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통행료, 이란 아닌 미국에? 트럼프, 미군이 돈 받고 유조선 호위하는 'VIP 패스' 검토

중간선거 급한 트럼프, 미군 호위·보험 의무화 등 아이디어 논의중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에 전자서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선박들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망설이자 미 정부 내에서 미 해군이 선박을 호위하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이른바 'VIP 패스'가 논의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란이 아닌 미국에 수수료를 제공하고 해협을 통과한다는 계획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4월에 이러한 언급을 한 바 있다.

16일(이하 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운항을 다시 활성화하기 위한 여러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비용을 받고 해군이 수로에서 선박을 호위해 주는 일종의 'VIP 패스' 계획도 포함돼 있다고 논의 내용을 아는 3명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또 해당 논의에 정통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 2명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미국과 이란이 협상을 하는 와중에 선주들이 해협 통과 위험을 감수하도록 설득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매체에 대통령과 비서실장이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으라고 지시했는데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현재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거의 모든 운항이 보험 약관을 위반하고 있다"며 "보험사들이 다시 보험을 보장하도록 무엇을 할 수 있겠나"라면서 이러한 일환으로 'VIP 패스' 같은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VIP패스의 구체적 방식에 대해 매체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행정부가 업계 대표들과 논의한 한 가지 아이디어는 선주들이 비용을 내고 호르무즈 해협을 신속 통과할 수 있도록 하고, 경우에 따라 미 해군 함정의 호위를 제공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매체에 "미국에 비용을 지불하면 (미군의) 호위 하에 신속 통과를 제공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마치 선박에 VIP 패스를 다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군사 호위를 포함한 신속 승인에 수수료가 부과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이란이 아니라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에 통행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고 전했다. 당시 그는 기자들에게 "우리가 통행료를 받는 건 어떤가?"라며 "이란이 받게 두느니 차라리 우리가 받겠다. 왜 안 되나? 우리는 승자다. 우리가 이겼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지시를 한 배경에는 급등하는 유가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체는 "원유 공급 차질은 연료 가격 급등을 초래했고, 이는 오는 11월 의회 권력 구도를 결정할 수도 있는 선거를 앞둔 백악관과 공화당에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선박들은 미국과 이란 간 종전합의 발표 이후에도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망설이고 있다. 매체는 "선주들은 불안정한 평화가 다시 붕괴될 가능성을 우려해 운항 재개를 꺼리고 있다"고 전했는데, 실제 원자재 및 에너지 시장 분석업체인 케플러(Kpler)를 보면 220척의 유조선을 포함해 약 500척의 선박이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 밖의 페르시아만에 대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VIP패스'가 실제 선박들에 수수료를 부과하기보다는 유럽 국가들의 중동 개입을 압박하기 위한 협상 전략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매체는 한 전직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의 선박 수수료 부과 아이디어가 "프랑스,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이 걸프 지역으로 들어와 해상 안전과 안보 책임을 분담하고, 이란이 다시 협상을 깨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장기적인 협박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정부는 'VIP 패스' 외에 다른 아이디어도 검토 중인데, 매체는 논의에 정통한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가 좀 더 진지하게 검토되는 방안 중 하나로 "미국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해 미국에 기반을 둔 보험사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는 선박에 보험을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호르무즈 해협을 운항하려는 선주들에게 200억 달러 규모의 '정치적 보험'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계획 역시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며 "선주들은 이란이 미사일, 드론, 소형 보트를 동원해 수백만 달러 가치 화물에 큰 피해를 입히는 해역에서 실제 선박 자산을 위험에 노출시키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 통과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계기 열린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 양자 회담 전 기자들과 만나 "호르무즈 해협은 60일 이후에도 통행료 없이 개방될 것이다. 영구적으로 개방되면 통행료가 면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일 양해각서 서명이 이뤄지면 통행료 없이 완전한 자유로운 통항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G7 정상회의 갈라 만찬에 앞서 열리는 공연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백악관 대변인 테일러 로저스 역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체결한 훌륭한 MOU 덕분에 호르무즈 해협은 완전히 개방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에너지 흐름이 '장대한 분노'(Operation Epic Fury) 시작 이전 수준으로 곧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익명 소식통발 추가 보도는 근거 없는 추측으로 간주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미 행정부 내에서도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가 양해각서 체결과 함께 곧바로 가능할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한 미국 고위 관리를 인용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2월에 이란을 공격하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2주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그 이유로 해협에 제거해야 할 기뢰가 남아 있고, 선박 운항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는 수준도 각기 다르다는 점을 꼽았다. 다만 해협에 얼마나 기뢰가 있는지, 실제 기뢰가 설치됐는지도 불분명하다고 통신은 짚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