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효과?…SPC 산재사망·이주노동자 '지게차 학대' 후속대책 발표

SPC "8시간 초과 야근 폐지", 노동부 "사업장 변경 제도 정비"…김영훈, 고공농성장 연쇄방문

이재명 대통령이 SPC 산재사망, 이주노동자 지게차 괴롭힘 사건 등을 직접 언급한 가운데, 사측과 관계기관이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고 있다. SPC그룹은 노동자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된 '8시간 초과 야근'을 없애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괴롭힘 등 피해를 입은 이주노동자의 이직 제도를 정비할 방침이고, 지게차 괴롭힘 피해 노동자도 새 직장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PC그룹은 27일 대표이사 협의체인 'SPC 커미티'를 열고 생산직 야근을 8시간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SPC그룹은 제품 특성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고 주간 근무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방침이다. 이는 실행 방안을 구체화하는 시간을 거쳐 오는 10월 실행될 예정이다.

SPC그룹의 야간노동 개선 방침이 나온 것은 이 대통령이 SPC삼립 시화공장을 방문해 허영인 SPC그룹 회장 등 사측 관계자와 노조 관계자를 만나 간담회를 한지 이틀만이다.

지난 25일 SPC 간담회 중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소스 혼합기에 몸이 끼어 노동자가 숨진 사고가 새벽 3시경 발생했고, 공장 근무체계가 12시간 맞교대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노동강도가 너무 세서 밤 같을 때는 졸릴 것 같다"고 질책했다.

이 대통령은 또 2022년 10월에도 새벽시간대 SPC 공장에서 비슷한 사망사고가 발생한 일에 대해 "두 번, 세 번 똑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며 "일주일에 4일을 밤 7시부터 새벽 7시까지 풀로 12시간씩 사람이 일을 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대통령실은 SPC 그룹 차원의 입장 발표가 나온 데 대해 이날 오후 강유정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생명을 귀히 여기고 안전을 위한 비용을 충분히 감수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바람과 당부를 전한 지 이틀 만에 SPC그룹이 변화로 답한 셈"이라며 "이 대통령의 오랜, 그리고 지금도 여전한 생각이 조금, 일부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강 대변인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기업의 이윤 추구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생업을 위해 나간 일터에서 국민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후진적 사고는 근절돼야 한다"면서 "이재명 정부는 OECD 산재 사망률 최상위라는 오명을 벗고, 행복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경기 시흥시 SPC 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SPC 삼립 직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 대통령 왼쪽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전남 나주의 한 벽돌공장에서 이주노동자를 지게차에 비닐로 결박한 뒤 괴롭힌 사건이 발생한 일이 알려진 데 대해서도 페이스북에서 "영상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며 "소수자 약자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이자 명백한 인권유린"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신분이 불안정하다는 점을 악용한 인권침해와 노동착취가 벌어지지 않도록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에서 적극 대응하겠다"며 "대한민국 노동자들도 일자리를 찾아 해외 각지에서 고초를 겪었고, 그 수고 덕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 생업을 위해 이역만리 길을 떠난 대한민국 국민이 귀하듯 이주노동자들의 기본적 인권도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일각에서 괴롭힘 피해 노동자가 빠른 시일 내에 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추방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다. 고용허가제상 이주노동자는 괴롭힘, 폭행 피해 등을 자신이 입증해야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3개월 안에 새 일자리를 구해야 비자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27일 "노사 의견을 충분히 들어 제도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겠다"며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 제도 개선 의지를 밝혔다. 김영록 전남지사도 전날 페이스북에 "다행히 근무환경이 좋은 회사 사업장에서 채용 의사가 있어 월요일(28일) 회사를 방문해 취업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겠다"며 괴롭힘 피해 노동자의 이직 관련 상황을 알렸다.

▲전남 나주의 한 벽돌 생산 공장에서 스리랑카 국적의 이주노동자를 화물에 결박하고 지게차로 들어 올리는 인권유린 사건이 발생했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가 확보한 이달 초 촬영된 영상에는 이곳 노동자가 이주노동자 A씨를 비닐로 벽돌에 묶어 지게차로 옮기는 모습과 이 모습을 보고 웃으며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다른 노동자의 모습 등이 담겨 있다. ⓒ연합뉴스

한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해고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각각 163일, 566일째 고공농성 중이던 고진수 세종호텔지부장과 박정혜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을 연달아 만났다.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 고공농성장 인근에서 열린 지난 25일 간담회에서 노조 관계자들은 김 장관에게 세종호텔 해고 문제 해결을 위한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김 장관은 "정부 차원에서 살펴보고 무엇보다 지부장님이 건강하게 빨리 우리 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제안해주신 내용은 빠르게 회신해 드리겠다"고 밝혔다.

박 부지회장은 지난 26일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공농성장을 찾은 김 장관에게 "충분히 고용승계가 가능한데 우리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며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김 장관은 "폭염에 하루라도 빨리 동료들과 가족들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에서 할 일을 찾고 고민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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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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