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李 파기환송 절차, 이례적이지만 이론적으로 가능"

與 '대선 개입' 의혹에 "사건 복잡하지 않아 신속심리 가능"…조희대, 국감장 찾아 마무리 인사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파기환송 판결과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심리에 절차적 의혹을 제기하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이 사건이 좀 이례적"이라면서도 '이론적으로는 전합이 심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천 행정처장은 15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현장 국정감사에 출석해, '대법원 입장에 따르면 전합은 상고이유서 제출과 주심 대법관 지정도 없는 상태에서 이 사건을 심리했다'는 취지로 해당 재판의 위법성을 주장한 민주당 박균택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박 의원은 "대법원은 상고이유서에 기재된 사항에 대해서만 판단을 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주심 대법관도 상고이유서가 제출된 이후에 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천 행정처장은 "(이론과 달리)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지 않느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들은 할 말이 없다", "우리 현실에 많은 사건 처리를 위해서 (사건을) 전합사건으로 많이 처리를 못 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법원행정처의 이론적 판단에 따르면 전합의 사건 심리에 위법성은 없다는 것이다. 천 처장은 "이론적으로는 그 사건이 전체적으로는 전합사건으로 들어온 상황에서, 언제든지 시기 제한 없이 모든 대법관이, 혹은 대법원장이 할 수도 있고 대법관이 요청해서 할 수도 있고, 이렇게 전합사건으로 심리기일을 지정해 달라고 요청해서 심리를 진행할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제가 (재판에) 직접 관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서는 이론적인 일반론, 그리고 추정, 추론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전합 판결이 예외적으로 빨랐던 것과 관련, 법원행정처가 '전합이 사건 기록을 접수한 후 판결 합의 시까지 집중심리를 진행했다'고 해명한 데 대해서도 "집중심리를 한 게 사실이라면 다른 소부 사건은 재판을 미뤘어야 맞는 것"이라며 "그 사이에 소부에서 심리되거나 선고된 사건은 없나"라고 물었다.

천 처장은 이에 대해 "전합 다수-보충의견서에 그렇게 나와 있다. 대법관들이 그것을 거짓으로 쓰지는 않았을 테니까 집중적으로 했을 것"이라며 "다만 그 사이에 '그러면 소부 사건 처리를 어떻게 했느냐' (물으면) 저희들이 소부 사건은 소부 사건대로 처리를 하면서 또한 전합 사건은 처리를 한다"고 답했다.

그는 그러면서 해당 판결의 '신속심리'가 지나치게 빨랐고, 때문에 '충실심리'의 의무를 다 하지 않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이 사건 주요 쟁점은 크게 복잡하지 않다"며 "1심과 원심(2심)이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해서 서로 치밀하게 다른 법률을 적용 전개했고, 판결서에도 상세히 설시했으므로 대법원으로서는 '그중 어느 쪽을 채택할 것인가'를 결정하면 충분한 사건이기도 했다. 적어도 이게 판결문에 나와 있는 다수 대법관들의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천 처장은 2심 판결을 마친 고등법원이 사건 기록을 하루 만에 대법원에 송부한 것이 '예외적'이라는 지적에는 "내규상으로는 사건을 넘길 때는 3일 안으로 넘기도록 되어 있다"면서도 "다만 이 사건에서 하루 만에 넘기고 이런 부분이 어떻게 해서 이루어졌느냐 (물으면) 이 부분은 제가 관여하지는 않았으니까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다음 다음 날부터 연휴가 시작되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추론은 말씀드릴 수 있다"고만 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에 대한 2025 국정감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에선 '원론'을 강조하는 천 처장의 답변을 두고 성토가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지금 행정처장 답변은 '저는 추정과 추론을 할 뿐입니다'라고 하면서 이 국감을 불능화하고 있다"며 "현장국감 취지에 맞게끔 사실 확인을 해서 답변해 주시기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특히 추 위원장은 앞서 천 처장이 대법원이 7만 페이지에 달하는 이 대통령 사건 기록 검토 과정에서 '종이 기록이 아닌 스캔 기록을 이용했을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 "그런 기록은 접속을 하면 접속한 흔적이 다 남아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접속한 흔적에 대해서 지금 확인이 가능하다"며 관련 로그 기록을 재차 요구했다.

천 처장은 "10월 전자화 법 도입 때 이전까지는 편의상 그걸(스캔본) 보조수단으로 장착한 것"이라며 "스캔 자체가 불법도 아니"라고 했지만 추 위원장은 "보조적인 장치라면 얼마든지 접속 기록을 보여 주실 수 있겠다",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거듭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다만 해당 자료제출 요구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국회가 사건 로그기록 등을 제출받는 것은 '재판에 대한 개입'이라고 비판했고, 실제 대법원의 자료 제출도 이뤄지지는 않았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저녁 8시 30분경 현장 국정감사종료를 앞두고 회의장을 찾아 "사법부 구성원들은 위원님들께서 해 주신 귀한 말씀을 토대로 국민의 기대와 요구가 무엇인지 세심하게 살펴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고, 겸허한 마음과 굳건한 소명 의식으로 본연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마무리 인사를 했다.

조 대법원장은 "남은 각급 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와 종합감사가 내실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저와 법원 구성원 모두 성실하고 진지한 자세로 임하겠다"며 "국정감사 과정에서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부분 중 답변이 가능한 부분들은 추후 파악해 법원행정처장을 통해 답변드리겠다"고 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국정감사를 앞두고, 민주당이 김현지 대통령실 1부속실장, 설주완 변호사 등에 대한 증인채택을 거부하고 대법원 현장검증 및 자료제출 요구의 건 의결을 강행한 데 대해 이 대통령 재판에 대한 '김현지 개입설'을 주장하며 맞섰다.

주진우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김현지가 ‘이재명 사건’의 총괄 컨트롤타워였다는 설주완 변호사의 양심 고백이 있었다"며 "김현지 부속실장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사건에도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있다", "이런 것들을 명명백백히 밝히기 위해 국감의 출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현장 국정감사에선 국민의힘이 대법원 현장검증에 반발해 거세게 항의한 끝에 현장검증과 이후 국정감사에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여야 간 극단 대치가 일었는데,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이에 앞서 법사위에 자제를 당부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대법원 현장 방문과 관련해 정 대표는 사전최고위에서 '법사위 현장 국감을 소란스럽게 할 필요가 없다. 몸싸움이나 거친 말이 있어서는 안 된다. 국민은 국회의원의 발언이 아니라 조희대 대법원장의 답변과 태도를 지켜보고 있다'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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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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