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시정연설에 국민의힘 "범죄자", "꺼져라" 야유

시정연설 보이콧하고 '검은 마스크' 침묵 시위…장동혁, 李대통령 인사 외면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4일 오전 국회를 찾았다. 국민의힘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특검 수사를 '야당 탄압'이라고 항의하며 연설을 보이콧하고, 본회의장에 진입하는 이 대통령에게 야유를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30분께 국회에 도착, 오전 10시 예정된 시정연설을 진행하기 위해 본회의장이 위치한 국회 본관에 입장했다.

이 대통령이 입장한 정문 진입로 앞 로텐더홀 중앙계단에선 국민의힘 소속 107명 의원들과 사무처 당직자들이 '야당탄압 규탄대회'를 진행한 탓에 이 대통령은 중앙 계단이 아닌 왼쪽 진입로를 통해 사전환담장으로 이동했다.

국민의힘 측 인원들은 전원 검은 마스크를 끼고 '침묵 시위'를 진행했다. "야당탄압 STOP, 정치보복 OUT'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뒷편에 세웠고, 의원들은 "명비어천가", "야당파괴" 등의 문구를 적은 피켓을 손에 들었다. 영정을 본따 "근조 자유민주주의"라고 적어 놓은 피켓도 등장했다.

이들은 '침묵 시위'라는 취지에 맞춰 이 대통령 입장 시까지 별도 구호를 외치진 않았지만, 이 대통령의 본관 입장이 임박한 9시 35분께엔 개별 의원들이 고성을 내면서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 대통령 마중을 위해 정문 앞으로 이동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한 것.

김기현 의원은 "우원식 정신 차리라", "쪽팔리지도 않나"라며 고성으로 항의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의장이 사무총장인가"라고 꼬집으며 "부끄럽다"고 연신 고함을 치기도 했다. 국회의장의 대통령 마중이 과도한 의전이란 취지다.

국민의힘 측 야유는 이 대통령이 본관에 입장할 때까지 이어졌다. 공식 구호는 아니지만 개별 의원들은 이 대통령을 향한 야유를 멈추지 않았다. 다수 의원들이 "재판을 속개하라"고 외쳤고, "범죄자가 왔다", "꺼져라"라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별다른 반응 없이 웃으며 장동혁 대표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장 대표는 반응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측과 별도의 악수를 나누지 않고 인파가 통제된 왼편 출입로를 통해 사전환담장으로 이동했다.

당초 우 의장과 더불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이 대통령과 사전환담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이날 국민의힘이 시정연설을 보이콧하면서 장 대표는 환담에 불참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총회 직후 "추경호 전 원내대표 구속영장 청구를 강력히 규탄한다. 이는 야당탄압이고 정치보복"이라며 "저희는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않는 걸로 결정했다"(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고 시정연설 보이콧 사실을 알렸다.

특히 장 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에서 "이제 전쟁이다. 이제 우리가 나서서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서 모든 힘을 모아야 될 때"라며 "이번이 마지막 시정연설이 돼야 한다"는 등 강성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조은석 특검은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해서 없는 죄를 만들어서 짜맞춘 '답정너'식 영장을 쳤다"며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야당을 존중하긴커녕 아예 인정조차 하지 않는다면 야당도 대통령과 여당을 존중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사전환담 직후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도열한 의원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아 악수하면서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국민의힘 측 보이콧에 대해 우 의장은 "시정 연설은 내년도 국민의 삶을 우리 국가가 어떻게 책임질지에 대해서 함께 머리를 맞대기 시작하는 날"이라며 "함께 듣지 못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도 연설에 앞서 "좀 허전하군요"라며 국민의힘의 본회의장 불참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박수 속에 연설을 마친 뒤 '이재명 대통령'을 연호하는 의원들의 환대를 받으며 그들과 악수를 나누고 퇴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에 도착해 피켓시위를 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앞을 지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내란특검팀의 영장청구에 반발하며 야당 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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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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