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씨가 영부인 시절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에서 '차담회'를 가질 당시 종묘 영녕전의 신실까지 둘러본 것으로 확인됐다.
신실은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神主·죽은 사람의 위패)를 모시는 공간이다. 평소 관람은 물론, 출입도 엄격히 제한되는 곳이다.
2일 국가유산청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김 씨는 지난해 9월 3일 종묘 망묘루에서 '차담회'를 열기 전 영녕전을 방문했다.
김 씨는 외국인 2명, 통역사 1명과 함께 있었고 이재필 궁능유적본부장도 이 자리에 있었다. 이들은 영녕전 건물과 내부 신실을 둘러봤다.
김 씨 일행은 종묘가 문을 닫는 화요일에 정문인 외대문이 아니라 영녕전 부근 소방문으로 들어왔다. 이어 영녕전에서 5분가량 머물렀다.
궁능유적본부는 "(김 씨가 영녕전 일대에 머무르는 동안) 신실 1칸을 개방했다"고 밝혔다. 다만 "참석자 중 신실(내부)로 들어간 사람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신실 바깥에 머무르면서 내부를 관람했다는 설명이다.
김 씨와 동행한 외국인은 유명 화가인 마크 로스코(1903∼1970)의 가족으로 알려졌다.
신실은 종묘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으로 알려졌다. 신실 내부에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봉안한 신주장(神主欌)이 있고 양옆에는 의례용 상징물인 어보(御寶)와 어책(御冊)을 보관하는 보장(寶欌)과 책장(冊欌)이 있다. 그 앞은 제사를 지내는 공간이다.
영녕전 신실은 매년 5월 첫째 주 일요일과 11월 첫째 주 토요일에 봉행하는 큰 제사, 즉 대제(大祭)가 있을 때만 문을 연다. 김 씨가 이곳을 방문한 건 명백한 의례 위반이자 특혜다.
궁능유적본부는 신실 개방을 누가 지시했는지를 묻는 임 의원실 질문에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실에서 영녕전 내부를 볼 수 있도록 신실 1칸을 개방할 것을 지시해 개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비서관실은 '차담회' 전날인 9월 2일 오전 8시부터 종묘 일대에서 사전 답사를 했으며, 김 여사가 영녕전을 거쳐 망묘루로 이동하도록 동선을 짰다고 한다.
하지만 굳이 신실을 방문할 필요는 없다. 종묘 내에는 신실을 재현한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5월 향대청을 개편해 태조 신실을 재현한 공간을 상시 공개하고 있다. 향대청은 과거 종묘제례 때 쓰던 향과 축문 등을 보관한 곳으로, '차담회'가 열린 망묘루 바로 옆이다.
바로 곁에 재현 공간이 있음에도 방문이 금지된 신실을 굳이 열었다는 설명이다. 종묘관리소 측은 김 씨 방문에 앞서 영녕전 신실과 주변을 청소하기도 했다.
임오경 의원은 "김건희 씨 일행을 위해 영녕전 신실을 개방하라고 요구한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관련 의혹이 국가유산 사적 이용으로 결론 나면 비용을 청구하고 담당자를 징계해야 한다"며 "국정감사에서도 진실을 파헤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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