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10대 여성 집에 불러 마약·성착취…'우울증갤러리' 남성들, 유죄 선고에도 여성 찾고 있다

우울증갤러리 신대방팸·히데팸, 혐의 부인·양형부당 호소에도 2심서 줄줄이 유죄 선고

2023년 4월 16일 오후 2시 30분경, 서울 강남구 한 건물 옥상에서 10대 여학생 A 양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이 사망하는 과정을 생중계한 그는 옥상에서 내려오라는 시청자들에게 "울갤 접고 잘 사시라"고 강조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가 그의 사망에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A 양의 죽음이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10대 여성들이 우울증갤러리를 찾았다가 성인 남성들에게 성착취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성착취 피해를 입거나 목격해 온 우울증갤러리 이용자들은 20대 남성들이 숙소에 10대 여성들을 불러들여 마약과 폭행, 성적 학대를 일삼아 왔다고 증언했으며, 경찰 수사 결과 '신대방팸', '신림팸', '히데팸' 등 성착취를 목적으로 한 남성 무리가 실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A 양이 사망한 지 2년 지난 지금, 우울증갤러리를 통해 미성년 여성들을 착취해온 남성들은 현재 법정에서 줄줄이 유죄를 선고받고 있다. 지난달 23일 서울고법 인천원외재판부 형사1부(부장 정승규)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준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히데팸' B(23) 씨와 C(26) 씨에게 징역 8년과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같은 달 11일에는 서울고법 형사14-1부(부장판사 박혜선·오영상·임종효)가 미성년자 의제강간 및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대방팸' D(20대) 씨와 E(20대) 씨에게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히데팸'으로 불리는 B 씨와 C 씨 등은 지난 2023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인천·서울의 오피스텔·다세대주택에서 10대 중고등학생 4명과 만나 성관계와 유사 성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들이 여성들을 불러들이는 창구는 우울증갤러리로, 커뮤니티에서 괴로움을 호소하는 여성들에게 친절히 대해 집으로 불러들인 뒤 항정신성의약품(마약류)인 수면제를 먹여 성폭행하는 식이었다.

'신대방팸'으로 불리는 D 씨와 E 씨 등은 2021년 4~7월 서울 동작구 신대방역 인근에서 자취방을 구한 채 우울증갤러리를 통해 10대 여성들을 불러 집에 감금하고 성관계를 한 혐의를 받는다. 15세 피해자에게 성폭력을 행한 뒤 범행을 숨기기 위해 죽여버린다고 말하거나 목을 조르는 등의 방법으로 신체적·정서적 학대까지 했다.

이들은 경찰 수사를 통해 범행 증거가 확보되기 전까지 마약류 투여와 성폭행 등의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히데팸 방장으로 불리는 B 씨는 지난해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합의에 의한 성관계와 폭행이 이뤄졌을 뿐 범죄는 벌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며, 2023년 신대방팸은 성착취 의혹을 퍼트린 이들을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재판에서도 이들은 혐의를 부인하거나 양형이 부당하다며 뻔뻔한 태도를 보였으나, 결국 모조리 유죄를 선고받게 됐다. B 씨와 C 씨는 1심에서 선고된 징역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하던 E 씨도 2심에서 공소사실이 인정돼 벌금형을 받았다.

성착취 가해자들의 서식지였던 우울증갤러리는 지금도 수많은 이용자들이 접속하며 매일 3000~4000개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그중에는 1020 여성으로 보이는 이용자들이 자신의 사진을 올리는 글, 남성 이용자들이 여성들을 '울순이'라고 부르며 희화화하거나 접촉을 시도하는 글들도 다수 보인다. 지난해 11월 디시인사이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요청에 따라 게시물 작성 시 성인 인증을 하도록 조치했으나, 이것만으로는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성착취 위험을 규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10대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착취의 대상이 되는 현상을 예방하고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가 최근 확정한 123대 국정과제는 '아동·청소년 온라인성착취 선제대응 시스템 구축', '성착취 피해아동·청소년 발굴-자립 지원 등 아동·청소년 보호 강화' 등의 목표가 담겨 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온라인을 포함해 청소년들에 대한 성착취를 예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사회복귀를 위한 실질적 자립 지원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현장 관계자 등 시민사회 및 전문가들과 소통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울증갤러리에서 여성 이용자를 언급하는 게시물들ⓒ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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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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