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수요가 불러올 '메가' 공급… 기후 대응 포기 선언?

[초록發光] 3대 메가프로젝트와 전력수요 전망… 전기, 무엇을 위해 얼마나 필요한가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에서 전력수요 전망은 향후 15년간 국내에서 사용할 전기의 양을 예측하는 것으로 에너지 정책 수립의 최우선 기초자료가 된다. 예측 수요에 기반해 필요한 발전설비 용량과 이를 잇는 송전망 규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산과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전기화 촉진 등 전력수요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정교한 수요 전망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정부는 국가 에너지 정책의 근간이 되는 12차 전기본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지난 4월에 2040년까지의 전력수요 전망 결과(잠정안)를 발표했다. 정부는 "12차 전기본 수립 총괄위원회 산하 수요 소위에서 지난 4개월간 9차례에 걸친 관계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2040년까지의 전력수요 전망 잠정안을 도출했다"며, "국민과 함께 수립하는 개방형 전기본이라는 원칙 아래 계획수립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공개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공개된 12차 전기본(안)의 2040년 전력소비량 목표수요 전망치는 657.6~694.1TWh(테라와트시)였다. 2025년 전력소비량(549.4TWh) 대비 19.7~26.3% 늘어난 수치로, 첨단산업과 데이터센터, 전기화를 고려하기 시작했던 11차 전기본의 2038년 전력소비량 전망치(624.5TWh)보다도 33.1~69.6TWh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전력수요는 2025년 39.5TWh에서 2040년에는 106.4TWh로 169.4%나 증가하고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는 같은 기간 6.2TWh에서 42.1TWh로 579% 폭증한다는 전망이었다.

정부는 모형수요 전망 외에 이전 계획에는 없었던 첨단산업과 데이터센터, 전기화를 고려한 추가수요를 11차 전기본에서 처음으로 전망해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모형수요는 국내총생산(GDP)을 주된 변수로 하며 산업구조와 인구수 전망을 활용해 전력수요를 전망하는 방법이다. GDP 증가율과 인구수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인 데다 정부의 발표대로 소득이 높아질수록 전력소비량이 감소하는 특징을 반영하게 되면 모형수요 전망에 따른 전력소비량은 증가세가 둔화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에 추가수요 전망(첨단산업과 데이터센터, 전기화)이 추가되면서 그야말로 전력수요 전망치가 크게 '추가'됐다. 모형수요는 가정과 공공, 서비스업, 농림어업에 기존 첨단산업과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제조업 전체의 전력수요를 전망한다. 그런데 추가수요 전망에 따른 2040년 전력수요는 168.4TWh로 모형수요 전망에 따른 전력수요(612.4TWh)의 27.5%에 이른다. 전체 모형수요 전망치의 4분의 1 이상이 되는 추가수요가 등장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 됐다.

그런데 정부가 최근에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는 국내 전력수요를 그야말로 '메가'급으로 추가시킬 전망이다. 정부는 2035년까지 총 18.4GW(기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6.3GW의 반도체 팹 4기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두 사업에 필요한 전력 설비량만 24.7GW로 최신 대형원전(1.4GW) 18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기존 전력수요 전망을 크게 넘어서게 된다.

▲마이크로소프트 지도 서비스 Bing Maps의 데이터센터(자료사진). ⓒRobert Scoble(Half Moon Bay), CC BY 2.0

녹색전환연구소에 따르면, 정부가 2035년까지 전국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2030년까지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달성할 경우, 2035년에는 연간 169.5TWh의 전력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국내 발전량인 549.4TWh의 30.9%에 달하는 규모다. 이중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은 120.9TWh, 반도체 산단은 48.6TWh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전체 프로젝트 중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6.3GW)와 AI 데이터센터 1단계 사업(8.4GW)을 12차 전기본에 우선 반영할 계획이다. 법정계획에 반영하는 전력수요가 지나치게 과다 산정되지 않게 하려는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4월에 발표된 12차 전기본(안)의 과다한 추가수요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일부 기업의 투자계획과 정책 목표를 반영한 '메가' 수요를 추가하는 계획은 결국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발전소와 송전망을 추가하는 '메가' 공급 확대 계획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과 신규 원자력발전(원전) 부지 지정 및 계속 운전을 추진 중인 원전 9기를 활용하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했다가 이후 추가 원전과 LNG 발전 확대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에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겠다는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단지의 막대한 전력수요를 기존처럼 원전과 LNG, 석탄 발전으로 충당하게 되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녹색전환연구소는 3대 메가프로젝트에 필요한 전력을 화석연료 중심으로 조달할 경우 2040년까지 온실가스가 최대 약 6억8000만톤 추가 배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4년 한국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잠정치를 뛰어넘는 수치다.

정부는 메가프로젝트를 위해 2030년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용량 100GW 목표를 조기 달성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추가 전력수요를 전량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기 위해서는 태양광 129.0GW, 해상풍력 64.5GW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2030년 정부 목표를 넘어서는 규모다. 목표 대비 현실도 녹록지 않다. 정부 목표를 달성하려면 2026년부터 매년 13GW 정도의 신규 설비 보급이 필요하지만, 현재 연간 보급 규모는 약 4GW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메가프로젝트로 급증하는 전력수요만큼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이 절실한 상황에서 전력 소비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산업을 국가 주도로 확장하는 것은 "기후위기 대응 포기 선언이자, 기후부정의 선언"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도권에 전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경기도 용인에 반도체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는 것이 맞는지, 국내 AI 개발에 필요한 규모를 넘어서면서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AI 데이터센터를 추진하는 게 맞는지,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정의로운 산업 전환을 고려한 전기화 규모는 얼마나 될 것인지 등의 논의가 절실하다.

정부는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전기국가' 비전을 함께 제시했다. 기후위기 시대에 전기의 역할이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전기가 중요해질수록 전기는 무엇이 위해 얼마나 필요한지를 더 투명하고 더 민주적이며 더 정의롭게 논의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의 전기본은 더 많은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계획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필요한 수요와 줄여야 할 수요를 구분하고 불가피한 수요는 지역적으로 분산하는 계획이어야 하며 그 결정 과정에 시민과 지역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13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반도체 첨단산업단지 조성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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