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특검(조은석 특별검사)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내란 핵심 인물인 이른바 '충암파' 인사들을 외환죄 중 이적 혐의로 기소하면서 증거로 제시한 여인형 전 사령관의 휴대전화 메모에는 북한과 군사적 충돌을 유발해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으로 삼으려 한 정황이 담겨 있다.
11일 특검팀이 발표한 수사 결과에 따르면 여 전 사령관이 지난해 10월 18일 작성한 메모에는 "불안정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찾아 공략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불안정 상황을 만들거나 만들어진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돼 있다.
이 메모는 "최종 상태는 저강도 드론분쟁의 일상화"라며 '평양, 핵시설 2개소, 삼지연 등 우상화 본거지, 원산 외국인 관광지, 김정은 휴양소' 등을 언급하고 "(북한의) 체면이 손상돼 반드시 대응할 수밖에 없는 타깃"이라고 했다.
이런 곳들에 대한 무인기 도발 등을 통해 안보적으로 "불안정 상황"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또 여 전 사령관이 지난해 10월 23일자 메모를 통해 '핵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언급한 것은 북한이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등으로 도발할 경우 계엄 선포 명분으로 삼을 수 있을지 검토한 정황이라고 봤다.
여 전 사령관이 작성한 '목적과 최종상태'라는 제목의 메모에는 "미니멈, 안보위기"와 "맥시멈, 노아의 홍수"라며 안보 위기 상황을 언급한다. 국지전부터 전면전까지 염두에 두었다는 정항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1월 5일자 메모에는 지상작전사령관과 특수전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 방첩사령관을 상징하는 한글 이니셜인 'ㅈㅌㅅㅂ'가 등장한다. 메모에는 "ㅈㅌㅅㅂ의 공통된 의견임", "4인은 각오하고 있음", "적 행동이 먼저임. 전시 또는 경찰력으로 통제불가 상황이 와야 함", "호기를 잡도록, 오판하지 않도록 직언드림"이라고 돼 있다.
지난해 10월 27일자 메모에는 정치인 체포조 가동과 관련한 내용이 담겨 있다. "포고령 위반 최우선 검거 및 압수수색", "휴대폰, 사무실, 자택주소 확인", "행정망, 경찰망, 건강보험 등"이라고 돼 있는데, 11월 9일자 메모에는 "이재명·조국·한동훈·정청래·김민석·우원식·이학영·박찬대·김민웅·양경수·최재영·김어준·양정천·조해주' 등의 이름이 적혀 있다. '양정천'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오기로 보인다.
이들은 계엄 당시 방첩사 측에서 체포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 명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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