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도입된 서울시의 버스 준공영제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시의 재정지원은 폭증했지만 민간 버스회사의 책임 부재가 원인으로 꼽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공공교통네트워크는 11일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공공주도로 준공영제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고 제도 변경을 촉구했다.
경실련 등에 따르면 버스 준공영제가 도입된 2004년 이후 버스회사의 운송적자는 매년 쌓이고 있다. 매년 2000억 원대를 기록하던 적자는 2019년부터는 3538억 원, 2020년 6784억 원, 2021년 7489억 원, 2022년 8412억 원으로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적자 폭이 커지면서 서울시의 재정지원금도 상승 중이다. 2021년부터 4561억 원, 2022년 8114억 원 등 해마다 2배씩 급증하고 있다. 이전 재정지원금은 매년 1000~2000억 원 수준(2018년 제외)이었다. 2022년까지 18년간 총 재정지원 금액은 6조3000억 원에 달한다.
"민간버스업체의 경영위험을 공공이 떠안는 식"
경실련 등은 버스회사들의 적자가 커지는 배경을 두고 준공영제의 '비대칭 정산 구조'를 꼽았다. 경실련은 "서울시는 수입금공동관리형 준공영제, 즉 운송수입과 관계없이 표준운송원가로 계산한 운영비를 전액 보전한다"며 "이 구조는 총괄적자 보전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러한 구조를 두고 "결과적으로 민간버스업체의 경영위험을 공공이 떠안는 식"이라며 재정지원은 운송수입의 증감에 맞춰 자동 조정될 뿐이기에 실질적인 비용 절감 유인은 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 구조에서 운송수입은 보조금 규모를 정하는 기준일 뿐이기에 수요(승객) 변동 위험은 사업자가 아니라 서울시에 있다"며 일례로 "코로나19 당시 수요가 급감하자 적자와 재정지원이 급증했는데, 이는 비용 위험은 공공에 이전되고 이익은 민간에 귀속되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러한 이익 누적은 (버스회사의) 배당과 내부유보금 확대로 이어졌다. (버스회사의) 배당액은 2015년 222억 원에서 2023년 581억 원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평균 배당성향은 56.98%로 국내 기업 평균보다 20% 이상 높았다"라며 "또한 미처분이익잉여금은 2015년 2821억 원에서 2023년 5224억 원으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재정지원이 2019년 이후 3배 이상 늘었는데도 민간 버스회사의 이윤과 배당은 역대급 수준을 기록했다는 점이 핵심 문제로 제기된다"며 "결국 보조금·요금 인상으로 늘어난 재원이 서비스 개선보다 이익·배당·내부유보로 흘렀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원가 공개와 초과이윤, 배당 규율 강화해야"
이들은 "이는 원가 검증과 이윤 상한, 성과연동 환수 등 통제장치가 약했기 때문"이라며 "원가 공개와 초과이윤·배당 규율을 강화하면 요금 인상 압력을 낮추고 시민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에 "현재의 버스 준공영제 문제는 비용은 모두 공공이 부담하지만 민간의 효율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운영 구조로 전면 재설계가 불가피하다"며 △ 표준운송원가를 외부평가와 회계감사로 검증하고 예산 수립·집행·결산을 전 과정 공개 및 전문가·시민단체 협의체를 상설화하고 2004년 협약서를 정기 개정 △ 동일 예산하에 성과를 높이기 위해 노선 조정권과 차량 일부 공영화를 검토하고 총액입찰제나 운행거리(km)당 원가 정산을 도입하며 비협조 업체 제재 규정을 마련 △ 대당 기준을 km당 표준원가로 전환하고 BIS와 연계해 노선별 비용·수입을 실시간 공개하며 조합 일괄협약을 개별업체 협약으로 개정 △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분법해 ‘버스법’을 제정하고 권한 체계를 명료화하며 다양한 운영모형과 시민 참여 거버넌스를 법제화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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