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X 꺼져" 대림동서 난동 부린 극우세력, 주민·기자 위협까지

48개 시민사회단체, 대림동 곳곳서 "차별 반대", "중국동포는 소중한 이웃" 반대 시위

극우세력이 "반국가세력과 중국 공산당에 경고한다"는 명목으로 중국 국적의 이주민들이 모여 사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시위를 진행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세력이 위축되자, 중국인을 향한 혐오 정서를 발판 삼아 다시 세를 확대하려는 의도로 집단행동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40여 명의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11일 늦은 오후 태극기와 성조기, '윤어게인', '온리 윤' 등의 글귀가 적인 물품을 들고 대림동에 모였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를 촉구하는 한편 중국인 혐오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시위 주최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참석자는 "반국가 세력과 중국 공산당 부정선거 세력을 비판하기 위해 대림동에 모였다"며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 중에 중국 공산당의 지시를 받는 사람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대림동에 조선족과 중국인이 다수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동네와 주민들을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한 셈이다.

참석자들은 대림동 일대를 누비며 "중공(중국 공산당)에 충성할 거면 중국으로 빨리 꺼져라" "선거개입 중단하라" 등 눈앞의 주민들에게 폭언을 쏟아냈다. 몇몇 참석자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주민들을 찾아가 "왜 여기에 모여 있느냐"며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극우세력 시위 참가자들이 11일 서울 대림동에 모여 주민과 취재진을 위협하고 있다. ⓒ프레시안(박상혁)

봉변을 겪은 주민들은 극우세력이 대림동에 모인 이유도, 자신들을 향한 시위대의 혐오 발언도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길가에서 이웃끼리 대화를 나누다 시위대의 행패를 당한 한 여성은 <프레시안>에 "우리도 한국에 세금 내고 여기 사는 사람들"이라며 "대체 여기에 와서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동훈 서울외국인주민센터 센터장은 "(극우세력은) 여기 사는 중국동포들에게 시비를 걸어 반응이 나오면 공격할 명분으로 만들려는 것"이라며 "이곳 동포들은 저들에게 대응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극우세력은 참석자들을 촬영하는 취채진에게도 공격성을 숨기지 않았다. 이들은 현장에 나온 기자들에게 소속을 묻던 중 진보 성향 매체 소속이라고 밝힌 청년 여성 기자를 에워싸더니 고함을 지르고 얼굴을 촬영하는 등의 위해를 가했다. 경찰 제지로 기자와 시위대 분리가 이뤄졌으나, 참석자들은 해당 기자를 쫓아가 현장을 떠날 때까지 폭언을 거듭했다.

극우세력은 대림동에서 신풍역을 거쳐 보라매역까지 행진하며 "반국가세력 척결", "이재명은 가짜 대통령", "6.3 대선 원천 무효"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밤중에 스피커를 들고 소란을 피우자 신풍역 인근을 걸어가던 한 주민은 "도대체 우리 동네에서 왜 이러냐"며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같은 시각 이주민 지원 단체 등 48개 시민사회단체들은 대림동 곳곳에서 반대 집회를 열고 "혐오는 자유가 아니다", "당신의 혐오는 재외동포에게 돌아간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극우세력의 난동을 규탄했다.

극우세력의 행진 경로에는 "혐오선동세력이 돌아갈 곳은 없다"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해 함께하자" 등의 메시지를 담은 현수막 20여 개를 설치했다. 극우세력 측 일부 시위대가 시민사회활동가에게 고성을 지르며 위협하기도 했으나, 경찰 제지로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극우 시위대가 11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을 행진하며 주민들에게 "중국X 꺼져"와 같은 혐오성 발언을 하며 위협을 가했다. ⓒ프레시안(박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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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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