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0%가 탄소배출 23배 더 해… 왜 책임 안 묻나"

[COP30, 아시아-남미 청년의 목소리] ② 탄소배출 기업 책임 안 물으면 기후재앙 계속된다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10일부터 21일까지 브라질 벨렝에서 개최된다. <프레시안>은 이 기간 동안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하인리히 뵐재단 동아시아지부와의 공동기획으로, 기후위기에 맞선 아시아-남아메리카 청년기후활동가들의 목소리를 하루에 한 편씩 싣는다. 한국기후활동가 다섯 명의 글과 COP30 참가자 대학생의 취재기 다섯 편을 차례로 게재한다.

올해 광주는 유난히도 힘든 한 해를 보냈다. 12·3 불법 계엄을 일으킨 내란범이 탄핵당한 날까지 금남로에는 44년 전 계엄의 유령이 떠도는 듯한 불안이 가득했다. 12월 29일 무안공항 제주항공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은 이들과 죽어간 생명들은 있는데, 진상규명은 여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올해 5·18 45주년 전야제 아침에는 금호타이어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시커먼 연기가 광주 하늘을 덮었고, 조업 중단과 유독가스 노출로 인근 학교들이 휴교 조치를 내렸다. 6월에는 광주 인구가 21년 만에 140만 명 아래로 떨어졌고, 7월에는 100년 만의 폭우가 도심을 휩쓸었다. 북구 신안교 인근 홍수예방시설이라고 세운 옹벽은 물을 가둬 더 큰 피해를 낳았고, 불어난 물에 떠내려간 주민이 생명을 잃었다.

이 모든 사건이 과연 기후 재앙과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 무안공항 참사도, 금호타이어 화재도,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도, 모두 기후 위기를 넘어 '기후 재앙'의 징표다. 그리고 이것은 천재지변, 자연재해라는 말로 설명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그 구조 속에서 책임지지 않는 이들이 누구인지는 조금만 들여다보면 금방 드러난다.

그린워싱 포스코E&C, 친환경 발전소 실패하자 지자체에 소송

지난 8월, 광주 시민사회는 뒤늦게 광주시가 포스코E&C에 210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을 접수했다. 정황은 이렇다. 2013년 포스코E&C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이바지하겠다"며 광주시와 함께 나주 SRF(고형연료) 열병합발전소 건설 사업을 추진했다. 더 이상 쓰레기를 매립하지 않고, 쓰레기를 연료화해 지역난방 열원을 공급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2017년 완공 이후 주민 반발과 환경오염 논란이 이어지며 가동이 중단됐다. 이후 포스코E&C는 발전소 운영이 중단되면서 발생한 손실을 이유로 광주시에 210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처음엔 78억 원 수준이던 중재 요구액을 몇 년 사이에 김앤장을 뒤에 고 30배 가까이 불렸다. 광주시는 "기업이 추진한 실패한 사업의 비용을 시민 세금으로 떠넘기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해당 중재 심리는 현재 7차까지 진행됐다.

포스코E&C의 이러한 횡포가 어불성설인 이유는 '친환경' '공공성'을 내세워 추진한 사업이 좌초하자, 그 피해를 다시 공공에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E&C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의 13%를 차지하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 1위 기업 포스코의 자회사이다. 모회사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포스코E&C 역시 건설·엔지니어링 사업을 담당하면서 표면적으로는 스마트건설·저탄소 건설 기법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탄소 집약적인 자재와 시공방식을 기반으로 온실가스 배출에 한몫하고 있다.

▲전국에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4일 대구 달성군 국립대구과학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올해 기후 예상도를 나타내고 있는 SOS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이 책임지지 않도록 해주는 탄소배출 제도

포스코와 같은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계속하면서도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상위 10대 기업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고, 국내 816개 기업이 전체 배출량의 80%에 거의 이르고 있다. 이들에게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책임을 지우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적 장치가 빈약한 틈을 타, 이들 기업은 막대한 이윤을 축적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이래,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한다는 목적으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 허용 총량을 정하여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각 기업에 연 간 단위로 배출권을 할당하고, 어느 기업이 감축을 많이 해서 배출권이 남으면 이를 다른 기업에 판매하고, 반대로 어느 기업이 감축을 적게 해서 배출권이 부족할 경우 다른 기업으로부터 부족한 배출권을 살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그동안 역대 정부들은 각 기업에 배출상한선을 느슨하게 잡아 무상배출권을 많이 주었는데, 기업들은 이 무상배출권을 팔아서 이익을 얻어왔던 것이다. 한국의 10대 대규모 온실가스 배출기업들은 그동안 배출권을 팔아서 4700억 원의 이익을 얻었다. 포스코는 그동안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오히려 1649억 원의 이익을 얻었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지나치게 낮은 것도 문제이다. 2015년 제도 도입 초기 이산화탄소 톤당 가격이 1만 1000원 정도였고, 2025년에는 그보다 더욱 떨어져서 8300원에 불과하다. 이는 유럽연합의 배출권 가격인 톤당 10만 원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아시아 중국의 배출권 가격인 톤당 1만 5000원보다도 낮은 가격이다. 이처럼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이 현저하게 낮기 때문에, 기업들은 배출 감축을 위해 특별히 노력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는 파리협정의 1.5℃ 온도 상승 억제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탄소 가격 수준을 분석해 오고 있다. 2018년에는 톤당 18만 원, 2021년에는 35만 원이라고 분석했다. 대한민국이 IPCC의 권고에 따라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60% 감축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배출권을 100% 유상할당하며, 탄소 가격을 톤당 35만 원으로 한다면, 기업들은 매년 81조 원의 탄소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할 노력을 할 것이다.

책임지게 하는 것, 기후 재앙을 막는 지름길

기업만 책임이 있을까. 부유층의 과도한 소비와 배출 역시 문제다.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상위 10% 부유층이 1990년 이후 배출된 온실가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상위 10%가 연간 상품 구매로만 1인당 약 14톤의 탄소를 배출하는 반면, 하위 10%는 0.6톤 수준이다. 상위 1%가 쪽방촌 거주민보다 약 45배나 많은 탄소를 배출했다는 연구도 있다.

즉 기후위기의 책임은 인류세가 말하는 것처럼 '우리 모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더 정확하게는 구조적으로 더 많은 힘과 자원을 가진 이들이 더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927 광주기후정의행진에서 한 청소년의 발언이다. 15살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기후정의란 나무를 심고 쓰레기를 줄이는 문제가 아닙니다.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누가 어떻게 보호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온실가스와 플라스틱을 많이 생산하고 배출하는 나라와 기업이 책임을 져서 기후위기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발언했다. 개인의 실천이 갖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며, 기업과 부유층을 중심으로 책임을 묻는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마땅한 말이다. 이제 정부는 기업이 배출한 온실가스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 앞서 설명한 기업에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게 하는 제도의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할 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기후 대응은 허구다. 이 허구 속에서 시민과 노동자, 약자들은 기후재앙 앞에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무너지게 될 것이다.

▲그린피스, 스테이그라운디드(Stay Grounded) 등의 기후활동가들이 2023년 5월 23일 유럽 최대의 개인 제트기 판매 박람회인 '유럽 비즈니스 항공 컨벤션 & 전시회(EBACE)' 장에서 개인 제트기 반대 운동을 벌이는 모습. ⓒBy Stay Grounded-GP0STWF12, CC BY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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