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초대 교육부 장관이 부임하고 국가교육위원회의 위원장도 새로 임명됐다. 다소 지체되기는 했지만 교육 분야의 두 수장이 선임됨으로써 정부의 교육개혁의 서막이 올랐다. 특히 초대 교육부장관은 교육정책의 기조를 수립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그 행보가 주목될 수밖에 없다. 최교진 장관은 이전과 달리 사회부총리 직함을 벗게 되는데, 이를 교육부 위상의 하락으로 볼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교육부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그동안 교육부는 대선을 치를 때마다 폐지의 대상으로 지목되는 불명예를 떠안았던 것도 사실이다. 초대 교육부 장관의 직분은 이같은 관료주의의 틀과 기성 관행을 넘어서 새 정부에 필요한 교육개혁을 과감하게 수행해나가는 데 있다.
교육부 정책도 "빛의 혁명"의 완성을 위해 세워져야
무엇보다 초대 교육부 장관은 이재명 정부가 '빛의 혁명'을 통해 집권한 정부라는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그에 발맞춘 교육부문에서의 변화를 추구해야 할 책무가 있다. 정치부문에서는 국회 법사위와 법무부가 검찰 및 사법개혁을 강하게 추진하면서 사회적 갈등이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기득권 질서를 국민주권시대에 걸맞게 재정립하는 과정에는 일정한 혼란이 불가피하거니와 내란종식이라는 목표에는 역사적 정당성이 부여돼 있다. 교육부문이 이 목표와 직결된 것은 아니지만, 불평등 해소를 비롯한 교육개혁은 정치개혁의 장기적 성공을 위한 토대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국정과제 가운데 교육부문의 6대 과제는 △지역 인재 양성 및 거점 국립대 육성 △AI·디지털 인재 양성 △공교육 내실화 및 교육격차 해소 △평생교육 및 재교육 강화 △유보통합 및 유아교육 체계 정비 △역사·시민교육 강화 및 학교문화 개선으로 정리된다. 이 가운데서 지역 분야와 평생교육 분야는 대학체제 개편과 맺어진 구조개혁의 과제라고 할 수 있고, 구체적으로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명칭으로 대변되는 이 정부의 주요공약 사항과 결합해 있다. 대학체제 개편의 초석을 다지는 일이야말로 교육부 장관이 추진해야 할 핵심 과제라고 해야 할 것이다.
6대 국정과제에는 대학문제뿐 아니라 유치원과 초중등교육의 과제도 망라돼 있다. 그러나 지금의 국면에서 서울 중심의 대학서열체제 해소 혹은 완화 및 그와 연동된 사교육 시장의 팽창 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한국 공교육의 정상화도 기대할 수 없다. 최 장관이 후보자 시절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에 대해 말하면서 "전국의 모든 아이들이 서울의 특정 대학 순서대로 가려는 과도한 경쟁 체제를 허물기 위함"이며, "학생들이 자신의 지역에서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고 졸업 후 그 지역에서 살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고 언명한 것도 이를 지적한 것이다. 한국 대학의 체제 개편은 대학만이 아니라 유초중등교육의 정상화를 앞당기는 기획이기도 하다.
시장주의 정책기조 폐기하고 공적 체계 수립 방향으로 나가야
대학체제 개편은 수도권 중심주의를 넘어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국가경영의 핵심의제와 맺어져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말처럼 "균형발전은 지역에 대한 시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생존전략"이라는 인식이 대학정책의 수립에서도 기본지침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소멸에 대처하는 일은 곧바로 저출산 추세에 대처하는 일이기도 하다. 수도권 중심주의로 청년들은 지역을 떠나 수도권을 지향하고 그로 인한 과도한 경쟁풍토가 저출산의 가장 핵심적인 원인임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대학체제 개편은 현 단계 한국사회의 국가적 위기, 즉 수도권 중심주의로 인한 지역소멸과 초저출산율에 따른 급격한 노령화 및 인구감소라는 두 위기에 대한 대처의 일환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교육분야 핵심공약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대학문제에 대한 교육부의 설계와 개입이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 교육부 장관은 시장주의에 입각한 그간의 경쟁적 대학정책의 기조를 공공적 고려가 우선되는 방향으로 변경해야 한다. 김영삼 정부의 5.31 신자유주의 교육개혁 이래 역대 정부가 시장주의를 대학정책의 기조로 삼아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촛불 혁명'의 산물이라고 할 문재인 정부조차 공공적인 대학정책의 요구와 어긋나게 전 정부의 시장주의적 대학구조조정 정책을 계승했을뿐더러 더 악화시킨 바 있다. 그 결과 수도권 중심주의는 더욱 짙어지고 지방대의 위기는 더욱 촉진되었다.
이주호 전 장관이 대학개혁을 주도한 윤석열 정권에서는 지방대의 위기를 야기한 시장주의 정책기조에 대한 반성 없이 그 위기의 극복을 지역 및 지방대에 떠넘기는 정책을 썼다. 글로컬30과 라이즈 사업의 본질은 각 권역 내에서의 지방대학들 사이의 생존경쟁이다. 대학에서 일정한 경쟁이 없을 수 없지만 대학끼리의 상호경쟁을 위주로 하는 평가와 지원체계는 폐기되어야 마땅하며, 교육부 장관은 시장주의 기조의 철폐를 선언하는 데서 교육개혁의 단초를 열어가야 할 것이다.
대학체제 전환의 핵심은 대학의 특성화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고리로 해 한국의 왜곡된 대학체제를 전환하는 작업은 지역 '일류대'가 아니라 연구중심대학의 형성이라는 목적을 축으로 한다. 거점 국립대가 연구중심대로 특성화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여타 대학들은 교육 중심 혹은 직업평생교육 중심의 지역대학으로 특성화하여 지역에서 고등교육의 역할을 분담할 수 있다. 이같은 특성 구분에 입각한 상호 협업구조가 바로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캘리포니아 주립대 체제의 성공적 작동의 원리다. 지역에서 이같은 분업 형태의 공적인 대학체제가 형성되면, 지역의 군소대학들도 일방적인 조정을 통한 소멸 대신 존립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지역 거점 국립대를 연구중심대로 키우는 기획을 시행하게 되면 대학들의 특성을 구분하는 과정이 동반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수도권의 세칭 일류 사립대들도 말만이 아니라 진정한 연구중심대의 요건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고등교육의 국제경쟁력을 위해서도 긴요하다. 일류대는 있어도 진정한 연구중심대는 부재하는 것이 한국 대학 왜곡상의 일면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이처럼 전국에 걸쳐 대학들을 연구 중심·교육 중심·직업평생교육 중심의 특성화된 대학체계를 만드는 일과 맺어져야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따라서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의 방식은 일률적인 기준에 따른 지금까지의 상위권 몰아주기를 철회하고, 특성에 따른 구별적인 평가와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즉 연구중심대는 연구중심의 기준에 따라 따로 평가하고, 교육중심 및 직업평생교육중심 또한 각각의 특성에 따라 평가하여 지원함으로써 대학들의 특성이 심화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교육부의 주 업무가 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부의 평가 및 재정지원의 기본방향이 전환되면 시장주의적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며 기득권을 누려온 일부 대학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그러나 모든 개혁이 그러하듯이 중요한 것은 대학체제 개편의 국가적 중요성이며,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고 조율하는 책무 또한 교육부 장관의 몫이다. 국가적으로 저출산과 지역소멸의 시한폭탄이 작동하고 있는 현금의 시점에서 이재명 정부 5년은 대학체제 개편의 단초를 세워야 하는 골든타임이다. 교육개혁은 검찰개혁 못지않게 국가의 위기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초대 교육부 장관의 결단과 추진력이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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