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법 시행 이후 건설현장서 CCTV로 노동자 감시"

플랜트노조위원장 "사고 원인 노동자 전가하려는 방법…중재법 손 봐야"

포스코이앤씨 등 기업 건설현장의 연이은 사망 사고로 산업 재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 문제 개선보다는 작업 현장 감시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주안 건설산업연맹 플랜트건설노조 위원장은 11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중대재해처벌법 관련해) 기업에 대한 처벌이나 기업 고위층에 대한 처벌의 문제만 이슈화돼 있다"며 "실제로는 법이 시행되면서 플랜트 건설현장에 없었던 것들이 생기고 새롭게 등장했는데, 작업하고 계시는 노동자들을 감시하는 CCTV가 이동식도 대거 지급됐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사고의 원인을 결국은 노동자들한테 전가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근거를 수집하기 위한 방법으로 노동자들을 감시하려고 CCTV를 설치하고 있다"며 "고정식으로 작업 현장을 감시하는 감시 장치들만 추가됐을 뿐이지 실제로 안전에 대한 문제는 고민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손질이 필요하겠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 위원장은 "실질적으로 안전 보건에 관련된 매뉴얼을 작성하도록 하고 그것을 지키도록 법으로는 강제하고 있는데 형식적인 매뉴얼들은 준비해서 하고 있는데 실제로 현장에서는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매일 아침이나 점심시간에 TBM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을 실시하고 있는데 그것 또한 기업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일종의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4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광명-서울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이주노동자가 감전돼 의식 불명이 된 사고 당시 안전용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기를 조작하려면 전원을 차단하고 그다음에 절연 장갑이나 안전용품을 지급해야 되는데, 플랜트 건설현장은 그나마 전문적으로 전기 공사나 기계 설치 공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용품이 그나마 조금 지급되고 있는데 일반 건설 현장은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발생한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추락 사망 사고와 관련해서도 "결국은 노후 설비를 제 때 교체하고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며 "(노후 설비에 대해서) 전수조사하겠다. 그리고 그 이후에 포스코가 입장을 발표했는데 참여할 수 있는 단위가 어디까지냐에 대한 문제를 노동조합은 지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장의 안전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구조에서 노동조합이 배제되고 그다음에 포스코의 원·하청 정도만 참여한다면 예전에도 그랬듯이 결국은 전시행정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며, 하청 노동자가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제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위원장은 다만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 사망 사고에 대한 고강도 대응책을 지시한 데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대통령님이 조사를 지시하고 그 이후에 지금 포스코 광양제철소하고 하도급 전문업체를 경찰과 노동부가 압수수색을 했다"며 "산재 사고와 관련해서 발주처이고 대기업인 포스코를 압수수색 했던 그런 경험이 있나 이런 사례가 없었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모습을 보면서 조합원들 하고 현장에 일하는 노동자들이 조금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조금씩 현장이 변화되고 있는 것은 감지되고 있는데 이게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라며 "산재 사고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건설현장의 산재 사망 사고를 좀 줄일 수 있지 않겠나 이런 기대를 한다"고 했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이 29일 인천 송도 본사에서 연이은 현장 사망사고와 관련한 담화문 발표에 앞서 관계자들과 사과 인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올해 포스코이앤씨 현장에서 연이은 산업재해 사고로 노동자들이 숨진 사실을 언급하며 질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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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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