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기관의 위법·부당한 처분을 바로잡아 국민의 권리를 구제하는 행정심판 제도가 법정 처리기간을 넘겨 결론을 내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심판은 법원에 내는 행정소송과 달리, 행정부에 속한 국민권익위원회가 관할하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심리·의결을 담당한다. 행정심판은 행정소송에 비해 절차가 간편하면서도 일반 민원과 비교해 행정기관을 구속하는 강력한 법적 효력을 지닌 것이 이점이지만, 처리 기간이 늦어지면서 '신속한 국민 권리 구제'라는 제도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프레시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양수 의원실(국민의힘)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속한 국민권익위원회 집계 결과 지난해 행정심판 법정 처리기간 '최대 90일'을 초과한 사건의 비중은 14.3%에 달했다. 국가로부터 권리 구제를 기다리는 국민 8명 중 1명 이상이 법정 기간 내 권익 보호를 받지 못한 것이다.
중앙행정심판위는 행정심판 총괄기관으로 △행정심판총괄과 △행정교육심판과 △재정경제심판과 △국토해양심판과 △환경문화심판과 △사회복지심판과 △운전면허심판과 등으로 구성돼 있다.
행정심판법에 따라 행정심판위원회의 기본 재결기간은 60일 이내다. 즉 위원회는 심판청구서를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30일을 연장할 수 있어 최대 90일 안에 행정심판 청구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전체 행정심판 처리 건수에서 재결기간이 90일을 초과한 사건은 △2022년 23.2%(4912건) △2023년 17.3%(4826건) △2024년 14.3%(2775건)로 여전히 두 자릿수 백분율을 기록했다.
또한 재결기간이 61~90일에 걸린 사건도 △2022년 12.7%(2677건) △2023년 12.4%(3445건)△2024년 15.6%(3019건)에 달했다.
행정심판 평균 재결기간은 △2022년 약 76일 △2023년 약 60일 △2024년 약 56일로, 단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제도의 신속성은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사건 유형에 따라 소관 과별로 행정심판 처리에 소요되는 기간 편차가 컸는데, 환경문화심판과는 평균 재결기간이 약 89일, 90일 초과 사건이 44.3%(507건)로 가장 많았다. 재정경제심판과는 90일 초과 사건이 35.4%(432건), 국토해양심판과는 36.5%(410건)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가장 많은 행정심판이 접수되는 운전면허심판과는 평균 재결기간이 약 44일, 90일 초과 사건의 비중이 5.3%(642건)로 앞선 부서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결국 사실관계와 법리 쟁점이 복잡한 사건일수록 행정심판 지연 처리가 심각한 상황인데, 국민 권리구제 기능을 해야 할 제도가 오히려 장기간 지연되면서 국민 불편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유철환 권익위원장은 지난 12일 '행정심판 40주년 기념행사'를 알리며 "행정심판은 국민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라고 설명했지만,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제도 운영을 보완할 조치 마련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양수 의원은 "행정심판이 제때 결론을 내리지 못하며 제도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며 "권익위는 장기 사건에 인력과 자원을 집중 배치해 권리구제가 지연되지 않도록 운영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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