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하는 故 오요안나 어머니의 절규 "죽은 내 새끼없는 세상, 죽은 것과 마찬가지"

딸 1주기 앞두고 오는 8일 단식 돌입…사과·재발방지 약속 등 요구

딸의 1주기를 앞두고 MBC의 사과와 재방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하기로 한 고(故) 오요안나 문화방송(MBC) 기상캐스터 어머니 장연미 씨가 심정을 밝히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장 씨는 4일 호소문에서 "요안나 1주기(오는 15일)를 앞두고 저는 곡기를 끊으려고 한다"며 "요안나를 잃고 하루하루가 고통이다. 우리 요안나가 없는 세상에서 저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불쌍하게 죽은 내 새끼의 뜻을 받아 단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앞서 오 씨는 다른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들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한 사실과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담은 유서를 남기고 지난해 9월 15일 숨진 채 발견됐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는 오 씨가 괴롭힘을 당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오 씨가 MBC 노동자가 아니어서 직장내괴롭힘법은 적용할 수는 없다는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MBC도 자체 진상조사를 진행했지만 소송 진행, 2차 가해 우려 등을 이유로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장 씨는 딸이 MBC 기상캐스터에 합격했을 당시 "너무나 기뻤고 둘이 껴안고 울었다"며 "이런 처참한 결과가 될 줄 꿈에도 몰랐다. 요안나를 죽게 한 선배들과 MBC의 행동이 너무나 끔찍했다. 뻔뻔하고 야비한 모습에 절망스러웠다. 방송사가 젊은 여성들을 뽑아서 피 빨아먹고 뼈를 갈아서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장 씨는 "우리 요안나는 살고 싶었다. 살고 싶고, 일을 잘 하고 싶어 발버둥치면서 노력했다. 제가 그만두라고 했는데도, 꿈이 있어서 끝까지 하겠다고 했다. 그런 아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그런데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다"고 밝혔다.

이어 "MBC는 요안나가 죽은 후 부고조차 내지 않으며 모른 척 했고, 자체적으로 진행한 진상조사위원회 결과도 공개하지 않았다"며 "MBC와 두 번 만나 요구안을 전달하고 문제 해결을 요구했지만 성의도 없고 해결 의지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장 씨는 "MBC를 용서할 수 없다. 한 생명은 우주다. 하지만 MBC는 수년을 일했어도 프리랜서라고, 비정규직이라고 벌레만도 못하게 취급한다"며 "싸우면서 알았다. 저는 요안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방송·미디어산업의 수많은 청년이 요안나처럼 고통받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하루하루가 너무나 고통스럽고 딸이 보고 싶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너무 막막하고 답답하다"며 "제발 도와달라. 1주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고, MBC에서 더 이상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함께 해달라. 저는 요안나의 억울함을 풀고, 떳떳한 엄마가 되려고 한다"고 호소했다.

장 씨는 방송·미디어 프리랜서·비정규직 노동단체 '엔딩크레딧' 등과 함께 MBC에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한 사과 및 사망 책임 인정 △재발방지 약속 △명예 사원증 수여, 사내 추모공간 마련 등 명예회복과 예우 △비정규직 고용구조 및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 중이다.

MBC의 변화가 없으면, 장 씨는 오는 8일 서울 마포 MBC 사옥 앞에서 단식에 돌입할 계획이다. 직전에는 추모주간 투쟁선포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

▲지난 4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고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 사망 사건 관련 긴급 현안 질의 등을 위해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 오요안나씨의 어머니인 장연미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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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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