걸로는 큰 변화가 아니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야기한 문제들은 노조가 없었다면 드러나지도 않았을 거다.

프레시안 : 그런데도 노조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왜일까?

김혜진 : 노조가 어떤 조직인지 체감할 기회가 많지 않은 것 같다. 규모가 크고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기업에서는 노조가 익숙한데, 플랫폼·프리랜서·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노조가 멀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쿠팡에 있는 노조들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노동자들도 노조를 하고, 좋은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게 더 많이 알려지면 좋겠다.

프레시안 : 노조가 없었다면, 쿠팡에서 더 많은 사람이 다치거나 자기 몫을 빼앗겼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김혜진 : 쿠팡물류센터지회의 슬로건이 '단 하루를 일해도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다. 쿠팡의 고용규모가 3위라는데 연인원으로는 더 많을 거다. 쿠팡에서 아르바이트로 하루 일할 수 있다. 그래도 건강하고 안전하게, 인간답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시흥센터에서 김명규 님이 이틀 일하고 돌아가셨다. 급성과로 문제는 하루만 일해도 생길 수 있다. 그런 일을 막기 위해 노조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자발적 선택이 아닌 내몰린 일자리…장기 건강 영향, 외면하면 안 돼"

프레시안 : 노동자들이 쿠팡에서 일하는 건 자발적 선택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쿠팡도 그렇게 주장하는 것 같다.

김혜진 : 불안정하고 불평등한 기반 위에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선택을 자발적 선택이라고 부르는 건 왜곡이다.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하는 불안정하고 불평등한 기반을 인식해야 한다. 나는 정부가 좋은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지 않아 사람들이 쿠팡으로 내몰린다고 생각한다.

쿠팡의 심야노동과 관련한 집담회에 나온 쿠팡 노동자는 대학원생으로서 공부를 해야 하는데, 생계를 유지하려면 쿠팡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르바이트 자리가 대부분 초단시간인데 그걸로는 생계 유지가 안 된다는 거다. 공부를 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구조가 있었다면 쿠팡에서 일하지 않아도 됐을 거다.

프레시안 : 쿠팡 노동자들이 자발적 선택에 따라 일하고 있다는 시각의 연장선상에서 최근 비노조 택배기사들이 주목받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혜진 : 장시간 노동, 심야 노동을 해서라도 생계를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 나는 그런 분들이야말로 노동안전을 위해 더 애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쿠팡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면, 더욱더 쿠팡을 안전한 일터로 만들어야 한다.

물류센터 노동강도 조사를 할 때 한 의사가 그런 고민을 많이 했다. '당장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런데 10년, 20년 지나면 여파가 올 거다,' 지금 건강을 저당 잡혀가며 일하면 언젠가 그 청구서가 날아올 수 있다. 이런 일을 막아야 한다는 합의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건강에 해를 끼치는 심야노동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합의가 이뤄지면, 배송단가를 올린다거나 하는 식으로 택배기사의 생계 유지를 위한 다른 대안도 논의할 수 있게 될 거다. 실제로 쿠팡이 배송단가를 계속 낮추고 있다. 그러면 택배기사들은 이전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이 일해야 한다. 쿠팡을 지금처럼 두면 노동자들이 더 많이 일한다고 더 많은 돈을 벌 수조차 없다.

▲지난 8월 1일 서울 쿠팡 잠실 본사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회원들이 하루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팡의 사업 계획에 '건강'이라는 허들 하나를 놓자"

프레시안 : 결국 쿠팡의 책임이 관건인 것 같다. 쿠팡의 그간 노동 관련 행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혜진 : 쿠팡은 한국사회의 노동기준을 너무 많이 깨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사회에서 야간노동이 있다 하더라도 그간 대부분 교대제로 운영됐다. 고정야간노동은 드물었다. 야간 전담 간호사 제도를 만들 때도 난리가 나서 월 근무회수가 제한되기도 했다. 그런데 쿠팡은 노동시간 상한도 없고 근무일수 제한도 없는 고정 야간노동을 시킨다.

또 물류, 택배는 상시 업무인데 다 일용직을 쓴다. 이것도 굉장히 이상한 구조다. 일용직에게 퇴직금을 안 주려고 하면서는 '순수 일용직'이라는 표현을 썼다. 퇴직금 지급 관행을 이상한 개념 하나 들고 와 깨려 했다. 심지어 물류센터 기본급이 주간노동을 할 때보다 야간노동을 할 때 낮다. 노동자들에게 휴게시간도 안 준다.

이런 일들 왜 못 바꾸겠나. 다만 비용이 들 뿐이다. 쿠팡이 그 비용을 내야 한다.

프레시안 : 이번 새벽배송 논란에서도 쿠팡이 뒤로 빠져 있다는 지적이 많다.

김혜진 : 새벽배송도 세팅을 조금만 바꾸면 다르게 운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문 마감시간을 전날 오후 7시나 8시 정도로 바꿀 수 있다. 바쁜 사람도 그 즈음에는 주문을 할 수 있을 거다. 새벽배송이 필요하지 않은 고객에게 다른 선택지를 줄 수도 있다. 이러면 초심야시간 배송은 안 해도 된다.

이런 틀을 짜는 건 쿠팡이다. 쿠팡이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사업을 계획하고 사람을 배치한다. 우리는 여기에 노동자 건강이라는 허들을 하나 놓자는 거다. 그러면 다음에 다른 사업을 할 때도 건강을 염두에 두고 틀을 만들 거다.

"새벽배송·야간노동 규제는 가능하다…관건은 쿠팡의 결심"

프레시안 : 정부도 할 일이 있을 것 같다.

김혜진 : 쿠팡이 저절로 변할 것 같진 않다. 제도적 제한이 필요하다. 새벽배송 논란이 있기 전에 노동부가 이미 야간노동 용역연구를 시작했다고 들었다. 조만간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기본적으로는 야간노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꼭 필요한 경우에는 일정한 규제를 해야 한다. 교대근무만 가능하게 한다든지, 심야노동 중에 휴게시간을 배치하고, 심야노동 근무일을 제한하는 식의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야간노동 규제는 꼭 필요하다. 없는 게 말이 안 된다.

프레시안 : 그런 일을 이루려면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김혜진 : 이제 정말 시민들의 힘이 필요하다. 사실 누군가의 죽음이 담긴 물건을 받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나. 새벽배송 문제로 잠깐 흔들렸지만, 지금부터라도 중심을 잘 잡고 먼저 지금과 다른 방식으로 새벽배송이나 야간노동을 운영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걸 서로 확인해야 한다.

그러면 남는 건 쿠팡에 변화를 요구하는 거다. 쿠팡이 정말 말을 안 듣는데, 소비자를 상대하는 곳이라 시민들의 목소리는 두려워 한다. 덕평 물류센터에서 불이 나 불매운동이 일었을 때도 움찔했다. 꼭 불매운동까지 하지 않아도 물건을 주문할 때 노동안전에 대한 메시지를 적을 수도 있다. 노동자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하는 것을 시민들이 원한다는 메시지를 쿠팡에 전달해야 한다. 나아가 쿠팡 없이 사는 법을 연습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한다.

다른 축은 노조다. 노조의 폭염기 건강권 확보 투쟁이 제도개선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양쪽에서 같이 움직여야 할 것 같다.

거대 플랫폼 기업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같이 이뤄졌으면 한다. 노동권과 관련한 각종 금기를 깨면서 플랫폼이나 알고리즘 핑계를 대는 일을 내버려 두면 안 된다. 고용관계나 노동자에 대한 통제를 은폐하고 다른 이름을 붙인다고 해서 쿠팡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변화하고 있는 노동 속에서 큰 이윤을 창출하고 있는 쿠팡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 사회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혁신'이라고 이름 붙인다고 피해 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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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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