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당시 '후보 교체 파동' 관련 감사를 벌인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25일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양수 전 선거관리위원장 겸 사무총장에 대해 각각 '당원권 3년 정지' 징계를 권고하기로 했다.
권영세·이양수 의원은 징계 확정 시점에 따라 2028년 4월 12일 예정된 차기 총선에 출마할 수 없다. 두 사람에 대한 징계 유형과 수위는 당 윤리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이 같은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는 지난달 임기를 마친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의 지시로 착수했다.
당무감사위는 '권영세 비대위'에서 무소속 예비후보였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당 대선후보로 무리하게 교체하려다 실패한 과정을 "대한민국 정치 초유의 사태", "당헌·당규상 근거 없는 불법한 행위"로 규정했다. 또 "큰 물의를 빚었다"며 "국민과 당원, 당에 대한 신뢰도 저하와 현재 당의 저조한 지지율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당시 지도부(비대위)는 당헌 74조 2항(대통령후보자의 선출에 대한 특례)을 근거로, 지난 5월 10일 새벽 시간대에 비대위와 선관위 회의를 열어 김문수 후보의 후보직을 박탈하는 등 대선후보 재선출 절차를 밟았다. 당헌 74조 2항은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대통령후보자 선출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후보자 선거관리위원회가 심의하고, 최고위원회의(비상대책위원회)의 의결로 정한다'고 규정한다.
대선후보 등록 기한은 5월 10일부터 11일까지였다. 비대위는 공고를 내 5월 10일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단 한 시간만 대선후보를 새로 받았고, 미리 서류를 준비한 한 전 총리만이 새벽 3시 9분 입당 및 후보 등록 서류를 제출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등록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유일준 당무감사위원장의 설명을 종합하면, 당무감사를 받은 당시 비대위원들은 '한 전 총리와의 후보 단일화'로 마케팅하며 지지율을 끌어올린 김 후보가 돌연 태도를 바꿔 단일화 약속을 어겼고, 단일화 협상이 불발되며 대선후보 교체 절차에 돌입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또 비공개 여론조사 결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 한 전 총리가 김 후보에 비해 더 경쟁력 있는 지지율을 얻었다고 한다.
다만 당무감사위는 △지도부가 근거로 든 당헌 74조 2항 어디에서도 당원의 참여로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대선후보를 교체할 권한을 비대위에 부여하지 않은 점 △전당대회에서 선출한 후보가 국민의힘의 '최종 후보'여야 한다는 점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후보 본인 의사에 반해 후보를 강제 교체할 수 없는 점 △지도부 의사에 따라 선출 후보가 배제된 전례가 없는 점 등을 이유로 비대위원들의 주장에 '명분이 없다'고 봤다. 당규상 후보 등록 신청 접수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적시돼 있는 점도 주목했다.
유 위원장은 "후보 교체를 정당화하고 합리화한다면, 앞으로 대통령 선거 등에서 당 경선이 있을 때 기탁금 내고, 경선 치르고, 힘들게 당선돼 봤자 지도부 판단 따라 '언제라도 제3자로 교체가 가능하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도부가 '픽'한 다른 후보와 단일화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은 (당헌·당규에)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나아가 "지도부가 결정하면 당원들이 당연히 이를 추인해 주고, 따라올 거라고 너무 쉽게 생각한 거 같다"고 했다.
"계엄 수사 위험성 등 '한덕수 리스크' 검토 안 해"
아울러 당무감사위는 후보 교체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당 선관위에 심각한 '중립성 위반'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양수 의원이 '권영세 비대위' 사무총장이자 후보 교체 사태 당시 선관위원장을 겸직하면서 "선관위원장으로서 한 전 총리 교체 절차에 비교적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이다. 유 위원장은 "선관위원장이 후보 교체 안건을 만든 사무총장을 겸임하면서 비대위와 일체 됐다"며 "선거관리 본질에 굉장히 어긋나는 일"이라고 했다.
당무감사위는 또 '지도부가 왜 한 전 총리로 단일화를 밀어붙였는지'에 대해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 위원장은 "당무감사위원들은 잘 납득을 못한다. '왜 한 전 총리에게만 기회를 주느냐'는 의견이 있었다"며 "(비대위원들이 증언한 비공개 여론조사 결과를) 회람했는데, 한 전 총리의 (지지율) 수치가 앞선 건 맞지만, 누가 보더라도 '한 전 총리로 대통령 후보를 바꿔야겠다'고 할 정도의 현격한 차이가 나는 건 아니었다"고 짚었다.
유 위원장은 "한 전 총리가 이재명 후보를 상대로 승리할지 여부는 불확실했고, 평생 관료 생활만 해 정치적 '맷집'이 있는지, 상대 당을 공격해 이길 수 있는지 불확실했다"며 "불행하지만 계엄 관련 수사를 받을 위험성도 있는데, 비대위원 발언과 자료를 봐도 이런 부정적인 한 전 총리의 리스크에 대해 전혀 검토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당무감사위는 이에 "'한 전 총리가 대선 승리 가능성이 더 높아 후보 교체가 가능했다'는 비대위 측 주장은 솔직히 납득하기 어렵다.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결론내렸다고 유 위원장은 전했다.
'원내대표 권성동' 징계 안 한 이유는
결국 절차적 정당성과 명분이 모두 결여된 후보 교체 파동에 당무감사위는 "선관위원들과 비대위원들 다 책임이 있다"고 봤다. 다만 후보 교체 건을 집중적으로 처리한 권영세·이양수 의원에게만 징계를 권고했다. 대통령 탄핵으로 치른 대선인 만큼, "당이 어려운 시절 선의로 판단"했을 가능성 등을 감안해 징계 대상과 수위를 결정했다는 게 유 위원장의 설명이다.
당무감사위가 권영세·이양수 의원에게 내린 '당원권 정지 3년'은 '탈당 권고'나 '제명'에 비해서는 낮은 수위의 징계이지만, 징계처분 확정 시점에 따라 2028년 차기 총선 출마에 영향을 주는 만큼 두 의원에게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다. 국민의힘 당규는 징계 종류를 강한 순서대로 △제명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 등 네 단계로 구분한다. 당원권 정지는 최소 1개월부터 최대 3년까지 기간을 정할 수 있다.
다만 당무감사위의 징계 권고에 대한 최종 판단은 당 윤리위원회에서 한다.
이른바 '쌍권' 지도부의 일인으로 '후보 교체' 사태 책임자 중 하나로 지목된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이 사안에 있어서 특별히 책임질만한 것을 한 적이 없다"는 이유로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당무감사위는 당시 후보 교체 의결 절차에 책임이 있는 비대위원들에 대해서도 징계를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 "단일화 마케팅으로 경선에서 당선된 뒤 말을 바꾼" 김문수 후보의 문제점도 짚었지만, 관련 징계 규정은 당헌·당규에 없다고 전했다.
당사자인 권영세 의원은 입장문을 내 당무감사위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권 의원은 "반드시 바로잡힐 것으로 확신한다. 이런 파당적인 결정을 주도한 사람들이야말로 반드시 응분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징계를 피한 권 전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권영세·이양수 두 분은 당시 당직 사퇴라는 정치적 책임을 졌다"고 옹호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당무감사위 발표는) 자의적이고 편향된 결정이다. 대단히 유감"이라며 "저 역시 권영세·이양수 두 분과 함께 징계 회부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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