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800억' 런던베이글 신화 속 26살 직원의 사망, 무슨 일이 있었나?

유족 "최대 80시간 노동, 과로산재 신청"…사측은 부인

'베이글 열풍의 주역', '청년 핫 플레이스.'

2021년 안국동에 1호점을 낸 뒤 4년 만에 매출 796억 원, 영업이익 243억 원을 기록한 '런던베이글뮤지엄(런배뮤, 법인명 엘비엠)'에 따라붙던 말이다. '오픈런' 속에도 매장을 급격히 늘리지 않고 직영점을 고집한 '느린 확장' 전략도 사람들의 신뢰를 키웠다.

지난 8월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가 런배뮤를 약 2000억 원에 인수하며 '성공신화'는 정점에 이르렀다. 이후로도 초기 경영진은 여전히 런베뮤에 남아 회사의 미래를 그려나가는 중이다.

그런 런베뮤의 그늘에 '언젠가 내 매장을 열겠다'는 꿈을 꾸며 일하던 26살 정효원 씨가 있었다. 정 씨는 지난 7월 16일 인천 미추홀에 있는 회사 숙소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고 끝내 숨졌다. 유족은 고인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며 과로 산재를 신청했지만 사측은 이를 부인 중이다.

유족 측 "사망 직전 주 80시간, 직전 12주 간 주 60시간 근무"

정 씨의 죽음은 지난 27일 <매일노동뉴스> 보도로 드러났다. 이후 언론의 후속보도가 이어졌고, 정의당, 진보당 등 정치권도 런베뮤를 비판하는 논평을 냈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 사측은 유족의 요청에도 근무시간 관련 자료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유족은 사건을 대리한 노무사와 함께 고인의 카카오톡 대화내역, 대중교통 이용내역 등을 모아 정 씨의 근무시간을 추정해야 했다.

결과는 법을 무시한 장시간 노동이었다. 정 씨는 숨지기 직전 일주일 간 80시간 일했고, 그 전 12주 간 60시간가량 일한 것으로 추정된다. 근로기준법은 주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를 훌쩍 넘어서는 시간이다.

건강을 망칠 수 있을만큼의 장시간 노동이기도 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승인 시 전문의 소견을 듣는데, 사망 전 12주 간 평균 노동시간이 주 52시간이 넘어가면 뇌심혈관질병 산재승인율은 80%에 육박한다. 주 60시간이 넘어가면 90% 이상이다. 유족 측의 추정이 맞는다면, 정 씨에 대해서도 산재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사망 하루 전날 정 씨가 오전 9시경 출근해 오후 12시경 퇴근하며 연인에게 '한 끼도 먹지 못했다'는 문자를 남긴 사실도 보도됐다. 근로기준법상 8시간에 1시간으로 규정된 휴게시간을 빼도 하루 13시간 일하며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셈이다.

사망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도 사인으로 단정할 만한 질병이 발견되지 않았다. 유족에 따르면 정 씨는 키 180센티미터에 몸무게 78킬로그램의 건강한 체격이었다.

장시간 노동이 정 씨만 겪은 문제가 아니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정 씨 근로계약서에 "근기법 59조에 따라 1주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근기법 59조는 제과업이 아닌 운송업·보건업 등에 적용된다. 정 씨에게만 특별한 근로계약서를 내밀었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사측 "유족 주장 납득할 수 없다"…정부, 근로감독할까

사건이 알려지자 런베뮤 측은 입장문에서 "고인의 일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당사의 매장 관리 직원은 일 8시간과 일 9시간 근무 형태로 구성돼 있고 모든 직원은 월 8회 휴무를 실시하고 있다. 본사가 파악하지 못한 연장근로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주 80시간까지 연장근무가 이뤄졌다는 유족의 주장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고인은 입사 이후 13개월 동안 7회(9시간) 연장근로를 신청했고, 당사가 파악한 고인의 평균 주당 근로시간은 44.1시간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전체 직원의 평균 근로시간인 주 43.5시간과 유사한 수준으로 주 80시간 근무했다는 유족의 주장은 우리의 조사 결과와 명백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런베뮤 측은 "근로계약서와 스케줄표, 급여명세서 등을 유족에게 전달했다"며 "노동청 등에서 조사를 나오면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조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유족의 과로사 주장과 관련 런베뮤에 대한 근로감독 실시를 검토 중이다. 실제 실시될 경우 주 52시간제 준수 여부, 근로계약서의 합법 여부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런던베이글뮤지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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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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