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이하 광주인권위)가 2022년 이후 3년 만에 개최되는 광주퀴어문화축제를 공동주관한다.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지자체와 일부 보수단체들의 반발이 점점 심해지는 가운데, 올해 열리는 퀴어문화축제를 공동주관하는 지역은 광주가 처음이다.
17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인권위는 오는 29일 금남로 일대에서 열리는 광주퀴어문화축제의 공동주관 단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축제에는 진보당·기본소득당·정의당 등 5개 정당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30여 곳이 연대 단체로 참여한다. 국가기관 중에서는 광주인권위가 유일하다.
올해 열린 퀴어문화축제 중 인권위가 공동주관으로 참여하는 사례는 광주인권위가 처음이다. 앞서 지난 4월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2017년 인권위가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기 시작한 이래로 9년 만에 처음으로 불참을 선언했다. 같은 달 대전에서 열린 제2회 대전퀴어문화축제, 9월 대구에서 열린 제17회 대구퀴어문화축제에는 각각 대전·대구인권사무소가 부스를 차렸으나 주관·주최단위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번 공동주관은 광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광주인권위에 협조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결정됐다.
광주인권위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퀴어 행사의 경우 혐오세력에 의해 여러 가지 우려되는 상황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광주인권위가 공동주관으로 참여하면 안전에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했다"며 "또 거리 행진을 위해 지자체에 도로 점용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국가기관 또는 공공기관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해 함께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한 "광주인권위는 전에 열린 광주퀴어문화축제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해 왔다. 참여하던 축제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상한 것"이라며 "공동주관은 서울과 달리 단체들과의 상시적 소통과 협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2018년 처음 열린 광주퀴어문화축제는 2019년 2회째를 맞은 뒤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한동안 중단됐다. 2022년 제3회 광주퀴어문화축제는 영화제로 대체됐으며, 이후로도 3년 동안 열리지 않았다.
광주퀴어문화축제가 다시 열리길 바라는 시민들의 염원은 모금 운동으로 이어졌다. 지난 5월 조직위원회가 조직 운영 및 축제 진행을 위해 시작한 모금 운동에는 1150명이 4422만여 원을 후원했다. 이는 목표 금액인 500만 원의 884%에 달하는 금액이다. 시민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만날 새로운 세상에서는 성소수자도 더욱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모두가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지향하는 게 곧 '5·18 정신'을 잇는 것" 등 후원 이유를 밝혔다.
그간 열린 광주퀴어문화축제는 다른 지역 퀴어문화축제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색 풍경이 펼쳐져 소소한 화제가 돼왔다. 2018년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에서는 축제 참여자와 성소수자 혐오집회 참여자 모두 오후 5시 18분 금남로에 울려 퍼지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2019년에는 지역언론 <전남일보>가 성소수자 인권존중의 의미를 담은 6색 무지개 제호를 사용한 신문을 배포했다.
올해 광주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 권리를 지지하는 의미를 담은 부스를 열고 거리 행진, 인권 강연, '발光파티'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조직위는 "518 정신은 1980년의 광주가, 억압받고 고립됐던 이들의 공동체였던 광주가 이뤄낸 연대의 정신"이라며 "이제 현재의 광주광역시가 여전히 1980년의 처지에 놓인 성소수자들에게 연대하는 최초의 앨라이 도시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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