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종묘앞 145미터 건물, 중지 강력조치' 외교문서 보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 "조속한 시일 내에 조정 회의 구성하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가 종묘 앞에 최대 145미터 건물을 올리는 서울시의 계획안을 두고 외교문서를 통해 강력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17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가 '세운4구역의 고층 건물에 의해 세계유산 종묘가 훼손될 우려'를 나타내며 '서울시에 세운상가 인근 재개발 관련 세계유산평가를 받도록 권고하고, 검토가 끝날 때까지 사업 승인 중지'를 강력 권고하는 내용의 외교 문서를 최근 전했다"고 밝혔다.

문서에는 종묘의 훼손가능성 여부와 함께 한달 내 의견을 회신해달라는 내용도 담겼다. 유네스코 문서는 세계유산센터 명의로 주유네스코 대한민국 대표부를 거쳐 지난 15일 국가유산청에 전달됐다. 국가유산청은 이날 오전 서울시에 이 문서를 발송했다.

유네스코는 지난 3월에도 국가유산청에 세운4구역 관련 세계유산영향평가 실시를 권고한 바 있다.

▲국가유산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에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이 일대 토지주들이 "국가유산청이 재개발을 불가능하게 한다면 부당한 행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직권남용 등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반발했다. 사진은 11일 서울 종묘와 세운4구역 모습. ⓒ연합뉴스

허 청장은 "문화유산법(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문화유산 보호 규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적용하기 위하여 법률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국가유산청이 세운4구역의 재개발을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허 청장은 "서울시의 개발계획이 종묘 가치에 훼손을 줄지, 종묘를 돋보이게 할지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주장할 것이 아니라 유네스코가 권고하는 대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거치면서 입증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 청장은 이어 "종묘의 유산적 가치를 보존하고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할 현실적인 해법을 서울시가 국가유산청과 함께 도모해주시길 희망한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서울시, 문화체육관광부, 국가유산청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조정 회의를 구성하자"고 서울시에 제안했다.

종묘는 조선과 대한제국의 역대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국가 사당으로 1995년 12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서울시는 최근 세운4구역의 건물 높이를 최고 145m까지 올리는 내용을 뼈대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변경) 및 지형도면'을 고시했다.

서울시는 그러나 이것이 종묘의 경관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세운4구역 건축물이 종묘와 180m 이상 떨어져 있어 그늘이 지거나 시야를 가리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서울시는 이날 국가유산청의 기자회견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민경 서울시 대변인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종묘 경관 훼손 가능성을 반복 제기하며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민경 대변인은 "세운 4구역 재정비촉진사업은 단순한 재개발 사업이 아니라 서울을 녹지·생태 중심 도시로 재창조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라며 "남산에서 종묘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녹지축과 좌우로 형성되는 입체적인 도심은 지금의 폐허와 같은 판자 건물이 가로막고 있는 종묘 주변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 것"이라며 "서울시는 정밀한 시뮬레이션과 종묘와 조화되는 건축 디자인 도입을 통해 경관 훼손이 없음을 이미 검증했다"고 기존 입장을 재차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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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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