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도·인원도 없다" 시골 농구부의 기적…법성고, 5명 중 3명 국가대표·프로팀 '발탁'

이한울·김민경·이은서 선수…기본기부터 차근차근 꿈 키워 목표 이뤄

"도전이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뛰었는데…(발탁)됐다는 사실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요. 이제는 꿈의 무대에서 공을 던질 수 있어요."

총 농구부원 5명 중 무려 3명이 프로선수와 국가대표에 발탁되는 쾌거를 안아 주목을 받은 시골의 작은 학교 농구부가 있다.

바로 전남 영광군 법성고 농구부다. 이들 중 기적같은 주인공은 국가대표에 뽑힌 이한울(18·센터 183㎝)과 프로팀에 진출 예정인 김민경(18·센터, 183㎝), 이은서(18·가드, 173㎝) 선수다.

▲프로농구선수로 지명된 김민경(왼쪽), 이은서(왼쪽) 선수가 영광군 법성고 체육관에서 농구 연습을 하고 있다.2025.10.05ⓒ

<프레시안>이 법성고 농구부를 찾았을 때는 이미 이한울 선수는 국가대표 선수팀 합류로 만날 수 없었다.

대신 김민경 선수와 이은서 선수가 '2025 여자 프로농구(WKBL) 신인 드래프트'서 이름이 불리던 순간을 떠올리며 박찬 기쁨을 전했다.

김민경 선수와 이은서 선수가 본격적으로 농구를 시작한 때는 지금으로부터 3년 전. 매년 선수를 찾아 전국을 수소문해 다니는 남인영 법성고 교사로부터 중학교 3학년 시절 스카우트 제안을 받고 경남 사천시와 완도에서 각각 가족과 떨어져 법성고로 향했다.

두 선수 다 망설임은 없었다. 운동에 대한 흥미가 있었고, 남 교사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다만 소위 엘리트 코스라고 하는 수순을 밟지 않은 채 늦은 시기 첫 발을 내디뎌 막연한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막막함은 있었다.

준비 없이 연습 2~3개월만 첫 경기를 뛰었던 날. 역시나 예상대로 큰 기량 차를 실감하며 무참히 참패했다. 남 교사는 선수들의 짧은 구력과 기본기가 갖춰져 있지 않은 현실을 받아들여 프로그램을 재조정했고, 서두르지 않고 하나하나 기본기를 충실히 다져나가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어 선수들의 강점을 찾아 포지션을 부여하고, 각자 기량에 따른 집중 훈련을 실시했다.

▲법성고 농구부 선수들2025.10.05ⓒ프레시안(박아론)

남 교사는 "수업 후 오후 3시50분부터 6시까지 그리고 오후 7시반부터 밤 10시까지 하루 4~5시간 매일 연습 시간을 가졌다"며 처음엔 어디서부터 손을 댈지 힘들었는데, 은사님께 조언도 구하고 그때마다 해결책을 찾아 하나하나씩 해결해 나가다 보니 결국 하나씩 풀려갔다"고 말했다.

"된다" 노력 끝 첫 승리를 거머줬던 날 두 선수의 마음에 뜨거운 무언가가 피어올랐다. 인원도 없고 교체도 없는 부원 단 5명이서 치러야 하는 경기였다. 상대편은 대전여상. 3쿼터에서 체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덤벼왔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큰 차이로 법성고가 압승했다.

김 선수는 "상대는 분명 3쿼터 우리 체력이 떨어질 거라고 만만하게 생각했겠지만, 우리는 4쿼터를 뛰어도 체력이 남아돈다"며"첫 승리 후 '열심히 하면 되는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고 부원들과 더욱 열심히 땀을 흘렸던 것 같다"고 했다.

▲김민경(왼쪽), 이은서(오른쪽) 선수가 남인영 교사(가운데)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2025.10.05ⓒ프레시안(박아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다. 부상이 발목을 잡기도 했고 때론 팀원들과 합이 맞지 않아 어려움이 따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5명의 끈끈함 그리고 남 교사가 서로의 버팀목이 돼 주면서 3년의 시간을 함께 했다.

법성고에서 농구를 만난 뒤, 농구가 삶의 전환점이 됐다는 두 선수. 향후 김 선수는 KB스타즈에, 이 선수는 하나은행에 각각 소속돼 뛰게 된다.

김 선수는 "이전까지는 뚜렷한 목표가 없었는데, 농구는 그야말로 내 인생을 바로 잡아준 존재가 됐다"며 "앞으로 팀에 힘이 되고 보탬이 돼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선수는 "학교와 영광에서 지원을 해줘서 오롯이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5명이서 똘똘 뭉쳐 생활하면서 팀원관계를 잘 다져나가는 방법을 배우는 계기가 됐다"며 "진짜 될 줄 몰랐는데, 진짜로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농구 그리고 새로운 팀에서 식스맨, 주전, 팀의 주축이 되기까지 한단계 한단계 서두르지 않고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민경(왼쪽), 이은서(오른쪽) 선수2025.10.05ⓒ프레시안(박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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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론

광주전남취재본부 박아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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