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24일,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해산 이후 서울시 공공돌봄에 대한 시민공청회가 열린다. 서울시가 서사원을 해산한 지 1년 5개월 만이다. 서사원은 민간기관이 기피하는 돌봄대상자 등을 주로 맡아 온 서울시의 공공 돌봄 기관이었다. 이에 서울 시민 6000여 명이 서사원을 일방 폐지한 서울시의 책임을 묻고 공공 돌봄의 필요성을 공론화하기 위해 서명을 모아 공청회를 요구했다. 행사를 앞두고,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가 네 편의 글을 보내왔다. 지난해 말 열린 '서사원 공공돌봄 사례 수기' 공모전의 수상작들이다. 공공 돌봄 이용자와 노동자의 수기를 통해, 돌봄 서비스 공공성의 의미를 되돌아본다.
코로나19 재난 시대에 장애인들은 코로나 확진보다 더 무서운 말이 ‘자가격리’라고 한다.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장애인들에게 자가격리는 사형선고와 같다. 나는 코로나가 창궐하던 지난 2020년 4월과 9월 두 차례, 장애인활동지원사로서 홀로 그리고 동료 활동지원사분들과 함께 약 2주간 자가격리 대상이 된 중증장애인을 돌보러 자가격리 시설에 장애인과 동반 입소해 24시간 긴급 돌봄지원을 했다.
2020년 4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 서울시에서 첫 번째 사례로 장애인 코로나19 깁급돌봄지원 의뢰가 들어왔다. 전체적인 모든 상황이 긴급이었다. 입소하기 전날 센터로부터 중증장애인이 코로나 확진자인 어머니와 접촉해 격리 시설에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데 돌봐줄 사람이 없다고 연락이 왔다. 보호자인 어머니는 탈북민으로 자녀를 믿고 맡길 지인도 없었고 장애인 이용자는 지적장애가 있는 발달장애인으로 나이는 스무 살 정도인데 만나보면 어린아이 같았다.
어머니는 장애가 있는 아들과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확진 판정을 받고 매우 우울해하셨다. 그 소식을 듣고 곧장 짐을 싸서 장애인 이용자를 만나기 위해 구급차를 타고 집으로 데리러 갔다. 확진자인 어머니가 그때까지 집 안에 계셨고, 어머니와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서 아들을 문밖으로 내보냈는데, 장애인 이용자는 겁에 질려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나는 안쓰러운 마음에 따뜻하게 꼭 안아줬다. 다행히 이용자가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는지, ‘형아’라 부르고 악수까지 하며 잘 따라 나와 줬다.
그 이후 격리 시설 안에서의 생활은 처음 겪는 특수한 상황에 모든 것이 낯설었고, 제약과 변수가 많았다. 이용자를 데리러 갈 때도 같이 갔던 구급대원들은 모든 보호 장구를 착용했지만, 나는 마스크 한 장만으로 초기 대응하며 지원해야만 했다. 그만큼 초기상황의 현장은 보호 장구를 온전히 완비할 수 없었고, 있어도 이용자와 직접적인 밀착 서비스를 해야 하는 특성상 온전한 보호를 기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중증장애인의 위험 현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활동지원사로서, 중증장애인의 생존권 앞에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에 긴급돌봄지원에 자원했고 돌봄은 철저히 장애인 이용자의 보호 중심으로 진행됐다. 특히, 돌봄의 사각지대에 있는 중증 발달장애인의 경우 감염병도 무섭지만, 서비스 지원 자체도 어려웠다. 24시간 '정서 지원', 도전적 행동이라고 하는 어려운 행동에 대한 행동 지원, 신체 지원, 비언어 의사소통 등 매우 전문성이 필요했다. 장애 특성을 파악해 무엇보다 '안정'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루틴을 만들었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활동을 하며, 오전, 오후 이용자 수준에 맞는 놀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했다. 종이접기, 클레이(찰흙), 풍선 놀이, 학습지 풀기 등 활동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우울 상태로 격리 치료 중인 어머니께 틈틈이 보내 드렸고,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잘 지내고 있다고 아들의 안부도 매일 전달해 드렸다. 발달장애 특성을 고려해 최선을 다해 서비스를 진행했고 그 결과 모두 무사히 퇴소해 기존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두 번째 코로나19-긴급 돌봄 사례의 장애인 이용자는 2020년 9월, 1차 경우 때보다 더욱 긴급하고 긴박하게 시작됐다. 1차 때보다 더 자기 통제가 어려운 이용자는 중증 지적장애1급(자폐성)으로 여러 가지 어려운 행동들(고함지르기, 움직이기, 손바닥으로 때리기, 배회하기, 보이는 음식 먹기, 안기, 자해, 위협, 기물파손, 이식증, 무단이탈, 자극 행동, 과잉행동, 특이한 버릇 등 예측 불가능한 행동)이 심하게 나타났고, 제한된 공간이라 불안정 상태였다.
이용자는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데, 코로나의 위험도 있지만 한시도 이용자를 혼자 둘 수 없어 곁에서 보호와 지원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의뢰가 들어오기 전 약 일주일 정도는 이곳저곳 복지관이나 관련 센터를 통해 임시로 보호받았지만, 어디에서도 지속적인 돌봄이 어려웠고 자가격리 자체가 어려운 환경 등으로 전전긍긍하다가 의뢰가 들어온 경우였다. 이용자가 있을 곳이 없어 먼저 격리 시설에 입소한다는 소식에, 코로나 검사 후 판정 결과를 받기도 전에 동반 입소를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긴급하게 시작됐다.
빠르게 이용자의 관심(반응), 자극 요인 등을 파악하고 안전과 보호, 안정감을 주기 위해 천천히 파악하며 서비스 지원을 진행했다. 이용자의 안전을 위해 어떤 돌발 행동을 할지 몰라 쉴 틈 없이 보호 장구도 제대로 못 하고한 시도 관심과 집중을 놓칠 수가 없었다. 1차 때와 유사하게 보호자인 어머니는 지병으로 입원 중이셨다. 보호자의 여러 가지 심리적 안정감과 그로 인한 격리 시설 내 서비스 집중 환경 조성, 이용자의 정보 수집 등을 위해 연락했고 그렇게 걱정하시는 보호자에게 홀로 현장에 있는 활동지원사가 직접 연락해 전반적인 상황 전달을 하며 정보도 얻고 소통했다.
이용자의 장애로 인한 흥분 정도가 심할 땐, 좋은 분위기 전환이 돌아다니기인데, 자가격리 시설이라는 제약된 공간이 협소해 문밖으로 나가 복도를 걸어 다닐 수밖에 없었다. 최소한으로 나가야만 하겠지만, 흥분상태가 심할 시 욕구 해소를 위해 복도를 걸어 다녀야 했다. 다행히 시설 측과 연락해 이용자가 격리된 층수만 사용할 수 있게 조율했다.
이렇듯 중증장애인에 맞는 세밀한 지원책이 없었던 긴급돌봄지원의 모든 과정은 고되고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모든 것이 처음이다 보니 간단한 매뉴얼은 기대하기 어려웠고, 현장에서 ‘자가격리인데 왜 둘이 들어가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한 사람의 이해를 도우면 또 다른 사람이 와서 같은 질문을 하는 식이었다. 장애인활동지원사인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비스 이용자가 어떤 장애를 가졌고, 또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일인데 그에 대한 적절한 정보는 매우 부족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입은 방호복도 엄청 답답한데,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이 방호복 하나라고 생각하니 최대한 착용했다. 중증 발달장애인은 마스크 하나도 장애 특성상 착용하기 어렵고 활동지원사의 마스크를 벗기기도 했다. 처음 3일 동안은 잠을 못 잘 정도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열악한 환경 때문에 마치 무인도에 떨어진 기분이 들었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나서야 ‘왜 이렇게 열악한 거지?’라는 의문부터 ‘긴급’이라는 단어 하나로 다 용서되는 그 상황에 대해 분노가 일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다는데, 체계는 없고 바쁘게만 돌아가는 상황이 현장을 너무 힘들게 만들었다. 방호복도 도착해서 부랴부랴 입어야만 했다. ‘체계가 조금 더 잡혔다면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도 착용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퇴소일까지 모두 안전히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장애인의 이해와 많은 현장 경험이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사로서, 현장에 주어진 상황에서 장애인 중심으로 안전과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했고, 결과적으로 무사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미흡한 구조 대책이 마련이 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기에 당장 먼저 사람이 필요하고 매뉴얼이 마련됐다 해도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이 필요한데, 이를 할 사람은 결국 나와 같은 장애인활동지원사였다.
재난의 고통은 약자에게 더 가혹하고 평등하지 않다. 돌봄의 사각지대에 있는 중증장애인이 있는 가정은 안 그래도 돌봄 부담이 큰데, 코로나 재난 시대엔 그 부담과 고통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홀로 발달장애인을 돌보던 어머니가 코로나로 인해 자녀와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사도 있었다. 장애인들이 처한 현실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사로서 어려운 조건에서도 최선을 다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완수해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희생과 운에 맡겨야 하는 현실을 잘 알기에 걱정이 크다. 세상에서 다르다는 이유로 사회적으로도 보호받지 못하고 책임 전가에 내몰리다 방치될 뻔한 장애인을 알게 됐고, 장애인활동지원사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지만, 함께 시간을 보냈던 장애 아이의 순수하게 웃는 그 모습을 떠올리면, 언제 또 같은 상황이 반복될지 모를 걱정에 슬픔이 차올랐다.
긴급돌봄지원을 마친 지금도 이용자가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지 가끔 “형아” 하면서 연락을 주곤 한다. 보호자 분들께서도 문자 인사를 주시고 좋은 인연을 지속하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코로나19 장기화가 예상되기도 하고, 인류가 있는 한 재난 상황은 언제든 다시 반복될 수 있다. 재난 상황에서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가진 전문 장애인활동지원사와 이들을 지원하는 공공 운영기관의 확충과 지원이 더욱 절실해졌다. 많은 악조건 속에서 그 어떤 것보다 현실적으로 필요하고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돌봄노동자들의 손발노동이다. 누구든지 배제되지 않는 생존과 인권을 위한 공공의 사회적 안전망이 늘어나야 할 것이다.
<심사평>
위 공모작의 경우, 감염병 재난 시기 당시의 공공 돌봄 수행 경험을 이야기함으로써 장애인, 노인, 아동 등 취약계층이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도 특히 취약했음을 드러내고, 유례없는 상황에 직면한 노동자들이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때의 경험을 통해 공공 돌봄을 이용한 이용자들과의 사회적 관계가 어떻게 진전됐는지를 덧붙이고 있는데, 위 공모작은 감염병 재난 시기의 공공 돌봄 체계가 발동한 과정뿐 아니라 그 과정의 결과로써 이용자와 노동자 간의 사회적 지지가 발생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확인케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은 공공 돌봄의 중요성을 주요 의제로서 수면 위로 드러나게 했고, 공공 돌봄 노동 현장에서 분투하던 노동자들이 필수 노동자로서 역할하고 있음을 인식하게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직면했을 때의 경험을 공감의 언어로 기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공공 돌봄의 필요성 논의를 실천적으로, 정책적으로 이어갈 수 있게 하는 힘이 됩니다. 이런 의미를 종합해 위 공모작을 우수상으로 선정합니다. - 김희라 심사위원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정책국장)
<심사 총평>
노동자들의 수기공모는 돌봄 노동자와 이용자들의 지적 활동과 자아 해방을 꾀하고 일상과 사유를 중심으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힘이다. 수기공모는 단지 생계형 노동자, 시혜받는 이용자라는 타이틀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를 지적·철학적 존재로서 자신을 재구성하려는 시도이다. 그런 점에서 서울 시사회서비스원 노동자 수기 공모는 글을 쓴다는 행위가 가진 힘에 대한 믿음이자 노동자와 이용자의 집단적·개별적 정체성을 보존하려는 중요한 기록 행위라 생각한다.
응모된 각 원고는 각양각색이었다. 원고를 읽으며 노동자와 이용자의 개별 경험을 통해 우리 일상의 공기처럼 존재하는 돌봄의 보편성을 상기시켰다. - 여미애 심사위원장(YM고전읽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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