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노란봉투법, 피하거나 늦추는 게 답 아니다"

인사 논란에 "대통령실 측근·실세 없다" 일축…"경제 위기, 국채발행 검토할 수밖에"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노란봉투법, 즉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처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강조했다. 강 실장은 19일 대통령실에서 가진 첫 기자 간담회에서 "노조법 개정은 가보지 못했지만 가야 할 길"이라며 "이것을 피해가거나 늦추는 게 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 실장은 "산업 현장에서 대화를 촉진하고 격차를 해소하는 법의 취지가 현실에 반영되도록 책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며 "오늘 재계 간담회 자리에서도 재계의 어려운 점에 대한 말씀을 들었는데, 피하거나 눚추는 게 답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절차를 밟아서 가야 한다고 인식한다. 기업들도 이런 부분에 대해 오히려 받아들이는 부분이 생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앞서 이날 오전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원칙적인 부분에서 선진국 수준에 맞춰가야 할 부분도 있다", "세계적 수준에서 노동자·상법 등에 있어서 맞춰야 할 것, 원칙적으로 지켜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는데, 강 실장도 이와 같은 인식을 강조한 것이다. (☞관련 기사 : 李대통령, 방미 앞두고 경제인 간담회…이재용 "국내에도 투자")

"측근·실세 없다…지지율 하락, 더 다잡는 계기로"

강 실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정치·경제·외교 현안 전반에 대해 폭넓은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교육부·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사퇴 등 인사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 측근 인사인 모 비서관의 책임론이 거론된 데 대해 강 실장은 "인사위원장은 비서실장"이라며 "제가 '패싱'돼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는 뜻이냐. 그런 일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강 실장은 "인사위원회는 적법 절차와 시스템을 거쳐서 가동되고 있고 인사 검증이 되고 있다"며 "측근·실세 얘기를 들을 때마다 민망하다. 각 수석실 의견을 경청하고 여러 가지를 종합해서 판단하는 것이고 측근이나 실세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안이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서는 "가장 예민하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는데, 국정기획위에서 만들어놓은 것을 기반으로 논의를 시작했다"며 "어떤 것은 부처와 상당히 의견이 조정된 것이 있고 아직도 이견이 많은 것이 있다. 당장 로드맵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마냥 둘 수는 없는 문제라 멀지 않은 시간에 토론을 거쳐서 개편안을 보고드릴 것"이라고만 했다.

대통령실의 청와대 복귀 이전에 대해서는 "날짜를 정해둔 것은 아니지만 연내에 할 것"이라고 그는 언급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당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추세로 나오고 있는 데 대해 강 실장은 "국민들이 걱정하시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저희가 더 분발해야겠다고 다잡는 계기로 삼겠다"며 "지지율이 올랐다고 자만하거나 떨어졌다고 위축되지는 않겠지만, 겸허히 받아들이고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뜻 모아 열심히 해나가겠다"고 했다.

지지율 하락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세제개편안, 구체적으로 주식 양도세 문제에 대해 강 실장은 "대통령실은 논의과정을 더 지켜보려 한다"며 "정부가 발표한 것에 대해 당이 '이건 좀 아닌 것 같다'고 하는 상황인데, 대통령실이 당 편을 들겠나 정부 편을 들겠나"라고 했다. 그는 "정부와 당의 논의를 지켜보고 국민 의견을 수렴해 시간을 갖고 판단하는 게 맞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공급대책 조속히 발표…국채 발행 검토할 수밖에"

경제 현안과 관련해서는 먼저 부동산 문제에 대해 "6.27 대출 규제 이후 거래량이 감소하긴 했지만, 다시 상승 기미도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저희도 여러 처방이 준비돼 있다. 시장의 동향을 면밀히 보며 모니터링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렇다고 시장이 너무 냉각되는 것도 좋지 않다. 과열은 막지만 얼어붙는 것도 경계해야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부동산 시장이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조속히 공급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국회 상임위(국토위) 답변에서 "이르면 8월 안에 (부동산 공급대책 발표를) 하는 것으로 원칙을 잡고 있다"며 "다만 다음주 대통령 순방 일정도 있어 시간이 더 걸린다면 늦어도 9월 초에는 발표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내년도 예산안의 국회 제출 법정기한(9월 2일)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강 실장은 확장재정 기조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재정으로만 경기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재정을 빼고 경기를 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재정 지출을 통해 경기를 살려야 하는데 '그러면 국채를 발행할 것이냐?'(고 묻지만) 사실 정해진 답이다. 아니면 무슨 돈으로 추가 재정지출을 하느냐"고 했다. 그는 "재정지출 규모가 크면 '빚 내서 경제 살리느냐'고 비판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런 것(국채발행)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빚 안 내고 할 방법이 있느냐"고 했다.

그는 다만 "채무 비율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매우 조심스럽다. 상황을 검토하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제했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2차 추경 편성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 전혀 얘기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관세, 급한 불 껐지만 위기…심폐소생이라도 해야"

한국 경제가 '재정 투입을 통해서라도 경기를 살려야 하는 위기 상황'이라는 판단의 근거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를 상대로 추진하는 관세 협상 등이 꼽혔다.

강 실장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기업과 정부가 총력 대응해 관세 협상에서 급한 불은 껐다"면서도 "한미 FTA를 통해 미국시장에 무관세로 진출하던 한국산 제품에 상호관세 15%, 또는 그보다도 더 높은 품목관세가 부과되면 수출에 직접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나름 불확실성 제거 등 안심할 수 있는 측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관세가 0%에서 15%가 된 것은 기업에 위기 환경이라고 평가하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부터는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불확실성이 '뉴 노멀'이 되는 새로운 통상 환경"이라며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수출은 적어도 10% 이상은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그래서 정부 출범 즉시 경제를 살리기 위한 긴급처방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심폐소생술이라도 해서 살려야 했다"며 소비쿠폰 등 추경예산안 편성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외교·통상 등 민감한 사안은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 정상외교를 앞둔 시점인 만큼 언론에 공개적인 답변을 하는 것은 삼갔다. 이날 강 실장이 일일점검회의에서 산업부에 진상파악을 지시한 체코 핵발전소 수출 계약 건에 대해서도 그는 "오늘 지시한 조사가 이뤄진 다음에 이야기하겠다"고만 했다.

이날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국회 상임위(산중위)에 출석한 자리에서 미국 핵발전 관련 업체 웨스팅하우스와 불리한 조건의 계약을 맺었다는 언론 보고에 대해 "'불리하다'는 데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한수원이 한국혁 핵반응로를 수출할 때마다 웨스팅하우스에 기술검증을 받아야 하고 1.7억 달러의 기술사용료를 납부하기로 했다는 등의 계약 내용이 맞느냐고 따지면서 이를 전임 윤석열 정부의 실책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김동철 한전 사장은 이같은 질의에 대해 "비밀유지 약정에 따라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만 답변했다.

강 실장은 한편 산업정책과 관련 "국가 기간산업인 석유화학업계가 중국발 저가 공세로 한계상황에 내몰렸음에도 지난 정부는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이 위기를 손놓고 방치해 위기를 가속화했다"고 비판하며 "이재명 정부는 기업과 대주주의 강력한 자구 노력을 전제로 한 금융지원, 가용(가능)한 정부 수단을 총동원해서 기업 과잉 설비를 줄이고 친환경·고부가 제품 생산으로 전환해 석유화학 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도록 유도해나가는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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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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