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오요안나 어머니, MBC 앞 단식 돌입 "수년 일해도 벌레만도 못하게 취급해"

공식 사과·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 요구…방송 비정규직들도 힘 실어

문화방송(MBC) 기상캐스터였던 고(故) 오요안나 씨의 어머니 장연미 씨가 단식에 돌입했다. 직장내괴롭힘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며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딸의 죽음에 대한 MBC의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면서다.

장 씨는 8일 김용균재단, 공공운수노조 등 42개 단체와 함께 서울 마포 MBC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MBC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분향소'를 설치하고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오는 16일 돌아오는 딸 오 씨의 1주기를 8일 앞두고서였다.

회견에서 장 씨는 "우리 요안나가 없는 세상에서 저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불쌍하게 죽은 내 새끼의 뜻을 받아 단식을 시작한다"며 "한 생명은 우주다. 하지만 MBC는 수년을 일했어도 프리랜서라고, 비정규직이라고 벌레만도 못하게 취급한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장 씨는 "제발 도와달라. 1주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고, MBC에서 더 이상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함께 해달라"며 "저는 요안나의 억울함을 풀고 떳떳한 엄마가 되려고 한다"고 밝혔다.

▲ 고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 어머니 장연미 씨(가운데)가 8일 서울 마포 MBC 앞에서 연 'MBC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추모주간 투쟁선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장 씨는 이날 회견에서 "싸우면서 알았다. 저는 오요안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방송·미디어산업의 수많은 청년이 우리 오요안나처럼 고통받고 있었다"고도 했다. 그의 말처럼 이날 회견에는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장 씨의 곁을 지키며 힘을 보탰다.

MBC 방송지원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로 구성된 'MBC 차별없는 노조'의 김은진 위원장은 "먼저 떠난 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어머니가 목숨을 내걸고 호소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며 "MBC가 이제는 유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회동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방송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인 엔딩크레딧의 진재연 집행위원장도 "방송 현장의 비정규직과 프리랜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분들의 많은 연대와 동참을 소호한다"며 "MBC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차별하는 시스템을 개선하는 싸움에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회견 뒤 장 씨는 MBC 앞에 차린 분향소에서 단식을 시작했다. 천막으로 둘러싸인 분향소 안에는 오 씨의 영정과 향을 놓은 검은 단상을 설치했다.

첫 추모객으로 나선 20여 명의 회견 참가자들이 오 씨의 영정 앞에 하얀 국화를 헌화한 뒤 묵념했다. 장 씨는 영정 곁에 서서 추모객을 맞았는데, 산재 사고로 아들을 잃은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가 다가가자 한참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앞서 오 씨는 2021년 MBC에 입사해 기상캐스터로 일하다 지난해 9월 15일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려 힘들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MBC는 자체 진상조사를 진행했지만,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점, 2차 가해가 우려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며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장 씨는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한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입장 표명 △오 씨에게 명예 사원증을 수여하고 사내에 추모공간 마련 △상시지속 업무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등 비정규직 고용구조 및 노동조건 개선 등을 MBC에 촉구 중이다.

오 씨의 1주기인 오는 16일에는 MBC 앞에서 추모 문화제도 예정돼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같은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www.129.go.kr/etc/madlan)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고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 어머니 장연미 씨(가운데)가 8일 서울 마포 MBC 앞에 차린 딸의 분향소에서 추모객을 맞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프레시안(최용락)

▲ MBC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분향소 안에 놓인 오요안나 씨의 영정. ⓒ프레시안(최용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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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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