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내 영웅" 이스라엘, 인질 귀환에 환호했지만…불안 가시지 않는 이-팔 휴전

트럼프 "악몽 끝" 종전 확정 애썼지만 하마스 무장 해제 등 쟁점 진전 단서 없어…하마스, 휴전 뒤 가자서 치안 유지 '존재감'도

13일(이하 현지시간) 가자지구에 억류된 이스라엘 생존 인질 전원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이 진행되며 가자지구 휴전 1단계 이행이 순조롭게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재국들과 평화 선언문을 내는 등 종전을 확정하려 애썼지만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무장 해제, 전후 가자지구 통치 등 까다로운 쟁점에서 진전의 단서를 제공하지 않아 불안감은 여전했다.

이날 생존 인질 전원이 석방된 이스라엘은 환희로 가득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을 보면 13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질 광장에 수천 명이 모여 인질 귀환을 축하했다. 이들은 이스라엘과 미국 국기를 흔들고 샴페인을 터뜨리고 서로를 껴안으며 기쁨을 표시했다. 생존 인질들이 이송된 이스라엘 남부 레임 기지 인근 도로에도 이들을 환영하는 인파가 몰렸다.

이날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풀려난 인질 마탄 장가우케르(25)의 어머니 에이나브는 2년 만에 재회한 아들을 껴안고 "내 인생, 내 영웅"이라고 외쳤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해 인질들이 가자지구에서 고립, 기아, 고문에 시달렸다고 보도했다. 이에 더해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건물이 무너져 잔해에 갇히는 등 "복잡한" 상황도 수차례 이어졌다고 한다.

사망한 인질의 주검은 28구 중 4구만 돌아왔다. 하마스가 주검을 수색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팔 수감자 2000명도 석방되며 서안·가자 환호…휴전 1단계 순조롭게 이행

이후 인질 석방 대가로 풀려난 팔레스타인 수감자 및 구금자들도 요르단강 서안지구 및 가자지구에 속속 도착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3일 이스라엘에서 석방된 팔레스타인인 88명이 서안지구 라말라에 버스를 타고 도착하자 수백 명의 군중이 달려가 환호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의 경계로 대대적 환영 행사는 없었다.

신문은 이스라엘군이 서안지구에 "모든 곳에서 여러분을 감시하고 있다"며 "테러 조직"을 지지하면 체포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전단을 배포하고 수감자의 친척들을 방문해 국기나 현수막을 걸지 말고 축하 행사도 열지 말 것을 경고했다고 전했다. 이날 풀려난 수감자 대부분이 이스라엘인 살인 등 중범죄로 장기 복역 중이었다.

팔레스타인 <WAFA> 통신은 석방이 약속된 수감자 250명 중 96명이 이날 풀려났고 나머지 154명은 가자지구를 거쳐 이집트로 추방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250명 중 9명을 제외한 전원이 서안지구 출신이다.

<가디언>은 풀려난 수감자들의 광대뼈가 드러나 있었고 몇몇에겐 최근 구타 당한 듯한 흔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가자지구에도 이스라엘이 기소나 재판 없이 붙들어 놓은 팔레스타인인 구금자 1718명이 속속 도착했다. <WAFA>는 13일 구금자들이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나세르 병원 단지에 버스 38대와 구급차 10대를 통해 이송돼 검진과 치료를 받은 뒤 귀가했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팔레스타인 의료 시설 및 의료진에 대한 공격 감시 단체 '헬스케어워커스와치'를 인용해 석방된 구금자 중 최소 55명이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이며 여전히 최소 115명의 의료진이 이스라엘에 구금돼 있다고 전했다.

이날 풀려난 구금자 중 하나인 압둘라 아부 라페는 알자지라에 이스라엘 구금 시설이 "감옥이 아닌 도축장"이었다며 식량, 취침 환경 등 모든 조건이 열악했다고 비판했다.

가자지구 주민 움 아메드는 <로이터> 통신에 "우리 아들들이 풀려난 건 기쁘지만 가자지구에서 일어난 모든 파괴와 점령으로 인한 모든 살해로 인해 우린 여전히 고통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악몽 끝, 전쟁 종식" 트럼프, 가자지구 종전 확정 나섰지만…

휴전 1단계의 핵심 조건인 인질과 수감자 교환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고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가자 평화 정상회의에 참석해 중재국들과 함께 가자지구 평화 선언에도 서명하며 휴전 지속에 대한 희망은 유지되고 있다.

이날 백악관이 공개한 '지속적 평화와 번영을 위한 트럼프 선언'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 및 이집트, 카타르, 튀르키예 정상은 "2년 이상 지속된 깊은 고통과 상실을 끝내고 이 지역에 새로운 장을 여는 트럼프 평화협정"에 서명하고 "지속가능한 평화란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인 모두가 기본적 인권, 안보, 존엄을 보장 받고 번영하는 것"이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

또 "모든 형태의 극단주의와 급진화를 해체"하고 "가자지구에서 포괄적·지속적 평화협정을 구축하는 데 이뤄진 진전과 이스라엘과 역내 이웃국들 간 우호적이고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날 앞서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에서 연설한 트럼프 대통령은 "길고 고통스러운 악몽이 드디어 끝났다"며 "이는 전쟁 종식만이 아닌 테러와 죽음의 시대 종식"이라고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선언하고 "새 중동의 역사적 새벽"을 축하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우리의 도움을 받아 무력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이뤘다. 여러분이 이겼다"며 "이제 전장에서 테러리스트에 대해 이룬 이 승리를 중동 전체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궁극적 포상으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향해 전쟁을 계속하는 것보다 휴전을 유지한 것으로 "더 잘 기억될 것"이라며 전투 재개를 경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2단계 휴전이 "우리 생각엔 이미 시작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같은 날 가자 평화 정상회의 연설에선 "이제 (가자지구) 재건이 시작될 것이고 재건은 가장 쉬운 부분"이라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이스라엘, 1단계 이행부터 이의 제기·2단계 진전 단서 없어…하마스, 휴전 뒤 가자서 치안 '존재감'도

다만 실제 2단계로의 이행엔 암초가 널려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미 1단계 휴전 이행 관련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3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사망 인질 전원의 주검이 반환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아 하마스가 "약속 이행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종전안에 따르면 휴전 성립 72시간 내 사망 인질 주검 또한 모두 이스라엘로 돌아와야 했다. 카츠 장관은 "모든 지연과 고의적 회피는 중대한 합의 위반으로 간주돼 대응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합의 도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는 하마스 무장 해제 관련해서도 하마스가 휴전 뒤 가자지구에서 치안 유지 등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13일 <가디언>은 인질 석방이 진행되는 동안 가자지구 남부의 한 병원에 하마스 전투원 수십 명이 배치된 이미지가 공개됐고 다른 지역에서 "배신자"에 대한 총격과 처형이 자행됐다는 보도도 나왔다고 전했다. 같은 날 <로이터>도 팔레스타인 보안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가 휴전 발효 뒤 치안 작전을 벌여 가자시티에서 "폭력단" 구성원 32명을 살해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재진에 관련 질문을 받고 하마스가 "(치안) 문제를 중단시키고자 한다"며 가자지구 주민 "안전"을 위해 하마스에 "일정 기간 동안 승인을 내줬다"고 현 상황이 휴전 협정에 위배되지 않음을 시사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서명한 선언문에도 하마스 무장 해제, 전후 가자지구 통치, 이스라엘군 철수 일정을 포함해 인질 석방을 제외하곤 '밑그림'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는 종전안을 구체화하는 내용은 없었다. 종전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이 선언에 서명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및 2국가 해법에 대해서도 애매한 태도를 유지 중이다. 엘시시 대통령이 13일 가자 평화 정상회의 연설에서 "2국가 해법"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갈등 종식을 위한 "유일한 실행 가능한 길"이라고 강조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에서 취재진에 "많은 사람들이 1국가 해법을 좋아하고 몇몇은 2국가 해법을 좋아한다"며 "두고 봐야 한다"고만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단계는 이 계획에서 가장 쉬운 단계"라며 하마스는 이스라엘군 완전 철수를 원하는 반면 이스라엘은 점진적 철수를 밝히고 있고 전후 통치 관련해서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통치의 가자지구 통치를 원하지 않는 가운데 트럼프 종전안에 명시된 팔레스타인 기술 관료들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등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국제안정화군 관련해서도 하마스 무장 해제까지 개입할 의향이 있는 나라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지난 2년 간 이스라엘 공격으로 6만7000명 이상이 사망한 가자지구엔 휴전 발효 뒤에도 암울함이 감돌았다고 <뉴욕타임스>는 덧붙였다. 가자지구 중부에서 피난 생활 중인 사이드 아부 아이타(44)는 "폭격이 멈춘 건 중요하지만 기뻐할 일은 전혀 없다. 내 두 딸은 죽었고 집은 파괴됐고 내 건강은 악화됐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 압둘라 셰하브(32)는 신문에 12일 하마스로 추정되는 무장 조직원에 차량 검문을 당했다며 하마스가 "통치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물러나지 않을 경우 휴전이 일시적일 수 있다고 불안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1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억류됐던 이스라엘 인질 마탄 장가우케르(왼쪽)가 석방돼 어머니를 만났다. ⓒAFP=연합뉴스
▲ 1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나세르 병원 인근에 군중이 모여 이스라엘에서 석방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환영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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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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