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도 억제' 이미 깨졌나… 의지 없는 부유국, 화석연료 계속 증대

기후변화 국제단체들 "이대로면 1.5도 상승 못 막아"… "매년 석탄화력 360기 폐쇄해야"

내달 개최될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를 앞두고 국제 기후변화 감시 기구들의 보고서가 연이어 발표되는 가운데, 상당수가 이대로는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기후 위기가 가속할 거란 경고를 내놨다. 주원인은 탄소 배출의 책임이 있는 주요 북반구 국가들의 소극적 의지와 부실한 계획 때문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16일 보고서를 내 지난해 이산화탄소 등 주요 온실가스의 전 세계 평균 지표면 농도가 전례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2023년 대비 3.5ppm 증가한 지난해 이산화탄소 농도를 두고 WMO는 "1957년 현대적 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큰 연간 증가 폭"이라며 "구체적으로 이산화탄소 농도는 423.9±0.2 ppm을 기록했고, 이는 1750년 산업화 이전의 152%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지구 온실효과에 영향을 주는 메테인과 아산화질소 지표 농도 또한 기록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WMO는 "메테인(CH₄)은 1942±2 ppb, 아산화질소(N₂O)는 338.0±0.1 ppb를 기록했다"며 "이 값은 각각 산업화 이전 대비 266%, 125%에 해당한다"고 발표했다.

WMO 분석에 따르면, 세계 각국이 약속한 파리협정은 이미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로 보인다. 파리협정은 2015년 190여 개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이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제한하자고 약속한 협정이다.

WMO는 지난 3월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에서 "2024년은 산업화 이전 대비 전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이 1.5도를 초과한 첫해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또 지난 5월 공개한 '지구 10년 기후 업데이트' 보고서에선 향후 5년 내 평균 기온이 1.5℃를 넘을 확률이 70%이고, 역대 가장 더웠던 2024년보다 더 더운 해가 나타날 가능성이 80%라고 예측했다.

WMO는 지난 16일 "2023년 대비 2024년 이산화탄소의 기록적 증가는 자연 변동성과 화석연료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의 조합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화석연료 계속 증가 2050년 넘어도 큰 비중

화석연료로 인한 탄소 배출량은 여전히 증가 추세를 보인다. "세계는 2030년에 1.5℃ 경로 대비 120% 더 많은 화석연료를, 2℃ 경로 대비 77% 더 많은 화석연료를 생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각각 110%, 69%를 기록했던 2023년보다 더 악화한 결과다. 지난달 24일 스톡홀름연구소, 클라이밋 애널리틱스, 국제지속가능발전연구소 등이 발표한 '2025 생산격차(Production Gap) 보고서'의 내용이다.

세계 화석연료 생산량의 약 80%를 점하는 주요 20개국의 계획을 보면,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2030년까지 석탄 생산을 늘리려고 한다. 미국, 캐나다, 브라질 또한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 확대에 주력하고, 특히 셰일가스와 심해유전 개발 등을 통한 생산도 계획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전환을 선언한 노르웨이, 영국 등의 나라조차 석유와 가스의 신규 해상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보고서는 "여전히 많은 국가가 재생에너지 전환을 약속하는 동시에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하는 이중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석연료가 2050년 이후까지도 에너지 생산에서 큰 비중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지금 추세 혹은 지금보다 더 소극적인 에너지 전환 경로에서 화석연료 수요는 2030~2035년이 돼야 정체할 가능성이 있다"며 "천연가스 수요 증가가 다른 높은 배출 연료를 대체하고, 석탄 또한 이전 전망보다 높은 수준의 사용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컨설팅업체 메켄지&컴퍼니(Mxkinsey & Company)가 발표한 ’2025년 글로벌 에너지 전망 보고서' 분석이다.

이 업체는 특히 최근 수요가 증가하는 데이터센터 등에 관해 "글로벌 전력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라며 "특히 OECD 국가에서 데이터센터가 전력 수요 증가의 핵심 동인으로 부상해, 에너지 효율 향상만으론 총수요 증가를 상쇄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0년 9월 26일 미국 와이오밍 주에서 발생한 화재.(자료사진) ⓒ미국산림청(U.S.Forest Service)

위기는 심각한데 화석연료 폐지 계획 없다

그러나 탄소 배출에 책임이 있는 상당수 국가들은 아직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하지 않았다. UN기후변화협약에 따라 5년마다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할 탄소 감축 이행 계획안으로, 지난 2월이 첫 제출 기한이었다.

기후행동네트워크(CAN)는 지난 24일 낸 주요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유럽연합(EU)을 비롯해 한국, 아르헨티나,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등 9개 국가가 지난 9월 말까지 NDC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이들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그 결과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단 31%에 해당하는 국가들의 NDC만 제출된 상황이다.

이 단체는 기후 금융 확대 이행안도 퇴보했고, 정의로운 전환 약속도 수사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탄소 배출의 90% 이상을 대부분 북반구의 부유국들이 배출했지만기후 변화 피해는 남반구의 빈곤한 국가에 전가된다는 점에서, UN기후변화협약은 탄소 배출의 책임이 있는 국가들에 '기후 금융'(기후 변화 대응 분담금)을 부담하는 의무를 정했다.

그러나 기후행동네트워크는 "선진국 중에선 캐나다, 영국만 기후 재정 규모를 명시하지만, 두 나라도 2027년 이후 규모는 밝히지 않고 있다"며 "공정한 분담금 의무 이행 방안을 제시한 국가는 없고, 국제 기후 적응 재정 규모를 늘리겠다고 약속한 나라도 없다"고 밝혔다.

기후행동네트워크는 또 "제출된 NDC 대부분에서 '정의로운 전환'은 종종 한 번만 언급될 뿐이며 이행 조치, 불평등 해소의 필요성, 사회 보장, 사회적 대화, 양질의 일자리와 같은 필수 개념은 동반되지 않는다"며 "정의로운 전환 조치는 주로 기술 교육과 녹색 일자리에 초점을 맞춰 너무 제한적"이라고 비판했다.

"모든 부문 노력을 5~10배 가속해야"

이에 국제기후단체 체제전환연구소 등은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하려면 "모든 부문에서 엄청난 노력의 가속화가 필요하다"며 "오는 10년 동안 최소한 2배, 대부분 부문에선 4배 이상의 (기후 위기 대응) 가속화가 필요하다"고 지난 22일 지적했다.

이 단체는 구체적으로 "석탄발전을 10배 이상 빠르게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며 "이는 매년 평균 규모의 석탄 화력 발전소 360개를 폐쇄하고 모든 건설 예정 계획을 중단하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또 "삼림 벌채를 9배 더 줄여야 한다. 지금은 2024년 기준, 매분 축구장 22개에 달하는 숲이 영구적으로 사라지는 상황"이라며 "고속 교통망은 5배 더 빠르게 확장해야 한다. 이는 매년 최소 1400km의 경전철, 지하철, 버스 차선을 건설하는 것과 같다"고 제안했다.

이어 "전 세계 기후 재정은 매년 약 1조 달러(1300조 원)씩 늘려야 한다"며 이는 2023년 공공 화석연료 재정의 약 3분의 2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육류 소비와 관련해서도 이 단체는 "쇠고기, 양고기, 염소고기 등의 고소비 지역에서 소비를 5배 더 빠르게 죽여야 한다"며 "북미, 남미,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주당 2회 이하로 소비를 줄이는 것과 같다"고 요구했다.

▲2021년 3월 호주 멜버른엣 열린 기후 위기 집회 풍경. ⓒMatt Hrkac, CC BY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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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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