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휴~, 올해는 그럭저럭 넘어가는가 했는데 또 비가 쏟아지네요. 비만 보면 땀이 버적버적 솟아 올라온당게."
전북자치도 익산시 망성면 화북마을의 임인영씨(70)는 17일 새벽부터 벼농사를 짓는 논에서 애를 태웠다. 이맘때면 15일에 1회씩 농약을 쳐야 하는데 폭우가 쏟아지면 어떻게 하느냐고 발을 동동 굴렀다.
금강을 머리에 이고 있는 익산시 망성면은 지난 2년 동안 세 차례 물난리를 겪은 곳이다. 충남 논산시와 강경읍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익산 북부권은 인근 지역보다 지대가 낮아 비가 쏟아지면 주변 마을과 논밭이 물을 내보내기는커녕 빗물을 담아내는 물그릇 역할을 하는 까닭이다.

익산시는 정치권과 협력해 익산 북부권 침수대책에 적극 나섰고 정헌율 시장까지 나서 농배수로의 영농폐기물을 지난 6월 중에 70여톤 수거하는 등 혼신을 다했다.
그 결과 지난달 19일부터 내린 올해 첫 장맛비는 농배수로의 물 빠짐이 좋은 데다 배수펌프도 잘 가동돼 무난히 넘길 수 있었다.
큰 피해 없이 올 장마를 넘기는가 싶더니 전날인 16일 익산지역 호우주의보가 발령돼 망성면 농민들의 가슴을 화들짝 놀라게 한 것이다.
호우주의보는 3시간 동안 강우량이 60㎜ 이상, 또는 12시간 동안 110㎜ 이상 예측될 때 발령된다.
망성면의 경우 지난 14일 하루에만 88.0㎜의 비가 쏟아지는 등 16일까지 누적 강수량 117.0㎜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 익산지역 전체 평균 누적 강수량 29.9㎜와 비교해도 3배 이상 되는 폭우가 쏟아진 셈이다.
17일 오전 8시 40분경에는 1m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집중호우가 내려 망성면 주민들의 걱정을 더해줬다.
같은 마을에서 2400평의 상추농사를 짓고 있는 김형호씨(67)도 이른 새벽부터 비닐하우스에 나와 4시간가량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다행히 비닐하우스 인근에 있는 화산지구 2펌프장이 완공돼 시험가동에 들어갔다"며 "덕분에 논밭의 물 빠짐이 좋아졌다. 작년과 같은 물난리를 겪지 않을 것 같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가뜩이나 비닐하우스에 물기가 빠지지 않아 상추가 키만 껑충 컸다"며 "비가 쏟아져 습기가 마르지 않으면 상추를 내다 팔지 못할 정도로 생산성이 떨어지게 된다"고 울상을 지었다.
사업비 308억원을 투입해 초당 14톤의 물을 방류할 수 있는 화산1배수장이 신설돼 올해부터 가동에 들어갔고 초당 5톤을 퍼낼 수 있는 화산2배수장도 시험 운행에 돌입한 상태이다.

옆에서 비닐하우스를 바라보던 70대의 L씨는 대뜸 "마을 농지의 배수로 확장공사가 시급한데 올 가을에 착공한다고 해서 고민"이라며 "이번 고비를 잘 넘겨야 할 텐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배수장이 신설돼 논밭이 물바다로 변하는 걱정을 덜긴 했지만 19㎞ 가량의 배수로 확장 공사는 올 가을에나 추진될 것으로 보여 우려가 된다는 말이다.
1700평의 농사를 짓고 있다는 L씨는 '가을에는 벼 베기에 바쁘고 토마토 농사도 준비해야 한다"며 "가을에 배수로 확장공사를 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 장마가 끝나면 바로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산시는 망성면을 포함한 용동·용안면 등 북부권 침수대책을 위해 3개 사업 10개 지구를 대상으로 수리시설 개보수와 배수장 수해복구, 하천복구, 배수장 신설 등 입체적인 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극한호우로 제방이 무너진 산북천의 지방하천은 2.5㎞ 정비에 나섰고 용안면의 난포교는 재가설을 위한 설계용역을 추진 중에 있다.

총사업비 548억원을 오는 2028년까지 연차적으로 투입하는 대조천 자연재해위험지구 개선사업은 기본·실시설계 중이고 내년부터 550억원을 집중하는 연동 배수장 자연재해위험지구 개선사업은 지난해 타당성 용역을 거쳐 올해 위험지구로 지정된 상태이다.
익산시는 "북부권 주민들에게 물난리의 비극을 더 이상 겪지 않도록 다양한 대책과 예방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장마가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끝까지 현장에서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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