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서울 영등포구 성매매 집결지를 찾아 "성매매 피해 여성들은 형법상 처벌되는 어떤 피의자가 아니라 사실상 우리 사회가 지키지 못한 성폭력과 성착취 산업으로 인한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원 장관은 29일 오후 영등포구 인근 성매매 피해 여성 지원 센터인 다시함께상담센터 상담소를 방문, 성매매 집결지 폐쇄 및 피해자 지원을 위한 현장간담회를 진행하며 이같이 말했다. 성매매 문제 주무부처 장관이 성매매의 성폭력성과 '성착취 산업'이라는 구조성을 직접 조명한 것이라 눈길을 끌었다.
변호사 출신인 원 장관은 과거 다시함께상담센터 피해자 지원 과정의 법률 지원자로 활동한 바 있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는 데 대해 다시 한번 살펴보고 많은 노력을 해주셨다"며 센터를 격려하고, 이어 성매매 집결지 문제 해결을 위한 센터 측의 건의사항 등 현장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간담회는 서울 영등포갑 지역구의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의 주재로 마련돼, 센터와 함께 영등포경찰서·영등포구·서울시·성평등부 등 영등포구 성매매 집결지 문제와 관련된 기관 및 부처들이 모여 상황을 점검하고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영등포구청장 출신으로 구청장직 재임 당시 집결지 문제를 주요 현안으로 강조해온 채 의원은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지 20년이 됐음에도 서울에 영등포와 미아리 2곳, 전국엔 12곳이 (성매매 집결지로) 있다"며 "여러 지자체와 경찰, 시민사회가 노력을 하는 데도 항상 갈등과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고 이날 간담회의 취지를 전했다.
채 의원은 성매매 종사자들의 인권 문제, 재개발 정비 사업 문제, 성매매 수요 및 포주에 의한 성착취 '산업'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힌 집결지 문제를 두고 "(집결지 문제는) 특수한 영역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잘 스마트하게 풀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저와 서울시나 영등포구청, 여러 부서가 함께 서포트를 할 테니까 (원 장관이) 이것을 좀 힘 있게 가 달라"고 당부했다.
채 의원은 이어선 "지난 윤석열 정부 하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소극적이었다", "오히려 이 문제의 주무부처인 그 당시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려 했다"며 "그러다 보니까 더욱 이 문제가 더 수면 아래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센터 측은 △집결지 '유리방' 앞 도로 무인단속 카메라 설치 등을 통한 불법주차 단속, △성매매 집결지 건물주·토지주에 대한 경찰의 적극 수사 및 처벌,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 관할 기관인 영등포구청, 영등포서 등을 포괄한 지역협의체 운영, △성매매 여성 단속 시의 가정법원 상담위탁 처분, △성매매 집결지 단속 시 건물주에 대한 '본인 건물의 성매매 장소 제공 사실' 통보 등 5가지 건의사항을 원 장관에게 전했다.
센터는 집결지 인근 불법주차 단속이 필요한 이유로는 "유리방 앞 도로는 2차선 도로임에도 업소 영업시간 중 업소 관계자들의 차 또는 성매수자의 차가 무단주차 돼있는 경우가 다수"라며 "(집결지를 찾는 성 매수자들에 대한) 불법주차 단속을 통한 '수요 억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건물주·토지주에 대한 경찰 수사 촉구에 대해선 "2021년도에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 건물주와 토지주를 고발했지만 사실 대다수가 불송치가 되었다"며 "성매매 수요 차단을 위해선 업주 관련자, 성매수자 단속도 중요하나 알면서도 장소를 제공하여 부당이득을 취한 자들의 처벌이 절실하다"고 했다. 센터는 지난 24일 건물주 등에 대한 2차 고발을 진행한 상황이다.
성매매 단속 여성에 대한 '가정법원 상담위탁 처분'은 성매매 피해 여성이 단속됐을 경우 이를 보호사건으로 송치해, 당사자의 자활 등을 도울 수 있게 하는 절차다. 집결지 성매매 여성들은 채무관계 및 인권 침해, 만성질환, 생계 부재 등으로 집결지에 '묶여 있는' 경우가 많아 이 같은 절차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따르면 검사는 성매매를 한 사람에 대하여 사건의 성격·동기 등을 고려해 보호처분을 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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