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정부, 재생에너지 '돈 놓고 돈 먹기' 게임 만들지 않으려면…"

[이재명 정부, 어디로 가나④]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위원 "민영화 가속화 우려"

지난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 비상계엄, 그리고 대통령 탄핵으로 초래된 조기 대선으로 이렇다 할 준비없이 출범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다고 주어진 업무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발했지만 추경 편성, 민생회복지원금, 미국과 관세 협상, 정부조직 개편 등 굵직한 사안들을 처리했다.

지금까지의 평가는 대체로 무난하다. 지난 9월 19일 한국갤럽에서 발표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60%였다. 이는 대선 때보다도 높은 지지율이고 비슷한 시기 역대 대통령의 지지율 중에는 세 번째로 높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재명 대통령의 "퇴임하는 마지막 그 순간 국민의 평가, 즉 마지막의 지지율이 제일 중요하다"는 말처럼 아직 임기는 4년하고도 8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그동안은 12·3 비상계엄으로 제기능을 못했던 국가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시간이었다고 한다면 남은 기간은 국민이 체감할 만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에서 <프레시안>은 창간기념으로 이재명 정부가 어디에 주목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그리고 좀더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지점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노동, AI, 재생에너지, 여성, 저출산, 부동산 등 6개 분야에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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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배로 확대하려 한다. 현재 35GW(기가와트)에서 78GW로 증대할 계획이다. 매년 9GW가량은 신설해야 하는 목표다. 대부분 서남해안 등 생산비용이 저렴한 지역에 풍력, 태양광 대규모 단지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뒤따를 지역 반발은 '햇빛연금'으로 알려진 주민참여형 에너지 생산 방식 등을 통해 잠재우면서 전환 속도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또 다른 축이다. 서해안-동해안-수도권을 잇는 'U자형'의 전 국토 단위 전력망 인프라로, 송전선로와 변전소가 지금보다 30% 더 확충된다. 지금도 대부분 재생에너지 생산이 서남해안에 몰려 있기에,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의 불균형을 송전선로 확충으로 해결하는 것이 골자다. 당장 전북을 지나는 초고압 송전선로만 13개가 신규 건설 계획에 포함됐다.

이때 에너지 전환의 육하원칙 중 입장 차이가 첨예한 요소는 '누가'와 '어떻게'이다. 공공과 민간, 누가 재생에너지 전환을 책임질 것인가? 그리고 그 경로는 어떤 원칙을 지키는 길이 돼야 하나? 이재명 정부는 민간의 역할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발언 중에 국가 주도의 에너지 생산이나 공공성 등을 강조한 적이 없고, 국가 재정 투자 규모도 지나치게 적은 데다 공기업의 역할과 비중을 정책화하지 않았다.

공공성은 학계, 산업계, 관료사회를 통틀어 전기·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에게도 듣기 힘든 단어다. 비교적 논의가 활발한 유럽, 남미 등과 대조적이다. 이 와중 지난해 공공재생에너지연대가 출범했다. 공공성과 민주성을 근간으로 한 에너지 전환 새판짜기를 주장하는 시민, 전문가들이 모였다. <프레시안>은 연대 구성원인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을 지난 17일 만나 현 정부 에너지 정책에 대한 제언을 들었다. 아래는 일문일답.

프레시안 : 이재명 정부 재생에너지 정책 설계에 대해 총평하자면?

한재각 : 재생에너지 확대를 강조하는 측면에서 윤석열 정부보다는 훨씬 낫고, 문재인 정부보다도 좀 더 진일보했다. 실용주의 정부라 자임해서 그런지, 일단 근본적인 문제는 피하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먼저 하자는 태도가 느껴진다. 이를테면 핵발전 문제다. '탈원전'을 얘기하진 않고, 덮고 간다. 재생에너지 분야도 비슷한데,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긍정적인 부분은 분명하지만, 이걸 누가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에 있어선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전체적으로 보면, 민간기업과 시장이 늘리도록 하고, 이들을 잘 지원하겠다는 걸로 보인다. 국가가 주도적으로 늘리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민영화를 가속하는 방식으로 확대가 될 것 같다.

국가 주도·공공성, 자취 감춘 단어

프레시안 : 민영화의 가속화라면, 현재도 한국 재생에너지 생산 시설을 민간 기업이 많이 소유하고 있나?

한재각 : 한국은 전력시장 민영화의 역사가 있다. 2000년대 초반 추진된 민영화는 당시 거센 반발에 부딪혀 1단계만 추진된 채 나아가지 못했다. 현재 전국 각지의 발전소를 운영하는 발전 공기업 6개사는 당시 민영화 과정에서 한전에서 분리된 것들이다. 이후 지금까진 '우회적 민영화'가 진행됐다. 신규 발전에 민간 기업 진출을 허용한 방식이다. 주로 LNG(천연가스) 발전소가 그랬다. 57%(2021년 설비용량 기준)가량이 민간발전사 소유다.

풍력, 태양광 발전소는 97.7%가 민간 소유다. 지난 3월까지 허가받은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보면, 95개 중 87개가 민자 사업이다. 용량으론 94%다. 이 중 해외자본이 60.7%가량을 차지한다. 현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안은 이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소 대부분이 민간 기업 소유로 구성된다. 그래서 우회적 민영화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프레시안(손가영)

프레시안 : 재생에너지는 늘리는 게 중요한 것 아닌가? 민영화인지, 공영화인지,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한재각 : 에너지 민영화가 진행되면, 결국 모든 시민이 더 비싼 전기요금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전기 싸게 써온 거 아니야?'라는 질문과는 구분해야 한다. 민간 기업이 이윤을 더 가져가기 위해 그 비용을 시민들이 더 내게 되는 문제를 말한다. 기업은 수익성 중심으로 투자할 텐데, 재생에너지가 수익이 안 되면 정부를 협박할 거다. '재생에너지 늘리고 싶으면, 보조금이든 뭐든 지원하라'는 식으로. 그럼 전기요금을 인상하든, 보조금을 늘리든, 국가가 감당하는 방식으로 지원은 늘 거다.

전기요금은 국가가 마음대로 못 올린다. 올릴 수 있어도 한계가 있다. 국가 재정상 보조금도 한계가 있다. 자기 목적만큼 돈을 못 번다면 기업은 '배 째라' 식으로 철수한다. 재생에너지 전환에 해가 되는 결과다. 이런 불확실성은 줄곧 있었다. 발전사업 허가 다 받아놓고 '금리나 자재비가 높아서 불리하다' 등의 이유를 대며 착공을 미룬다. 전력 당국은 계획대로 발전이 이뤄져야 하는데, 민간기업들은 수익성을 이유로 지키지 않는다. 약속한 발전소 건설 계획을 늦추면 사업 허가를 취소하는 페널티 조항이 도입됐던 이유다.

프레시안 : 에너지 민영화가 문제가 된 사례가 있나?

한재각 : 유럽은 1998년부터 전력, 에너지 부문을 적극적으로 민영화해 온 대표 지역이다. 그런데 이제는 에너지 인프라가 '재공영화'되는 새로운 질서가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뿐 아니라, 수도, 교통, 폐기물처리 등 공공서비스 전반이 그렇다. 민영화의 실패 때문이다. 필연적으로 가격은 상승했고, 에너지 빈곤층이 양산됐다. 유럽연합이 보고서로도 여러 번 인정한 결론이다.

유럽연합은 2023년 총인구의 약 10.6%가 자택 난방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남부 유럽 경우 15%를 넘었다. 또 민간기업은 재생에너지의 큰 투자 비용과 낮은 이윤율, 긴 원금 회수 기간, 변동성 등의 문제로 투자에도 소극적이었다. 재공영화가 활발한 나라 중 하나가 독일이다. 2005~2017년 동안 독일에서는 284건의 에너지 인프라 재공영화 사례가 발생했다. 함부르크 주민들은 주민투표 등을 통해 2013년엔 송전망을, 2019년엔 가스망을 민간기업에서 주 공기업 소유로 바꿔냈다. 에너지를 완전히 민영화했던 영국조차 올해 국영 재생에너지 투자 기관(GBE)을 설립했다. 한국에선 잘 조명되지 않는 얘기다.

프레시안 : 한국전력, 한전 산하 발전 공기업 5곳(한국수력원자력 제외)이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한재각 : 맞다. 대부분 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데, 정부는 2040년까지 모두 폐쇄하겠다고 공약했다. 존폐 기로다. 근데 왜 안 할까? 언론들이 취재해달라. 부족한 노력 문제는 차치하고, 그들도 비공식적으로는 할 말이 많을 거다.

정부의 재정 건전화 계획을 보자. 기획재정부는 2022년 한전과 발전공기업 6곳을 '재무위험기관'으로까지 선정하며 쪼았다. 부채율이 높다는 이유다. 이때 가장 먼저 축소된 게 재생에너지 투자 계획이다. 부채율을 '악화'하는 사업 구조여서다. 재생에너지는 초기 투자 비용은 많이 들지만 원금 회수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국가가 재정 통제만 하지 투자를 안 하니 불거지는 문제다. 공기업 자본을 늘려주든지, 회사채를 발행해 주든지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 한다. 공기업은 부채를 늘릴 수밖에 없는데, 그럼 기획재정부가 줄 세우는 재정 건전성 지표에 당장 걸린다. 아무것도 못 하게 되는 구조가 있다.

발전공기업 경영평가 지표를 봐도 100점 만점에 재생에너지 사업 지표는 3점이다. 공기업 사장들이 이걸로 동기부여가 될까? 2023년엔 재생에너지 지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서부발전이 최종 평가에선 5개 사 중 꼴찌를 했다. 국가가 '국가 주도의 에너지 전환'을 정확히 공언하고, 충분하게 재정을 지원하고, 명확히 방법을 제시해야 공기업이 움직일 수 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 적이 있는가?

"7조 원? 턱 없이 부족… 민간 자본 끌어오겠단 뜻"

프레시안 : 결국 정부의 공적 투자 규모로 귀결되는 것 같다. 정부는 향후 5년간 7조 원을 투자한다고 했다.

한재각 : 턱 없이 부족하다. 송배전로 보강 등을 다 빼고 발전(생산) 부문만 산술적으로 보면, 2050년 100%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략 1년에 20조 원 정도가 든다. 문재인 정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자료에 근거한 계산이다. 정부는 이렇게 말할 거다. '정부가 돈이 없지 않습니까' 라고. 즉 5년간 7조 원만 배정했단 건, 민간자본 끌어온다는 말이다.

7조 원은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마중물이 될 것 같다. 가령 6조 원 규모 해상풍력 사업이 있다면 이게 성공할지 모르는 투자 불확실성이 있으니, 정부가 먼저 투자금을 넣고 이걸 최후순위 채권으로 둔다. '수익 나면 기업이 먼저 뽑아가고, 손해가 나면 공공이 보겠으니 투자하라.' 이렇게 자본을 조달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비용이 상승할 거다. 저리 융자 정책자금 등 공공기관이 직접 투자할 때 금리가 1.75~3% 정도이고 민간에서 조달한 자본의 금리는 6%라고 비교하면 쉽다. 민간자본은 훨씬 높은 금리로 수익을 20년간 '쑥쑥' 뽑아간다.

프레시안 : 그럼 무엇을 할 수 있나? 공공재생에너지연대의 재정 원칙과 구상은 무엇인가?

한재각 : 재정 부문에선 '기후정의세' 도입과 '녹색공공투자은행' 설립이 골자다. 기후정의세는 탄소 배출에 더 큰 책임이 있는 부유층과 대기업에 소득세와 법인세의 누진율을 강화해 조성하는 세금이다. 녹색공공투자은행은 이를 주 재원으로, 발전 공기업의 재생에너지 투자 등을 지원하는 국가은행이다.

공적 투자는 불필요한 '민영화 비용'을 없앤다. 수익성 때문에 재생에너지 전환을 내버려두는 기업의 변덕 문제를 해소해, 에너지 정책을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해나갈 수 있다. 민간 자본 조달에 따른 비용 증가도 방지한다. 해상풍력을 민간사업자가 개발할 경우, 1GW 용량 기준으로 연간 2000억 원의 비용이 더 발생한다는 연구가 있다. 기업은 공공기관보다 약 3% 높은 금리로 자금을 빌리니, 민간 자본이 공적 투자보다 약 15%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프레시안 : 정부는 햇빛바람연금 정책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주민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하면, 발전 수익의 일부를 보상받는 제도다. 에너지 전환과 지역 반발 완화, 주민 소득 증가 등의 효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평가된다. 이는 어떻게 보나?

한재각 : 우려스러운 점은 언론, 정치권에서 잘 다루지 않는 것 같다. 수사적 측면은 지지하고 찬성하나, 실제로 그게 어떻게 작동되고 누가 비용을 부담하느냐는 가려져 있다. 우선 재생에너지 단지는 땅값이 가장 낮은 곳부터 차례로 채워졌다. 서남해안이다. 그리고 돈(투자금)이 있는 자가 누구인가? 부유층, 대기업이다. 거기서 수익을 대부분 가져가는데, 일부 투자할 기회를 열어 줄 테니 주민들이 와서 가져가라는 구조다. 재원은 한전의 전기요금 수입이다. 각 가구 전기 고지서에 적힌 '기후환경요금'에서 REC 판매 수입(재생에너지 보조금)이 나간다.

더 근본적으로는 '투자자 모델'의 문제다. '이익을 분배받길 원하면 투자하라'는 것인데, 재생에너지원은 공유재다. 공유재를 쓰면서 '공유재 모델'은 배제하고, 투자할 여력이 있는 계층만 이익을 취한다. 시민들의 전기료가 주주 배당, 금융 조달 비용이란 명목으로 투자자와 금융기관 주머니로 흘러 들어간다. 구조적으로 '돈 놓고 돈 먹기' 금융산업으로 전락할지 우려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햇빛과 바람은 모두의 것"이라 했다. 공유재는 사적 소유될 수 없다는 뜻 아닌가? 민간사업자가 공유재 재생에너지로 이익을 얻으면, 이를 독점하도록 놔둬선 안 된다.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설치된 HD현대에너지솔루션의 태양광 모듈. ⓒ연합뉴스

재생에너지 시장, 공유재 활용해 수익은 사유화

프레시안 : 공유재 재생에너지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게 어떤 의미인가? 제도적으로 어떻게 가능한가?

한재각 : 제주에 '풍력자원 공유화기금 조례’가 있다. 풍력발전사 당기 순이익의 17.5%를 기부받아 ‘풍력자원 공유화 기금’을 조성하는 제도다. 개발 이익을 도민에게 환원해, 지역 에너지 자립과 에너지 복지 기금에 쓰도록 한 조례다. 제주도는 이미 선례가 있었다. '지하수 공수화' 원칙이다. 제주도는 2000년 특별법을 통해 지하수를 도민 공동자산으로 명시하고, 사유재로 이용되는 걸 지양해 민간 기업의 진출을 엄격히 제한했다. 제주 지하수 먹는 샘물 사업은 제주도개발공사와 한국공항(대한항공 자회사)밖에 하지 못한다. 한국공항은 법 제정 이전부터 사업을 했기에 어쩔 수 없이 포함됐다. 지난 7월 27일엔 공공재생에너지연대가 추진한 '공공재생에너지법'이 5만명 청원을 얻어 국회 정식 의안으로 상정될 자격을 얻었다. 전남도의회는 지난 19일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법률 제정 촉구' 건의안을 통과시켰다.

프레시안 : 에너지 시장 확대를 주장하는 측은, 한전이 재생에너지 전환의 걸림돌이라고 비판한다. 특히 한전의 송·배전망 독점 구조가 비효율성을 늘린다며 독점을 해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재각 : 한전이 그동안 재생에너지 투자를 제대로 안 한 건 맞고, 비판받아야 한다. 배전망 개선 얘기가 나온 지 10여 년이 더 지났는데, 이제야 관련 계획을 꺼내 든다. 배전망은 쉽게 전봇대를 생각하면 된다. 원래는 전기가 일방향으로 소비지로만 향했다면, 지금은 태양광이 배전망에 물리면서 전력이 들어오고, 전압도 올라가는 등 복잡해지는 거다. 인프라 개선과 관리가 필수인데 한전이 방치했다. 그런데 동시에 왜 투자를 못 했는지도 살펴야 한다. 발전 공기업은 기획재정부의 재정 건전성 평가에 발목 잡힌다. 더 근본적으론 국가가 재정 지원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또 이 주장의 함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봐야 한다. 결국 더 많은 에너지 인프라가 시장화되는 결론이다. 통신에 빗대보면, 과거 공기업 한국통신(KT 전신)이 공적 투자로 통신망을 깔아서 제공하던 통신 서비스가 지금은 민영화돼 민간 기업이 엄청난 이익을 뽑아가고 있는 것처럼, 전력 서비스도 민영화를 하자는 이야기다. 통신업계의 '망중립성' 주장처럼, 발전 자회사를 가진 한전이 다른 민간사업자를 '차별'할 수 있다면서 '전력 산업의 망중립성' 주장까지 한다. 민간사업자들이 돈 벌어갈 수 있도록, 한전은 망이나 잘 깔고 유지하라는 소리다. '에너지로 돈을 버는 게 뭐가 어때서?'라 물으면, 돈 벌 수 있다. 그렇게 되는 순간 에너지는 공유재에서 멀리 벗어나 돈을 벌 투자 상품으로 전락한다. 마치 땅처럼. 과거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에 속하지 않았던 것이, 기술 발전 등으로 투자 상품이 돼 돈 있는 사람이 더 많이 투자해서 더 많이 이윤을 뽑아가는 수단이 된다.

프레시안 : 이 대통령은 발전공기업 통합을 직접 주문했다. 무엇이 기대되고, 무엇은 우려되나?

한재각 : 대통령의 직접 지시 사항이니 발전공기업은 어떻게든 통합될 거다. 민영화 추진은 중단됐는데 6개로 분사된 발전공기업 구조는 그대로니, 불필요한 경쟁 비용만 발생한다는 비판은 오래 있었다. 그러나 이 체제로 20여 년이 흘렀으니, 이런저런 기득권이 형성돼 반발은 만만찮을 수 있다. 이들이 지자체에 냈던 세금도 상당하다.

여러 개 안이 거론된다. 6개사를 모두 통합하자, 한국수력원자력을 제외한 5개 사를 통합하자, 5개사를 지역별로 여러 개로 통합하자 등의 안이다. 한수원은 나머지 5개사와 상황이 달라서 6개사를 통합하는 안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나머지 5개사를 두고 에너지원별, 지역별 통합 등이 거론되는데, 에너지원별 통합은 부적절하다. 석탄은 쇠퇴하고, 재생에너지는 확대되는데 원별로 구분하는 건 상생의 구조가 아니다. 연대는 '한국발전공사법'을 제안했다. 발전 공기업을 통합한 한국발전공사에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란 공적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고, 정의로운 전환의 의무를 명시한 법이다. 발전 공기업 통합은 원·하청 발전노동자들이 화석연료 발전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부문으로 옮겨 가 총 고용이 보장될 수 있도록, 노동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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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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