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페미니즘(反여성주의) 정치인의 대표 격인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국민의힘 박민영 미디어대변인의 장애혐오성 발언 논란과 관련해 "박 대변인의 표현 자체가 차별이냐, 혐오냐(하는 것)는 판단하기 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매번 몇 군데 언론사에서 '차별', '혐오' '너 나가야 돼' 이렇게 주장하는 걸로는 담론이 제대로 형성될 수가 없다"고 주장해 주목을 끌었다.
이 대표는 20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라디오 진행자인 김태현 변호사가 "박 대변인이 최근 김예지 의원을 겨냥해 '장애인을 너무 많이 할당했다'(고 하고), 그 외에도 장애인 혐오·차별적 발언 때문에 비판이 나온 바가 있다"고 질문하자, "이번 박 대변인의 발언 중에서 방금 진행자(김 변호사)가 '혐오'나 '차별'에 대한 부분이라고 얘기한 것은, 혐오나 차별은 굉장히 외과수술적으로 판단해야 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변인은 지난 12일 우익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 김 의원을 겨냥해 "(비례대표에) 장애인 할당이 너무 많다", "눈 불편한 것 말고는 기득권"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이 대표는 그러나 "이거는 아주 칼같이 구분해야 된다", 혐오나 차별 낙인찍는 것은 굉장히 조심해야 된다"고 강조하며 "박 대변인이 얘기했던 '비례대표 과대 할당' 같은 경우에는 차별이나 혐오에 대한 부분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그 뒤에 같이 방송 진행했던 분(극우 유튜버 지칭)이 굉장히 비하적인 발언을 했다, 이 부분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박 대변인이 굉장히 능력이 뛰어난 건 맞다. 화술이 좋고, 또 무엇보다도 센스가 있기 때문에 발언을 많이 하고 방송출연이 많다"고 박 대변인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하여튼 공당의 미디어대변인 정도 되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이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방송에 나간 건 맞다"며 "그건 박 대변인이 이번에 처신에 잘못이 있었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친한계(親한동훈)계를 중심으로 박 대변인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현 국민의힘 주류와 대립하고 있는 이 대표가 이같이 말한 것은 시선을 끈다.
국민의힘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대변인 발언에 대해 "만약 이게 외국에서 벌어졌으면 어땠을까. 정치인이 여성·장애인·이주민에 대해 이런 극단적 발언을 했다면 정치생명이 영원히 끝났을 것이고, 인종 혐오발언에 대한 형사처벌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송언석 원내대표가) 이것을 '자그마한 일'이라고 얘기하시는 것은 아무리 같은 당이라고 하더라도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박 대변인 본인은 이것(자신에 대한 비판)을 '무지성 혐오몰이'라고 얘기하는데, 무지성이라는 게 지성이 없다는 얘기 아니냐. 이 발언이야말로 무지성의 대표적인 발언 아니냐"며 "유튜브 방송에 나와서 온갖 혐오발언을 하고, 공당의 대변인이 옆에서 그걸 부추기거나 거기에 거드는 듯한 모습을 보여줘서 당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은 자신이 여성·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선동하고 있다고 비판받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대표는 21대 대선 TV토론 당시 여성 신체에 대한 성폭력·학대를 묘사한 발언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고, 그 이전부터도 "페미니즘의 안티테제"(2024.2)를 자칭하는 등 반여성주의를 정치에 활용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 9월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한국의 반여성주의 문제를 지적하며 그를 대표적 사례로 들기도 했다.
이 대표는 과거 2021년 <한국경제> 인터뷰에서 "2030 여성들이 소설과 영화 등을 통해 본인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근거 없는 피해의식을 가지게 된 점도 분명히 있다"며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을 보면서 전혀 공감이 안 됐다. 해당 책 작가는 자신이 걷기 싫어하는 이유가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보행 환경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는데 망상에 가까운 피해의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방송 인터뷰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서도 "85년생 여성이 변호사가 되는 데 어떤 제도적 불평등과 차별이 있느냐"고 성차별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거나, 여성혐오·성착취 범죄 비판에 대해 "개별 범죄를 끌어들여서 특정 범죄의 주체가 남자니까 남성이 여성을 집단적으로 억압·혐오하거나 차별한다는 주장"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여성주의란 여성주의의 정의(定義)인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표준국어대사전), '여성이 불평등하게 억압받고 있다고 생각해 여성의 사회·정치·법률상의 지위와 역할의 신장을 주장하는 주의(고려한국어대사전)'에서 그 전제인 '차별' 또는 '여성이 억압받고 있다'는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다. 즉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윤석열 전 대통령)는 세계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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