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 강미정 대변인이 스스로 당내 성폭력(성추행 및 성희롱) 사건 피해자임을 밝히며, 해당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한 당 지도부의 태도를 비판하며 탈당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사면된 조국 당 혁신정책연구원장에 대해서도 이 사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강 대변인은 4일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검찰개혁을 누구보다도 절실히 바랐다. 거대한 권력에 맞서며, 저 하나 정의롭게 쓰이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마음으로 조국혁신당에 입당했다"면서 "그러나 그 길 위에서 제가 마주한 것은 동지라 믿었던 이들의 성희롱·성추행과 괴롭힘, 그리고 그것을 외면하거나 모른 척하던 시선들"이라고 폭로했다.
강 대변인은 그러면서 "오늘 조국혁신당을 떠난다. 광야에서 춥고 외로운 싸움을 하게 될지라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앞서 강 대변인이 피해자인 성추행 등 사건은 언론에 보도된 바 있으나,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강 대변인뿐 아니라 가해자 실명까지 모두 비공개로 보도됐었는데 그가 이날 스스로 피해자임을 밝힌 것이다. (☞관련 기사 : ①조국혁신당 의원단, 고위당직자 성추행 피소에 공개 사과 / ②조국혁신당, 성추행 논란 와중…양측 한자리에 모아 '성희롱 예방교육')
강 대변인은 "처음엔 저 혼자 감내하면 될 일이라 여겼지만, 저보다 어린 사회 초년생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며 자신이 피해자인 사건 외에도 2건의 성비위 사건과 이와 연관된 1건의 직장내 괴롭힘 사건, 이들 사건 피해자와 조력자를 향한 다수의 2차 가해 사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었던 성추행과 직장 내 괴롭힘 앞에서 그들(사회초년생 당직자들)의 삶이 스러져가고 있었다"며 "저는 그들의 손을 잡았다. 그것이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선배로서 제가 져야 할 책임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당은 피해자들의 절규를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내 성추행 및 괴롭힘 사건 피해자 중 한 명은 지난 달 당을 떠났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당 쇄신을 외쳤던 세종시당위원장은 지난 9월 1일 제명됐고 함께했던 운영위원 3명도 징계를 받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피해자를 도왔던 조력자는 '당직자 품위유지 위반'이라는 징계를 받고 며칠 전 사직서를 냈다. 또다른 피해자도 지금 이 순간 사직을 준비하고 있다"며 "성비위 문제를 여성위 안건으로 올렸던 의원실 비서관은 당직자에게 폭행을 당했고, 사건은 검찰에 송치됐지만 그는 소 취하를 종용받고 있다"고 폭로했다.
반면 가해자에 대한 당의 조치는 관대했다고 강 대변인은 비판했다. 그는 먼저 자신이 피해자인 사건에 대해 "해당 가해자는 중징계 재심을 청구했지만 출당 조치됐고, 수사기관의 결정만 남아있는 상태"라면서도 "피해자를 지키려 했던 이(세종시당위원장)는 재심 청구 3주 만에 기각돼 제명이 확정된 반면, 재심을 청구한 가해자는 60일을 꽉 채운 끝에 겨우 제명이 확정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관련 "가해자가 재심을 청구한 사유는 '강미정이 피해자가 아니라 역으로 강미정이 가해자를 추행했다'는 입장"이라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 대변인은 또 "출당된 가해자 외에 성비위 가해자(별도의 피해자 사건)가 또 한 명 있다"며 "사건이 보도된 후에 분리조치가 됐지만 그 분리조치 방법으로 돌봄휴직을 썼고, 돌봄휴직 기간 중에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직장내 괴롭힘 사건은 가해자 1명은 감봉 1개월을 받았고, 나머지 가해자들은 당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이같은 처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윤리위와 인사위는 가해자와 가까운 인물들로 채워져 있었고, 외부 조사기구 설치 요구는 달이 넘도록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는 또 다른 가해가 쏟아졌다. '너 하나 때문에 열 명이 힘들다', '우리가 네 눈치를 왜 봐야 하느냐'(는), 여의도에 막 발을 들인 청년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말들"이라며 "당무위원과 고위당직자 일부는 SNS에서 피해자와 조력자들을 향해 '당을 흔드는 것들', '배은망덕한 것들', '종파주의자'라고 조롱했다"고 비판했다.
강 대변인은 "이것이 제가 침묵을 끊고 오늘 이 자리에 설 수밖에 없는 이유"라며 "사건이 접수된 지 다섯 달이 되어 가는 지금까지도 당의 피해자 지원 대책은 그 어떤 것도 마련되지 않았다. 가장 먼저 이뤄졌어야 할 피해자 보호와 회복이 외면당하는 사이 피해자들은 당을 떠나고 있다. 이것이 제가 더는 기다릴 수 없음을, 그리고 떠날 수밖에 없음을 확신하게 된 이유"라고 했다.
특히 그는 당의 간판이자 정신적 지주인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의 '침묵'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조 원장이 수감된 기간 동안 함께 연대하는 당원들께서 편지로 소식을 전했고, (광복절특사로) 나오신 후에도 피켓과 문서로 해당 사실을 자세히 전했다"며 "(그러나) 8월 15일 전과 후에 당의 입장에도 변화가 없었고 조 원장께도 여태 입장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말씀하시지 않은 침묵도 제가 해석해야 될 메시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조 원장이 당사로 당직자들에게 인사를 하러 (특사 후) 처음 방문했을 때 '당내에 많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마무리가 될 때까지 당을 지켜줘서 고맙고 고생했다'는 인사를 했는데, 그 자리에서 직장내 괴롭힘 사건 가해자들이 꽃다발을 전달했고 피해자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며 "그 장소에 함께 있던 피해자들이 많이 상처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 원장의 뜻은 제가 헤아리기 어렵다"고 에둘러 실망감을 드러내며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한편 강 대변인은 조 원장과 함께 광복절특사로 사면된 민주당 고위당직자가 조국혁신당 지역당 행사에 초청돼 강연을 하면서 자신 등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에게 '그렇게 죽고살 일인가', '그렇게까지 싸워야 될 문제인가' 등 망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현장에 있던 당원이 저에게 녹취 음성파일을 보내주셨는데 듣고 많이 놀랐다"고 언급했다. 그는 "누구보다 정권교체, 검찰개혁에 목소리를 높였던 분"이라며 "그런 말을 했을 리 없다, 그렇게 말씀하셨을 거라고 믿지 않았다"고 실망감을 표했다.

조국혁신당은 강 대변인의 폭로 및 탈당 회견에 대해 "사실과 상이한 주장이 제기된 점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강 대변인의 기자회견 직후 '금일 강미정의 기자회견에 대한 조국혁신당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당은 "강미정의 금일 회견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이라며 "피해자 측의 '외부 조사기관 조사 요구' 주장 관련, 성비위 및 괴롭힘 건 모두 피해자 측과의 협의를 거쳐 외부 기관에서 조사했고 당은 외부 기관의 조사 결과를 그대로 수용해 윤리위·인사위에서 징계 등 인사조치(했다)"고 해명했다.
성비위에 대한 당의 대처가 미온적이라는 비판에 대해 이들은 "신고 접수 직후 윤리위에 사건을 회부했고 피해자 요구에 따라 외부기관에서 조사했다"며 "당 윤리위는 외부기관 조사 결과를 수용해 가해자를 제명 처분했으므로 당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절차는 모두 완료"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외부기관 조사와는 별도로 당내 처리과정이 미흡했는지 여부 확인, 당내 문화개선을 위해 피해자 측 추천 2인을 포함한 전원 외부위원 구성 '인권향상 및 성평등 문화 혁신 특위'를 구성해 당 대응과정 전반을 점검받고 피해자 지원과 재발방지 방안 등이 담긴 권고안을 받았고, 특위 권고를 전폭적으로 수용해 후속 조치를 적극 강구(하고 있다)"고 했다.
또 괴롭힘 신고자가 되려 징계를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조력자가 녹음해 괴롭힘 주장 당직자에게 제공한 사안에 대해서는 외부 노무법인의조사 등에서 괴롭힘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며 "당사자 동의 없는 녹음을 당한 사람에 의한 징계요청에 대해 대법원 판례에 의거 불법 녹음행위와 제3자 제공에 대해 '감봉' 징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종시당위원장에 대한 제명 징계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입장과는 무관한 시당 운영 관련 별도 사유였다고 이들은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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