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때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했던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현재 진행되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두고 "한국판 플라자 합의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김동연 지사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본은 40년 전, 플라자 합의가 단초가 되어 ‘잃어버린 30년’을 보내야 했다"며 "트럼프 정부의 일방적인 현금 대미투자 요구를 수용한다면, 대한민국도 잃어버린 30년의 문을 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지사는 "무엇보다 3500억 달러 현금조달은 불가능하다"며 "외환보유고 4100억 달러는 국가가 위기시 쓸 수 있도록 준비해두는 예비 자산으로 미국 국채, 금, 외화예금, IMF포지션 등 다양한 금융상품 형태로 보유되어 있어 바로 꺼내 쓸 수 있는 현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8월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내리기로 합의하며, 3500억 달러 대미투자를 하기로 결정했지만, 투자 방식 등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선불로 현금 투자를 요구했으나 한국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는 "3500억 달러 직접투자를 위한 외환보유고 사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더 큰 문제는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3500억 달러 '선불(up front)' 발언으로 지난 금요일 원화 환율이 치솟고 국내 주식시장이 휘청거렸다.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이 최소한의 방어장치인 이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수익금 90% 미국 내 유보도 문제"라며 "사실상 미국 영구채권을 사라는 것과 다름없다. 회수가 불가능한 구조에 투자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미국의 행보를 두고 '동맹국 팔비틀기라고 규정하며 "미국에게도 자해행위"라며 "미국이 다시 위대해지려면(MAGA) 동맹국 '팔껴안기'가 필요하다. 제로섬이 아니라 윈-윈으로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의 제조 르네상스는 한국의 제조역량과 결합되어야 가능하다"며 "대한민국만이 반도체, 이차전지, 자동차, 조선 등 미국이 원하는 모든 첨단제조 역량을 가지고 있다. 지금 미국에 필요한 것은 '양적 투자'가 아니라 '질적 투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에 있어 방향을 잘 잡고 가고 있다. 통화스와프 요구는 매우 적절했다"며 "직접투자 규모는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투자 실행 기간은 최대한 늘려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까지 협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번 관세협상을 두고 "대한민국 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협상"이라며 "정부 비판을 목적으로 수용을 압박하는 식의 정치공세가 아니라,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과 협상팀에 힘을 실어줄 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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