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눈치우다가 '쿵', 순찰 중에 '쿵'… 작년 과로사 압도적 1위는 아파트 경비원

[아파트에서 쓰러지다] 2024년 한해 과로사한 아파트 경비원 31명 살펴보니

2024년 한 해(산업재해 승인 기준) 동안 전체 노동자 중 아파트 경비원이 과로사로 가장 많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령에 24시간 교대근무, 장시간 노동, 주민 갑질, 업무 과다 등에 노출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프레시안>이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재해조사서를 보면, 2024년 한 해 동안 경비 일을 하다 뇌심혈관계질병, 즉 과로로 사망한 경비원은 31명이다. 이는 전체 직종에서 압도적 1위다.

근로복지공단의 '최근 5년 과로사 업무상 재해 인정 현안'을 보면 2024년 산업재해가 승인된 뇌심혈관 사망자 214명 중 1위 분야는 경비업이 들어있는 기타의사업(98명)이었다. 이는 2위인 제조업(48명)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그다음으로 운수·창고·통신업(38명), 건설업(19명) 순이었다.

1위를 기록한 기타의사업을 세부적으로 보면 다른 직업보다도 아파트 경비원이 압도적으로 많은 31명으로 확인됐다. 경비업은 기타의사업 분야에서 31%, 전체(214명) 과로사 노동자 중에서도 14%를 차지하고 있었다.

▲ 재활용 분리수거 정리를 하는 경비원. ⓒ프레시안(허환주)

아파트 경비원 과로사 노동자들의 평균 나이는 69세로 초고령이었다. 최고령은 81세였다. 최연소 사망자는 48세로, 고인은 갑작스럽게 경비원 2명이 퇴사하면서 사망 3일 전인 3월 5일 오후 6시부터 8일 쓰러진 오전 6시 40분까지 60시간 넘게 연속 근무를 하다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최연소 사망자인 48세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60~80대로 확인됐다.

사망한 31명의 경비원들이 쓰러지기 직전 3개월간 근무표를 보면 대다수가 법정 최대 근로시간인 주 52시간을 넘겼다. 3개월 동안의 평균 1주일 노동시간을 보면 50시간~60시간 일한 경비원이 14명이었고, 70시간~80시간과 60~70시간 일한 이도 각각 6명이나 됐다. 40시간~50시간은 5명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노동자들이 일하는 시간(오전 9시~저녁 6시)이 아닐 때 쓰러졌다. 밤 12시~오전 6시(10명)가 가장 많았다. 이어 오전 9시~오후 6시(9명), 오후 6시~밤 9시(7명), 오전 6시~오전 9시(5명) 순이었다.

사망한 경비원들은 연차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사망 전 석 달 동안 연차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경비원은 14명으로 가장 많았고, 1일 사용(10명), 3일 사용(4명) 순이었다. 2일·4일·5일 사용이 각각 1명이었다.

쓰러질 당시의 날씨는 추운 겨울이 절반을 차지했다. 12월~2월이 14명이었는데, 그중 12월에만 8명이었다. 7월~8월은 5명이었고 3월(4명), 10월(3명), 9월-11월(2명), 6월(1명) 순이었다.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공동대표(직업환경 전문의)는 "장시간 노동, 24시간 교대근무, 연차 사용 미비 등은 전형적인 과로사의 원인들"이라며 특히 겨울철 사망이 많은 점을 지적하며 "추우면 혈관이 수축되고 혈액이 응고되기에 눈 치우다가, 야간순찰을 하다가 쓰러진 분들이 많다"고 밝혔다.

이상윤 공동대표는 밤 12시부터 아침 6시 사이에 사망자가 가장 많은 점을 두고는 "경비원들은 휴게공간이 상당히 열악한데, 난방이 잘 안되는 곳이라면 밤에 추위를 견디다가 사망한다"며 "재활용 분리작업부터 주차관리, 청소 등 일상적으로 많은 업무를 해야 하는 경비원들이 열악한 주변환경에 노출되다 보니 좀더 위험하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다.

이상윤 공동대표는 그러면서 "과거엔 아파트가 별로 없었기에 경비원들의 숫자가 많지 않았지만 점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경비원 숫자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그럼에도 24시간·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근무환경에 노출 돼있는 고령의 경비원들을 보호할 제도나 장치는 미비한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김주영 민주당 의원은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이 쉼 없이 일하다 생명을 잃는 현실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며 "교대근무 체계 개선, 휴게시간 보장, 갑질 방지 등 경비노동자의 과로사를 막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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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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