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체불한 쿠팡 대표이사가 검찰의 '뭉개기 수사'로 불기소 처리?

김주영 의원실, 'A 부장검사의 대검찰청 진정서' 입수…"전관예우를 활용한 뭉개기식 수사"

일용직 노동자들의 퇴직금을 체불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쿠팡풀필먼트서비스유한회사(이하 쿠팡 CFS) 인사부문 대표이사가 검찰의 '뭉개기 수사'로 불기소 처리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A 부장검사의 대검찰청 진정서'를 보면, A 부장검사는 엄희준 부천지청장 등 당시 검찰 지휘부 등을 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죄 등으로 형사처벌을 요구했다.

이 진정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A 부장검사는 고용노동부 부천지청이 신청한 '쿠팡 일용직근로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 대한 압수수색 검증영장을 결재했고 9월 26일 11시경 노동청은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이 발부한 영장에 근거해 쿠팡CFS 본사를 압수수색 했다.

영장이 발부된 이유는 쿠팡CFS가 당초 대법원 판례에 따라 지급해 오던 일용직 근로자 퇴직금을 2023년 5월 취업규칙을 변경해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련해서 노동자들은 퇴직금 미지급 진정 신고를 노동청에 접수했다.

당시 노동청은 압수수색을 통해 '일용직 제도개선' 등 쿠팡CFS가 계획적으로 취업규칙 변경을 시도한 정황이 담긴 여러 문서를 압수했다. 압수 물품에는 당시 문제가 된 쿠팡의 2023년 5월 26일자 변경 취업규칙 효력 유무 및 퇴직금 미지급에 관한 고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가 포함됐다.

쿠팡은 취업규칙 변경 2개월 전 작성한 내부자료에서 "일용직 사원들에게 연차, 퇴직금, 근로시간 단절의 개념을 별도로 커뮤니케이션하지 않으며, 이의 제기시 개별 대응한다"고 기조를 세우는 한편,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기준도 구체적으로 내부에 공유했다. 노동부는 이와 관련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문제는 당시 쿠팡CFS 본사 압수수색 정보가 사전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진정서에 따르면, 압수수색 집행 2시간 전인 오전 8시 49분 A 부장검사는 김동희 차장검사로부터 "노동청에서 쿠팡 압수수색을 한다는 말이 있던데, 혹시 부장님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셨느냐"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실제 이날 오전 11시 압수수색이 진행됐으며,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만 청구할 뿐 실제 영장 집행 여부는 해당 노동청의 소수 인원만 알고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A 부장검사가 처음 쿠팡 사건에 관해 김동희 차장에게 보고한 날은 2024년 6월 25일로 쿠팡 대리인 B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와의 면담 전이었다. 당시 차장검사는 '그 사건은 다른 청에서도 모두 무혐의하는 사건이다. 무혐의가 명백한 사건이라 힘 뺄 필요가 없다. 나도 수원지검에서 공안부장 할 때 무혐의했던 사건'이라며 무혐의를 종용했다.

뿐만 아니라 A 부장검사는 같은 날 오후 2시 진행된 쿠팡 대리인 B 변호사와의 면담에서 "김동희 차장검사와는 검사 시절 친한 동기 언니, 동생일 뿐만 아니라 자녀들이 같은 학교(또는 같은 학원)에 다녀 학부모로서 가족 모임도 하는 등 매우 친밀한 사적 관계에 있다"고 들었다.

더구나 2024년 10월 10일 국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를 앞두고 쿠팡 사건에 대해 다수의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엄 지청장은 A 부장검사가 압수수색 청구를 전결 처리했다며, 이를 문제 삼아 전결권을 박탈했다. 또 엄 지청장은 회의 석상에서 해당 내용으로 A 부장검사를 공개적으로 질책하며, 폭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올해 1월 23일 노동청이 압수수색한 결과 등을 바탕으로 쿠팡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부천지청에 송치하자, 엄 지청장은 2월 김 차장검사와 A 부장검사를 불러 "두 분의 의견을 조율해 최종 사건 처리 의견을 달라"고 했다. 그러나 며칠 뒤 엄 지청장은 새로 교체된 C 주임검사를 따로 불러 이 사건을 '혐의없음'으로 정리하고, 대검 보고용 보고서에 노동청의 압수수색 결과를 포함시키지 말라는 취지로 거듭 지시했다고 A 부장검사는 주장했다.

이후 올해 3·4월 C 주임검사는 1·2차 대검 보고용 보고서에 노동청이 확보한 '압수수색검증영장 집행 결과'를 빼고 대검에 보냈다. 이 과정에서 A 부장검사는 김 차장검사에게 핵심 쟁점이 누락됐다는 의견을 강력히 제시했지만 묵살됐고 그해 4월 28일 쿠팡CFS는 '혐의없음 등'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A 부장검사는 대검찰청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엄 지청장과 김 차장검사에 대한 배신감과 대검 감찰 조사를 받는 현 상황에 대한 억울함에, 할 수만 있다면 피를 토하고 목숨을 끊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당시 심정을 밝혔다.

김주영 의원은 "노동부의 기소 의견에도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은 검찰과 김앤장의 전관예우를 활용한 뭉개기식 수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하며 "공정과 정의에 앞장서야 할 검찰이 사법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김 의원은 "보안 정보일 수밖에 없는 노동청 압수수색 정보가 당일에 어떻게 새어나가게 됐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당연한 노동자의 권리가 권력에 의해 박탈되는 억울한 일이 없도록 국정감사에서 검찰 지휘부와 노동청에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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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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