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불나면 문화재청이 끄나? 근데 산불만 왜 산림청이 꺼야 하나?"

[인터뷰] 산불 공부하는 차규근 의원, '산불 진화 지휘 소방청 일원화' 개정안 대표 발의

'산불은 누가 꺼야 하나?'

지난 3월 경북·산청 대형 산불의 원인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빠짐없이 등장한 질문이다. 일반 건물, 시가지 등의 진화 지휘권은 소방청에 있으나, 산불의 경우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장에 있다. 이 때문에 소방관이 산불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도 초동 대응을 못 하거나, 복잡하게 엮인 기관 간 권한 문제로 산림청·소방청·지자체 공무원들이 효율적으로 협업하지 못하는 문제가 누적됐다.

이에 '산림경영은 산림청에, 산불은 소방청에'라고 답한 의원이 있다. 지난달 말 '산림화재 3법'(소방기본법·산림재난방지법·의용소방대설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다. 산불 진화는 산불진화기관(소방청)이 맡고 예방과 복구활동은 산림청이 맡도록 구분해, 산불 진화 지휘권을 소방청으로 일원화하고 기관별 권한을 명확히 분리하는 게 골자다.

이번 개정안이 지난 3월 대형 산불 참사의 반복을 막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프레시안>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차 의원을 만나 산림화재 3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유를 들었다. 아래는 일문일답.

프레시안 : 왜 산림화재 3법 개정안을 발의했나?

차규근 : 올봄 경북·산청 산불은 정말 큰 충격이었다. 산불을 예방할 순 없었나, 왜 대형산불로 번졌나, 산림청은 대체 어떻게 대응했나를 깊이 고민했다. 지난 4개월간 산불특위를 하면서 산불 현장을 수차례 가보고, 전문가들을 만나고, 소방청, 산림청, 지자체 공무원들의 말도 들었다. 산불·산사태 관련 감사보고서를 뒤져 가며 공부도 많이 했다. 그 결과, 산불 진화 지휘권은 소방청으로 일원화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산림청은 산림경영에는 전문성이 있을지언정, 화재 진압에선 소방청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프레시안 :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말하는 건가?

차규근 : 가령, 산불이 나면 사람들이 제일 먼저 신고를 하는 데가 '119'다. 실제 자료를 보면, 소방차는 평균 17분 이내 산불 현장에 도착한다. 그런데 가장 먼저 도착하는 이들이 진화를 못 한다. 산불 진화 주관기관이 아니라 '지원기관'이라서다. 관할 영역인 마을의 화재는 진두지휘하며 끄지만, 산 앞에서는 멈칫한다. 지자체 산림과 공무원이 늦게 현장에 와도 진화에 대한 전문성은 없다. 헬기도, 인력도, 숙련도도, 현장 출동도 소방청에 자원이 훨씬 잘 갖춰져 있다. 이 초기 진압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산불이 중형화, 대형화가 되는 문제가 하나 있었다.

프레시안 : 산림청은 산불진화대, 산림헬기 등을 보유하고, 산불 진화를 쭉 맡아 왔다. 산불 전문성은 산림청이 더 뛰어나지 않은가?

차규근 : 한 소방관이 한 말 중 딱 와닿은 말이 있다. '남대문 화재가 났을 때 문화재청(국가유산청)이 불을 끈 게 아니지 않습니까? 화학 공장에 불이 나면 화학공장 박사들이 불을 끄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산도 마찬가지다. 물론 산림만의 특성이 있다. 소방관들도 산불 전문가로부터 많은 교육을 받고 있고 산불 훈련도 받는다.

일단 먼저 출동하는 소방이 적극 진화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산림에 대한 정보 등은 산림청이 적극 공유하고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면 된다. '소방은 주관하면 안 되고 우리가 알아서 한다' 이런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우선은 불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소방청이 적극적으로 선조치를 할 수 있게 컨트롤타워로 두고, 여타 지원과 실무를 지자체나 산림청이 지원하는 구조로 개편돼야 하지 않냐는 문제의식이다.

▲9월 29일 <프레시안>과 인터뷰한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 ⓒ차규근의원실

프레시안 : 개정안 내용에 산림청의 반발이 크진 않은가?

차규근 : 근본적으로, 산림청이 산불 대응을 알아서 잘했는가? 국민에게 믿음을 줬는가? 그랬다면 이런 개정안 발의까지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국회 토론회 등에서 들었던 산림 당국 관계자들의 회피성 발언도 실망스러웠다. 책임성과 산불 진화 능력 면에서,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맡길 수 있을지 계속 의문이 들었다. 단적으로, 산림청은 대형산불이 나도 담당 책임자가 징계를 받은 적이 지금까지 한 명도 없다. 소방청은 출동만 늦게 해도 징계 대상이 된다. 산림청은 '헬기 골든타임'을 허위 보고한 적도 있다. 헬기의 화재 진화 골든타임은 50분이라고 하는데, 이를 지키지 못했음에도 목표치를 달성한 것처럼 거짓 자료를 국회에 제출했다 적발된 적이 있다.

현장에선 유관 부처가 합심해야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전문성있는 컨트롤타워를 두고 서로가 효율적으로 지원하게 만들어야 한다. 어느 한쪽에 힘을 싣고 업무에 선을 긋는 게 아니라, 현장 고충을 토대로 제도를 재정비하자는 거다. 현장에서 이도 저도 못하는 일선 소방관들의 답답함이 정말 크다. 산불은 점차 대형화되고, 그 피해는 재난에 버금간다. 산불을 제대로 진화하고 국민 피해를 줄일 수만 있다면, 그게 어떤 기관이든 컨트롤타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소방청 내에선 산불재난특수진화대를 소방청으로 이관하자는 제안도 나오던데, 기존 산불진화대 조직과 인력은 어떻게 되는 건가?

차규근 : 개정안은 산불진화대 조직을 어디 소관으로 두는지 등의 내용까지는 다루지 않는다. 산불 진화 지휘 체계와 권한을 다룬 것이지, 더 세부적으로 조직을 어떻게 하자는 내용을 다룬 건 아니다. 당연히 이 때문에 기존 산림청 소속 산불 진화 인력의 일자리가 사라져선 안 되고, 그걸 의도하지도 않았다. 이 부분은 향후 산불 지휘 체계 정비의 큰 방향성이 정해지면, 후속으로 더 세부적인 논의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산림 재난 조사, 산림청 아닌 독립 기구가 해야

프레시안 : 지난 3월 산불과 관련해 정부나 국회 차원에서 진상조사가 진행 중인가?

차규근 : 안 그래도 이와 관련한 법 개정안을 발의하려고 또 준비 중이다. 산림당국이 산불, 산사태 등 재난을 '셀프조사' 하지 못하게 제도를 정비하는 내용이다. 현행법상으론 산불, 산사태 등의 재난 주관기관이 산림 당국이다 보니 조사도 스스로 한다. 2023년 25명이 사망·실종했던 예천 산사태의 조사 보고서는 이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산림청과 행정안전부가 각자 조사 보고서를 썼는데, 산림청은 폭우, 지질, 지형 등의 자연적 조건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반면 행안부는 벌채, 임도 건설, 산사태 방지 구조물 미비, 산사태 취약지구 미지정 등 인위적·행정적 요인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지난 3월 산불, 7월 산사태 관련 진상조사도 산림당국이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 원인 분석을 객관적으로 다 담을 수 있을까?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나는 이번 산불, 산사태 조사도 국무총리실 주재로 객관적인 합동 조사 기구가 꾸려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레시안 : 산불 문제에 특히 관심이 많아 보인다. SNS를 통해서도 벌목과 개발 중심의 산림청 산림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직접 밝힌 적이 많다.

차규근 : 산불이 대형화된 이유,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민간 전문가들이 쓴 글이 한때 SNS상에서 한창 보였다. 임도, 숲가꾸기(벌목) 등의 산림청의 산림정책을 비판한 글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산림청의 해명이 명쾌하지 않았다. '왜 해명이 불충분하지?'란 생각에 관심을 가졌고, 국회 산불피해지원대책특위(5월 발족)에도 지원해 위원도 됐다. 제삼자의 관점을 알기 위해 감사원의 산불·산사태 관련 감사보고서도 밑줄 쳐 가며 읽었고, 피해 현장도 자주 가고 전문가, 산림학과 교수들도 직접 만나면서 공부했다.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의 산림청 비판은 무시하기 어려운, 합리적인 의문 제기라고 본다. 여전히 해명은 불충분하다. 국회가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산불특위에 들어와 제도개선 소위원회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고, 만들어졌다. 국정감사 시기가 끝난 11월에 관련 산림정책 공청회를 하려 한다. 서로 자기 할 말만 하는 자리가 아니라, 이쪽이 A를 말하면 저쪽이 A에 대해 반박하고, 서로 되묻고 확인해서 누구 말이 더 맞는지를 국민이 판단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 것이다.

프레시안 : 지난 25일 국회 산불피해지원특별법(경북·경남·울산 초대형 산불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표결엔 기권했다. 왜 그랬나?

차규근 : 산불 피해 복구라는 명목하에 산림 난개발을 조장하는 독소 조항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가령 피해지의 위험목 제거 사업을 산주 동의 없이 할 수 있고, '산림투자선도지역'을 지정해 공익 이름으로 토지 수용을 가능케 했다. 신속 사업 집행을 위해 각종 규제를 회피하는 특례 조항도 여러 개 도입됐다. 심각한 난개발이 우려된다. 산사태를 더 유발할 수도 있는 조항이다. 그러나 특별법엔 피해 이재민 지원 내용이 있으니 반대할 수 없었다. 고심 끝에 기권했다.

자칫 지역 개발업자들의 이권 사업의 놀이터가 될 수도 있다. '저 지역은 허가해 주는데 왜 우리는 안 하냐'며 우후죽순 확산하고, 지방선거 공약으로 무분별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이런 방향성은 국가 전체 산림의 미래를 고민하는 산림청도 반갑지 않을 거다. 토양, 나무는 탄소를 다량 저장하고 흡수한다. 과거의 개발 논리를 반복하는 건 기후위기 시대에도 역행한다.

프레시안 : 10월까지였던 산불특위가 12월 말까지 연장됐다. 자신의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차규근 : 우선 위 독소조항 내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를 제대로 알리려고 노력 중이다. 향후 시행령 제정 단계에서라도 난개발을 최대한 막을 수 있도록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임도, 숲가꾸기, 산사태 취약지구 지정 등의 산림정책을 개선하기 위해 공론화에도 매진할 것이다. 당장 11월 국회 산불특위에서 공청회가 예정돼 있다.

이제는 정말 똑같은 사고가 발생해선 안 된다. 사고가 나서 예산을 대폭 지원하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잊히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은 안 되고 그럼 다시 또 반복되고, 이래선 안 된다. 이걸 외면하면 국회의원의 직무 유기다. 산불, 산사태 재난을 최대한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비체계를 제대로 구축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최소한 내년 산불 조심 기간인 봄까지, 최소 6개월은 더 기간이 연장되기를 바란다.

▲지난 3월 대형산불 피해 현장을 방문해 전문가 설명을 듣고 있는 차규근 의원. ⓒ차규근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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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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