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터미널'? 공항에 발묶여 5개월간 햄버거로 버텨, 대체 무슨 일이?

기니 국적 남성, 정치적 탄압으로 한국에 난민 신청했으나 심사도 못 받아

아프리카 기니 국적의 남성이 난민 신청을 했으나 한국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5개월째 햄버거만 먹으면서 공항에 머무르고 있다. 난민 심사조차도 받을 자격이 없다는 결정으로 입국이 불허되면서 부산 김해공항에 발이 묶인 것이다.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공동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기니 국적의 A씨는 상당 기간 기니에서 반정부 활동을 해오던 인사다. 2021년 군부 쿠데타로 당시 대통령이던 알파 콩데 기니 대통령이 쫓겨난 뒤 2022년 5월 야당 탄압에 반대하고 민주화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구금을 당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정치적 탄압을 견디다 못해 난민 신청을 고려했고, 작년 12.3 비상계엄 당시 한국의 민주주의를 눈여겨 본 A씨는 한국을 선택했다. 그렇게 A씨는 2025년 4월 27일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김해공항에 도착한 뒤 난민 신청을 했지만 법무부는 심사를 받을 자격도 없다는 취지의 ‘불회부’ 결정을 내렸다. 기니에서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A씨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기니인 난민 법률대리인인 홍혜인 변호사는 26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공항에서의 심사는 정식 난민심사가 아니고 난민심사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판단하는 간이한 절차"라며 "그렇게 깊게 들어가면 안 되는데, 정치적 활동을 했다는 주장을 믿을 수 없다면서, 어떻게 보면 간단하게 (불회부) 판단을 해버렸다"고 설명했다.

고국에서 시위에 참여해 경찰로부터 박해받은 영상과 정당 당원 활동 증명서 등도 제출했지만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한국에 들어갈 수 없게 된 A씨는 기니로 돌아갈수도 없는 신분이었다. 정치범으로 종신형 아니면 사형을 당할 수도 있었다. 그가 김해공항에서 5개월 동안 머무른 이유다.

A씨가 머무른 곳은 개인 공간이 전혀 없는 출국대기실로 얇은 매트와 이불로 생활을 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무슬림인 A씨에게 지난 5개월간 98% 이상의 식사로 출국대기실에서 제공하는 햄버거만이 제공됐다는 점이다. 아침, 점심, 저녁 모두 햄버거만 제공된 날이 많았고, 메뉴도 맘스터치 싸이버거로 똑같았다. 심지어 아침 9시 이후에 기상한 날은 아침식사를 제공하지 않기도 했다.

홍혜인 변호사는 "(햄버거만 식사로 제공하는 게 논란이 되자) 더는 햄버거를 제공하지 않고 편의점에 A씨를 데리고 가서 식사를 고르라고 했다고 한다"며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A씨의 상황을 알게 된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산·울산·경남(부울경) 공동대책위원회와 공익법인 두루, 난민인권네트워크 등은 25일 "공항 난민 인권 침해 사안에 대한 즉각적인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며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5개월째 머물렀던 기니 국적 난민 신청자의 처우를 두고 "기본권을 침해한 인권 유린"이라며 "영양 균형을 고려한 식사 제공과 적정한 수면 공간 보장, 별도 출국대기소 설치 등 비구금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난민 심사조차 받지 못하게 된 이 상황을 해결해달라며 A씨가 제출한 난민 인정 심화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을 지난 24일 법원이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관련해서 난민 심사 주무부서인 법무부가 2주 안에 항소하지 않으면, A씨는 입국절차를 밟고 난민 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만약 법무부에서 항소할 경우, 판결이 끝날 때까지 원칙적으로 A씨는 공항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불회부 결정라는 출입국의 결정은 법원에 가면 72%의 확률로 취소가 된다.

▲ A씨가 지난 5개월 동안 먹은 햄버거. ⓒ공익법단체 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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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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